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농산물의 아이러니
먹을 수 있는데 버려진다, 농산물 폐기의 아이러니
숙명여자대학교 SEM 김채원, 방서현 기자
우리가 먹지 못해서가 아니라 시장에 팔 수 없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농산물이 있다. 크기나 모양, 표면 상태가 유통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맛이나 영양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이러한 농산물은 판매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는 매년 상당한 규모의 농산물이 유통되지 못한 채 폐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농산물은 수확 이후 크기와 형태, 색상, 표면 상태 등을 기준으로 등급이 나뉜다. 일정 기준을 충족한 농산물만이 유통망을 통해 판매되고 기준에 미치지 못한 농산물은 상품으로 분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농산물은 일반적으로 ‘못난이 농산물’ 또는 ‘등급 외 농산물’로 불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등급 외 농산물 규모는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경우 연간 약 5조 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는 가공식품이나 사료 등으로 활용되지만 상당수는 유통 단계로 이어지지 못한 채 폐기된다. 생산 과정에서 이미 투입된 재배 비용과 노동력을 고려하면 이는 농업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요한 손실로 이어진다.
이러한 폐기는 유통 과정에서도 이어진다. 현재 농산물 시장은 일정한 크기와 형태를 갖춘 농산물을 중심으로 유통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기준은 유통 효율성과 품질 관리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외형이 기준과 다른 농산물은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기도 한다. 그 결과 도매시장에서는 상품성이 낮다고 판단된 농산물이 판매되지 못하고 폐기물로 처리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농산물은 소비 단계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에는 기후 조건의 변화도 이러한 상황과 맞물리고 있다. 폭염이나 집중호우, 한파와 같은 기상 변화가 반복되면서 농산물의 생육 환경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작물의 크기나 모양이 일정하게 자라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등급 외 농산물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농산물 폐기는 농가의 수익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농민들은 재배 과정에서 이미 상당한 비용과 노동을 투입하지만 판매 가능한 농산물의 비율이 낮아질수록 수익성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외형 문제로 상품성이 낮게 평가되는 농산물은 제값을 받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또한 판매되지 못한 농산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수거와 운반, 폐기 과정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도 추가적인 관리 비용이 발생한다. 농산물 폐기가 단순한 생산 단계의 문제가 아니라 유통과 관리 과정까지 이어지는 비용 구조를 형성하는 이유다.
결국 농산물 폐기 문제는 생산량 자체보다 생산된 농산물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어떤 기준이 작동하는가와 관련된 문제로 볼 수 있다. 생산 환경과 유통 구조, 소비 기준이 맞물리는 과정 속에서 상당량의 농산물이 시장에 나오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생산·유통·소비 전 단계에서의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생산 단계에서는 등급 중심의 획일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농산물을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과 유통 기준이 조정될 필요가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충족한다면 외형보다는 안전성과 영양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기준이 확대될 경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농산물의 범위도 넓어질 수 있다.
유통 구조의 변화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최근 일부 유통업체와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못난이 농산물’을 별도로 판매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 유통망에서 배제되었던 농산물의 새로운 판로를 확보하는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이러한 유통 방식이 일시적인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구조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요 확보와 물류 시스템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가공 산업과의 연계 확대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외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농산물을 주스, 소스, 냉동식품 등으로 가공할 경우 상품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폐기량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지역 단위에서 소규모 가공 시설이나 협동조합 형태의 사업 모델이 활성화된다면 농가의 추가 소득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소비자의 인식 변화 또한 중요한 요소다. 지금까지는 외형이 고르고 ‘보기 좋은’ 농산물을 선호하는 소비 경향이 강했지만, 환경 문제와 자원 낭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치 소비에 대한 인식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못난이 농산물 구매가 단순한 가격 선택이 아니라 환경 보호와 자원 절약에 기여하는 행동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시장 구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책적 지원 역시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등급 외 농산물의 유통을 지원하는 제도 마련이나 공공 급식에서의 활용 확대, 관련 스타트업 및 유통 플랫폼에 대한 지원 등이 이루어진다면 보다 안정적인 시장 형성이 가능하다. 또한 농산물 폐기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정책 수립이 이루어질 필요도 있다.
결론적으로 못난이 농산물 폐기 문제는 단순히 일부 농산물이 버려지는 문제가 아니라 생산과 유통, 소비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정 단계의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각 단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지속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외형 중심의 소비 기준에서 벗어나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때, 농산물 폐기로 인한 경제적·환경적 손실을 줄이고 보다 지속가능한 식품 체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이정민. (2025년 10월 8일). 버려지는 농산물 한해 5조 원… ‘못난이 농산물’ 현황. CPBC 뉴스. https://news.cpbc.co.kr/article/1167495
박준하. (2025년 12월 18일). [밥상르포] (3) 못난이 농산물이 유독 많이 보이는 이유. 농민신문. https://www.nongmin.com/article/20251216500514
안유진. (2023년 3월 6일). 폐기 농산물 연간 13억톤…활성화 위해 접근성 확대 중요. 더바이어(The Buyer). https://www.withbuyer.com/news/articleView.html?idxno=23577
나연식. (2025년 1월 21일). 폐기 못난이 농산물, 연간 5조원 달해. 전북금강일보. https://www.gkg.co.kr/152525
새전북신문. (2025년 3월 11일). [사설]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 유통 방안 찾아야. https://www.sjbnews.com/news/news.php?number=843581
김수현. (2024년 11월 3일). 못난이 농산물 유통 활성화 방안 연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https://www.krei.re.kr
최은지. (2025년 6월 14일). ‘B급 농산물’의 재발견…유통 혁신 사례 분석. 유통경제저널. https://www.kati.net
정다은. (2023년 9월 22일). 농산물 폐기 줄이기 위한 소비자 인식 변화 연구. 소비문화연구. https://www.dbpia.co.kr
이상훈. (2024년 4월 10일). 농식품 가공 산업과 지속가능성. 식품산업연구. https://www.riss.kr
한국농림축산식품부. (2025).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 정책 보고서. https://www.mafra.go.kr
못난이 농산물의 아이러니
먹을 수 있는데 버려진다, 농산물 폐기의 아이러니
숙명여자대학교 SEM 김채원, 방서현 기자
우리가 먹지 못해서가 아니라 시장에 팔 수 없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농산물이 있다. 크기나 모양, 표면 상태가 유통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맛이나 영양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이러한 농산물은 판매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는 매년 상당한 규모의 농산물이 유통되지 못한 채 폐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농산물은 수확 이후 크기와 형태, 색상, 표면 상태 등을 기준으로 등급이 나뉜다. 일정 기준을 충족한 농산물만이 유통망을 통해 판매되고 기준에 미치지 못한 농산물은 상품으로 분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농산물은 일반적으로 ‘못난이 농산물’ 또는 ‘등급 외 농산물’로 불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등급 외 농산물 규모는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경우 연간 약 5조 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는 가공식품이나 사료 등으로 활용되지만 상당수는 유통 단계로 이어지지 못한 채 폐기된다. 생산 과정에서 이미 투입된 재배 비용과 노동력을 고려하면 이는 농업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요한 손실로 이어진다.
이러한 폐기는 유통 과정에서도 이어진다. 현재 농산물 시장은 일정한 크기와 형태를 갖춘 농산물을 중심으로 유통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기준은 유통 효율성과 품질 관리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외형이 기준과 다른 농산물은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기도 한다. 그 결과 도매시장에서는 상품성이 낮다고 판단된 농산물이 판매되지 못하고 폐기물로 처리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농산물은 소비 단계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에는 기후 조건의 변화도 이러한 상황과 맞물리고 있다. 폭염이나 집중호우, 한파와 같은 기상 변화가 반복되면서 농산물의 생육 환경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작물의 크기나 모양이 일정하게 자라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등급 외 농산물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농산물 폐기는 농가의 수익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농민들은 재배 과정에서 이미 상당한 비용과 노동을 투입하지만 판매 가능한 농산물의 비율이 낮아질수록 수익성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외형 문제로 상품성이 낮게 평가되는 농산물은 제값을 받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또한 판매되지 못한 농산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수거와 운반, 폐기 과정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도 추가적인 관리 비용이 발생한다. 농산물 폐기가 단순한 생산 단계의 문제가 아니라 유통과 관리 과정까지 이어지는 비용 구조를 형성하는 이유다.
결국 농산물 폐기 문제는 생산량 자체보다 생산된 농산물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어떤 기준이 작동하는가와 관련된 문제로 볼 수 있다. 생산 환경과 유통 구조, 소비 기준이 맞물리는 과정 속에서 상당량의 농산물이 시장에 나오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생산·유통·소비 전 단계에서의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생산 단계에서는 등급 중심의 획일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농산물을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과 유통 기준이 조정될 필요가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충족한다면 외형보다는 안전성과 영양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기준이 확대될 경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농산물의 범위도 넓어질 수 있다.
유통 구조의 변화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최근 일부 유통업체와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못난이 농산물’을 별도로 판매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 유통망에서 배제되었던 농산물의 새로운 판로를 확보하는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이러한 유통 방식이 일시적인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구조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요 확보와 물류 시스템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가공 산업과의 연계 확대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외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농산물을 주스, 소스, 냉동식품 등으로 가공할 경우 상품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폐기량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지역 단위에서 소규모 가공 시설이나 협동조합 형태의 사업 모델이 활성화된다면 농가의 추가 소득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소비자의 인식 변화 또한 중요한 요소다. 지금까지는 외형이 고르고 ‘보기 좋은’ 농산물을 선호하는 소비 경향이 강했지만, 환경 문제와 자원 낭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치 소비에 대한 인식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못난이 농산물 구매가 단순한 가격 선택이 아니라 환경 보호와 자원 절약에 기여하는 행동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시장 구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책적 지원 역시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등급 외 농산물의 유통을 지원하는 제도 마련이나 공공 급식에서의 활용 확대, 관련 스타트업 및 유통 플랫폼에 대한 지원 등이 이루어진다면 보다 안정적인 시장 형성이 가능하다. 또한 농산물 폐기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정책 수립이 이루어질 필요도 있다.
결론적으로 못난이 농산물 폐기 문제는 단순히 일부 농산물이 버려지는 문제가 아니라 생산과 유통, 소비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정 단계의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각 단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지속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외형 중심의 소비 기준에서 벗어나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때, 농산물 폐기로 인한 경제적·환경적 손실을 줄이고 보다 지속가능한 식품 체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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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식. (2025년 1월 21일). 폐기 못난이 농산물, 연간 5조원 달해. 전북금강일보. https://www.gkg.co.kr/15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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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지. (2025년 6월 14일). ‘B급 농산물’의 재발견…유통 혁신 사례 분석. 유통경제저널. https://www.kati.net
정다은. (2023년 9월 22일). 농산물 폐기 줄이기 위한 소비자 인식 변화 연구. 소비문화연구. https://www.dbp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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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림축산식품부. (2025).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 정책 보고서. https://www.mafr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