[대학생 기자단] 친환경 굿즈들의 불편한 진실

관리자
2026-04-09

친환경 굿즈들의 불편한 진실

숙명여자대학교 SEM 임세은, 조아현 기자


최근 다양한 기업들이 ‘친환경’을 내세운 굿즈를 적극적으로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카페, 서점, 뷰티 브랜드 등 일상 속 다양한 산업에서 텀블러, 에코백, 리유저블 컵과 같은 제품을 활용한 마케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굿즈는 단순한 상품을 넘어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라는 이미지를 전달하며 브랜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뜨겁다. 한정판 디자인이나 브랜드 협업 ‘친환경’ 굿즈는 빠르게 품절되며, 일부 제품은 중고 거래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이는 친환경 굿즈가 실용성을 넘어 하나의 트렌드이자 소비 문화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참여하는 이 흐름 속에서 친환경 굿즈는 점점 더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소비자 인식의 변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은 제품을 선택할 때 단순한 가격이나 디자인을 넘어 환경적 가치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 소비’가 확산되며, 친환경 굿즈는 자신의 신념과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텀블러를 사용하는 행동이나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 모습은 단순한 실천을 넘어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식이 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한 제품과 마케팅 전략을 통해 소비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실제 환경 보호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친환경’이라는 이름이 소비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실제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서울 강남의 한 카페 매장에서는 다양한 텀블러와 머그컵, 가방 등 이른바 ‘굿즈’가 매대 한편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매장 내부에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지만, 정작 판매되고 있는 제품 상당수가 플라스틱 소재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모순적인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미국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의 어느 지점을 방문하던 매장 한 편에는 MD상품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텀블러, 머그컵 등 일회용품을 대체하기 위한 일명 ‘친환경 굿즈’들은 매 시즌마다 새로운 디자인으로 벽면을 채운다. 스타벅스 매니아 층은 이러한 굿즈를 모으는 것을 하나의 취미로 여긴다. 최근 2월에는 ‘베이프’와 협업을 진행하며 ‘베이비 마일로’가 새겨진 리유저블을 제공하는 행사를 개최하였다. 스타벅스 측에 따르면 행사 시작 나흘 만에 준비된 물량은 대부분 소진되었다. 뜨거운 열기 속에 그러한 수요에 따라 고가의 중고 거래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굿즈는 기존에 일회용품을 사용하던 소비자를 잘 저격한 친환경적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열풍이 실제 반복적인 사용으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미국 수명 주기 에너지 분석 연구소에 따르면 일회용 종이컵 대비 소재별 텀블러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플라스틱 텀블러는 17회, 세라믹 텀블러는 39회,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최소 1000회 이상 사용해야 온실가스 배출 측면에서 일회용 종이컵보다 유리’하다고 전했다. 사용하지 않을 일회성의 친환경 굿즈는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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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앙일보)

교보문고⦁알라딘 등 서점업계에서는 일정 금액 이상의 도서를 구매하면 에코백, 텀블러 등의 공식 굿즈를 제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때의 에코백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우리는 ‘친환경 굿즈’의 친환경성을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소비자는 특정 기업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 등 선호하지 않는 디자인의 굿즈를 실제로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소비자에게 제공된 선택적 소비재는 버리지도, 사용하지도 못한 채 방치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된다. 또한 에코백 역시 허점이 존재한다. 면 에코백은 최소 131번 이상 사용해야 일회용 비닐보다 친환경적이라고 유엔환경계획(UNEP)는 말했다. 면 에코백의 생산 과정에서 높은 물 소비량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하기 위해 디자인에 변화를 주는 실험을 거듭하는 시도가 필요한 것일까? 이 역시 올바른 선택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한 에코백은 4번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연구도 존재한다. 반복사용을 전제로 한 제품임에도, 이미 충분히 보급된 상황에서의 지속적인 생산은 ‘친환경’이라는 명분 아래 이루어지는 또 다른 소비 확대에 불과하다. 결국 매 행사마다 새롭게 제작하고 잊혀지는 대부분의 일회성 굿즈들은 친환경을 앞세우고 나름의 시도를 거듭하였으나, 오히려 일회성 소비를 부추길 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친환경 굿즈를 재활용이 어려운 소재로 포장하여 본래의 취지와 괴리를 보인 사례도 다수였다. 자연주의 뷰티 브랜드 이니스프리의 ‘그린티 씨드 세럼 페이퍼보틀’은 종이 용기를 사용했음을 강조했으나 실제로는 플라스틱 용기가 포함된 이중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한 친환경을 내세운 명절 선물세트의 경우 내용물은 친환경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중 포장과 완충재 사용으로 인해 과대포장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선물세트가 포장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의 기준이 ‘제품 출시’가 아니라 ‘사용방식’이라는 구조를 제대로 이해해야한다. 가장 친환경적인 선택은 새로운 제품을 불필요하게 생산하지 않는 것이다. 필요 없는 굿즈 제작을 최소화하고 ‘굿즈 없는 행사’를 추진하는 등의 혁신적인 방향성을 보이는 것이 ESG에 더 가까운 선택지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성이 다소 부족한 대안으로 보여진다. 결국 환경을 고려하는 굿즈는 순환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재사용⦁회수⦁관리 시스템 하에서 친환경 굿즈가 의미를 가질 것이다. 리유저블 컵을 다시 매장에 가지고 왔을 때의 혜택을 제공하거나 텀블러 손상 시 수거 혹은 재활용하는 시스템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또한 회수율 및 재사용, 재활용 횟수에 대한 데이터 관리에도 집중해야 한다. 또한 제품은 포장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임을 고려하여 친환경적 포장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친환경 굿즈는 분명 긍정적인 시도이며 ESG로의 시야가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그것이 또 다른 소비를 낳는다면 본래의 의미는 퇴색될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어떻게 친환경적인 굿즈를 ‘생산 및 판매’할 것인가 보다 어떻게 한 번 출시한 친환경 굿즈를 ‘재사용⦁관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소비자들 역시 ‘친환경’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여 충동적 구매를 할 것이 아니라 책임질 수 있는 소비인지를 고민하며 합리적인 소비 습관을 기르는데에 신경쓸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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