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안보 vs 기후안보, 미국-이란 전쟁의 환경적 파장
숙명여자대학교 SEM 임주영, 최윤서 기자
전쟁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삶의 터전을 파괴하며 사회 전반에 폭넓은 손해를 입힌다. 불과 몇 십 년 전 전쟁을 겪은 우리 민족에게 이러한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오늘날의 전쟁은 어떠한가? 단순한 군사적 충돌을 넘어, 지구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전쟁과 환경 오염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먼저 군사 활동 자체는 대규모 온실가스배출의 주요 원인이다. 전투기, 전차, 군함과 같은 군사 장비는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를 소비하며, 무기 생산과 군수 산업 전반 역시 고탄소 구조에 기반하고 있다. 문제는 전 세계 군사부문 온실가스 배출이 공식적으로 추산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1997년 교토의정서에서 각국의 배출량 집계에서 군사부문 배출량을 제외하였으며, 2016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는 군사부문 배출량 보고는 '의무사항'이 아니라 '자발적 선택사항' 임을 밝혔다. 한국군도 공식 통계는 내놓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전쟁이 발발하면 단기간에 대규모 탄소 배출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쟁은 또한 지구생태계를 직접적으로 파괴한다. 폭격과 교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재와 폭발은 산림과 토양을 훼손하고,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를 붕괴시킨다. 나아가 전쟁을 통해 정유소와 무기공장 등 산업, 군사시설이 공격 목표가 되면 화학적 오염이 생길 수 있다. 예로 베트남 전쟁 당시 사용된 고엽제는 광범위한 산림 파괴와 토양 오염을 남겼다. 걸프 전쟁 기름 유출 사고에서는 대규모 원유 유출이 발생해 해양 생태계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전쟁의 환경적 영향은 전투가 끝난 이후에도 지속된다. 전쟁과정에서 폭발물 때문에 수많은 건물이 파괴되고 석면이 환경에 방출되었으며, 석유 및 기타 화학물질이 땅과 수자원 시스템에 누출되어 버린 것이다. 독성 성분이 포함된 탄약 자체는 물론이고 여러 부식성 화학물질은 전쟁 환경에 계속 남아 있게 된다. 결국 전쟁은 환경에 지속적인 부담을 남긴다.
이처럼 직접적인 환경 파괴를 초래하는 전쟁의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더 거대한 위협은 전쟁인 인류의 기후 대응 체계의 ‘우선순위’를 뒤바꾼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에너지 안보와 기후안보의 충돌을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란 국가가 국민 생활과 산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이며 경제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참고: 한국에너지안전신문) 반면, 기후 안보 (Climate Security)는 기후 변화가 자원 분쟁, 홍수, 가뭄 등을 일으켜 국가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한다는 개념으로, 기후변화를 안보위협으로 이해하는 인식을 담은 것이다. (참고: UN DPPA)
이러한 에너지 안보와 기후 안보의 가치 충돌은 최근 고조되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 국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가중될 때마다 세계 경제는 즉각적인 에너지 안보 위기에 직면한다. 특히 전 세계 석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위기에 처하면, 단순한 유가 상승의 문제를 넘어 인류가 합의했던 탄소 중립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강제로 퇴보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앞서 설명하였듯 전쟁으로 인한 환경 오염은 군사 활동으로 인한 단기간의 대규모 탄소 배출, 전쟁 중 발생하는 직접적인 지구생태계 파괴, 전쟁 이후에도 남아있는 지속적인 환경 부담 등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번 전쟁은 지역적 특수성과 군사적 구조로 인해 더욱 치명적이고 특수한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미국-이란 전쟁의 가장 큰 특수성은 공격 목표가 고도로 밀집된 석유 및 가스 생산 시설에 집중되었다는 것이다. 이란은 세계적인 에너지 매장국이며, 이란의 정유 시설이나 가스 파이프라인이 교전 중 파괴될 경우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로 과거 석유 시설 공습 사례에서 발생한 거대한 스모그와 분진으로 인해 인근 지역의 사람들은 해를 볼 수 없고 타는 냄새가 심하게 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유출되는 화학 물질의 규모가 전례 없는 수준일 것이라 경고하였다. 또한 이란이 미국 공격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민간 선박과 유조선을 공격하면서 석유 유출에 따른 해양 오염이 발생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CEOBS에 따르면 이란 미사일 기지의 환경 피해 가능성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란이 보유한 구형 스커드 계열 미사일의 연료와 산화제의 문제 때문이다. 이란이 가진 스커드 계열 미사일은 연료로 UDMH, 산화제로 IRFNA를 쓰는데 이들 모두 독성이 매우 강하고 사람을 넘어 모든 생명체에 치명적인 고위험 화학물질이다. 이러한 미사일을 대량 보관 중인 기지가 공습으로 파괴되면서 UDMH와 IRFNA가 외부로 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전쟁과 기후 위기는 결코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에너지 안보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한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 자립, 즉 재생에너지로의 완전한 전환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다.
전쟁이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고, 이로 인해 악화된 기후는 다시 자원 분쟁과 전쟁의 씨앗이 되는 악순환을 만든다.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우리는 단순히 기름값 상승에 대해 우려했지만, 전쟁이라는 극단적 선택이 인류가 공통으로 마주한 기후 안보의 문제를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뜨리고 있는지를 직시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평화는 가장 강력한 기후 대책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참고자료
안영준, 데일리지구, 전쟁이 남긴 또 다른 상처…환경이 무너진다, 2026년 3월 11일. https://www.dailyt.co.kr/newsView/dlt202603110001
이한, 그린포스트, [전쟁이 지구에 미친 영향 ①] 기후·토양·수질·생태...모든 환경에 영향 미치는 전쟁, 2020년 6월 25일. https://www.greenpos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8588
참여연대, 오마이뉴스, 군대와 전쟁, 그리고 탄소배출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2022년 9월 24일.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67310
김민재, The Science Times, [우크라 침공] 전쟁은 물과 토양을 독성으로 만들고 있다, 2023년 3월 17일. https://www.sciencetimes.co.kr/nscvrg/view/menu/248?searchCategory=220&nscvrgSn=250757
박철, 오마이뉴스, 2026년 3월 23일, 전쟁의 불길, 이란 전쟁이 드러낸 탄소 시대의 비극
BBC Verify 팀, BBC 코리아, 2026년 3월 11일, 이란 전쟁: ‘석유시설 공습으로 테헤란서 검은 비와 ‘전례 없는’ 오염 발생’, 과학자들 경고 - BBC News 코리아
이정호, 경향신문, 2026년 3월 8일, 트럼프의 이란 공격, 환경 재앙 부르나…미사일 ‘독성 연료’ 누출 가능성 - 경향신문 AMP
에너지 안보 vs 기후안보, 미국-이란 전쟁의 환경적 파장
숙명여자대학교 SEM 임주영, 최윤서 기자
전쟁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삶의 터전을 파괴하며 사회 전반에 폭넓은 손해를 입힌다. 불과 몇 십 년 전 전쟁을 겪은 우리 민족에게 이러한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오늘날의 전쟁은 어떠한가? 단순한 군사적 충돌을 넘어, 지구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전쟁과 환경 오염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먼저 군사 활동 자체는 대규모 온실가스배출의 주요 원인이다. 전투기, 전차, 군함과 같은 군사 장비는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를 소비하며, 무기 생산과 군수 산업 전반 역시 고탄소 구조에 기반하고 있다. 문제는 전 세계 군사부문 온실가스 배출이 공식적으로 추산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1997년 교토의정서에서 각국의 배출량 집계에서 군사부문 배출량을 제외하였으며, 2016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는 군사부문 배출량 보고는 '의무사항'이 아니라 '자발적 선택사항' 임을 밝혔다. 한국군도 공식 통계는 내놓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전쟁이 발발하면 단기간에 대규모 탄소 배출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쟁은 또한 지구생태계를 직접적으로 파괴한다. 폭격과 교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재와 폭발은 산림과 토양을 훼손하고,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를 붕괴시킨다. 나아가 전쟁을 통해 정유소와 무기공장 등 산업, 군사시설이 공격 목표가 되면 화학적 오염이 생길 수 있다. 예로 베트남 전쟁 당시 사용된 고엽제는 광범위한 산림 파괴와 토양 오염을 남겼다. 걸프 전쟁 기름 유출 사고에서는 대규모 원유 유출이 발생해 해양 생태계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전쟁의 환경적 영향은 전투가 끝난 이후에도 지속된다. 전쟁과정에서 폭발물 때문에 수많은 건물이 파괴되고 석면이 환경에 방출되었으며, 석유 및 기타 화학물질이 땅과 수자원 시스템에 누출되어 버린 것이다. 독성 성분이 포함된 탄약 자체는 물론이고 여러 부식성 화학물질은 전쟁 환경에 계속 남아 있게 된다. 결국 전쟁은 환경에 지속적인 부담을 남긴다.
이처럼 직접적인 환경 파괴를 초래하는 전쟁의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더 거대한 위협은 전쟁인 인류의 기후 대응 체계의 ‘우선순위’를 뒤바꾼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에너지 안보와 기후안보의 충돌을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란 국가가 국민 생활과 산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이며 경제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참고: 한국에너지안전신문) 반면, 기후 안보 (Climate Security)는 기후 변화가 자원 분쟁, 홍수, 가뭄 등을 일으켜 국가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한다는 개념으로, 기후변화를 안보위협으로 이해하는 인식을 담은 것이다. (참고: UN DPPA)
이러한 에너지 안보와 기후 안보의 가치 충돌은 최근 고조되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 국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가중될 때마다 세계 경제는 즉각적인 에너지 안보 위기에 직면한다. 특히 전 세계 석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위기에 처하면, 단순한 유가 상승의 문제를 넘어 인류가 합의했던 탄소 중립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강제로 퇴보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앞서 설명하였듯 전쟁으로 인한 환경 오염은 군사 활동으로 인한 단기간의 대규모 탄소 배출, 전쟁 중 발생하는 직접적인 지구생태계 파괴, 전쟁 이후에도 남아있는 지속적인 환경 부담 등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번 전쟁은 지역적 특수성과 군사적 구조로 인해 더욱 치명적이고 특수한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미국-이란 전쟁의 가장 큰 특수성은 공격 목표가 고도로 밀집된 석유 및 가스 생산 시설에 집중되었다는 것이다. 이란은 세계적인 에너지 매장국이며, 이란의 정유 시설이나 가스 파이프라인이 교전 중 파괴될 경우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로 과거 석유 시설 공습 사례에서 발생한 거대한 스모그와 분진으로 인해 인근 지역의 사람들은 해를 볼 수 없고 타는 냄새가 심하게 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유출되는 화학 물질의 규모가 전례 없는 수준일 것이라 경고하였다. 또한 이란이 미국 공격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민간 선박과 유조선을 공격하면서 석유 유출에 따른 해양 오염이 발생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CEOBS에 따르면 이란 미사일 기지의 환경 피해 가능성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란이 보유한 구형 스커드 계열 미사일의 연료와 산화제의 문제 때문이다. 이란이 가진 스커드 계열 미사일은 연료로 UDMH, 산화제로 IRFNA를 쓰는데 이들 모두 독성이 매우 강하고 사람을 넘어 모든 생명체에 치명적인 고위험 화학물질이다. 이러한 미사일을 대량 보관 중인 기지가 공습으로 파괴되면서 UDMH와 IRFNA가 외부로 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전쟁과 기후 위기는 결코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에너지 안보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한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 자립, 즉 재생에너지로의 완전한 전환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다.
전쟁이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고, 이로 인해 악화된 기후는 다시 자원 분쟁과 전쟁의 씨앗이 되는 악순환을 만든다.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우리는 단순히 기름값 상승에 대해 우려했지만, 전쟁이라는 극단적 선택이 인류가 공통으로 마주한 기후 안보의 문제를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뜨리고 있는지를 직시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평화는 가장 강력한 기후 대책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참고자료
안영준, 데일리지구, 전쟁이 남긴 또 다른 상처…환경이 무너진다, 2026년 3월 11일. https://www.dailyt.co.kr/newsView/dlt202603110001
이한, 그린포스트, [전쟁이 지구에 미친 영향 ①] 기후·토양·수질·생태...모든 환경에 영향 미치는 전쟁, 2020년 6월 25일. https://www.greenpos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8588
참여연대, 오마이뉴스, 군대와 전쟁, 그리고 탄소배출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2022년 9월 24일.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67310
김민재, The Science Times, [우크라 침공] 전쟁은 물과 토양을 독성으로 만들고 있다, 2023년 3월 17일. https://www.sciencetimes.co.kr/nscvrg/view/menu/248?searchCategory=220&nscvrgSn=250757
박철, 오마이뉴스, 2026년 3월 23일, 전쟁의 불길, 이란 전쟁이 드러낸 탄소 시대의 비극
BBC Verify 팀, BBC 코리아, 2026년 3월 11일, 이란 전쟁: ‘석유시설 공습으로 테헤란서 검은 비와 ‘전례 없는’ 오염 발생’, 과학자들 경고 - BBC News 코리아
이정호, 경향신문, 2026년 3월 8일, 트럼프의 이란 공격, 환경 재앙 부르나…미사일 ‘독성 연료’ 누출 가능성 - 경향신문 A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