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토크] 탈플라스틱을 위한 ‘쓰레기 연대’를 모색하다
탈플라스틱을 위한 ‘쓰레기 연대’를 모색하다
- 3월 씨네톡 플라스틱 토크의 현장
지난 3월의 씨네톡에서는 ‘플라스틱의 모든것(The Story of Plastic)’영화를 보고 3월 25일 7시 반부터 한국의 쓰레기박사님,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님을 모시고 플라스틱 토크를 줌으로 가졌습니다. 영화 후 대화를 온라인상으로는 처음 시도해보았는데, 서툰 진행에도 소장님의 풍부한 설명과 함께해주신 100여 참가자분들의 뜨거운 관심으로 알차게 채워진 시간이었습니다.
왜 기후변화 씨네톡에 플라스틱인가, 플라스틱 산업은 우리 사회 모든 산업이 그렇듯 탄소를 발생시켜 기후변화에 직결이 됩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변화, 바꿔 말하면 다양한 부문부문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번에는 개중 최근에 많이 화제가 되는 플라스틱을 꺼내본 겁니다.
플라스틱, 또한 온실가스를 내뿜는다
방글라데쉬의 쓰레기소각공장
(via Foundation For Deep Ecology)
특히 영화에서는 석유를 원료를 하는 플라스틱 생산에서도, 폐기시 소각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사실을 꼬집고 있었는데요. 최신식 오염방지시설을 갖춘 한국의 경우는 괜찮은가, 하는 질문에 홍 소장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답변 주셨습니다.(지금부터의 본문 내용은 소장님의 답변을 요약재구성한 것입니다) * 현대식 오염방지시설을 잘 운영할 경우 오염물질의 배출 농도는 제로가 되지는 않지만 굉장히 낮아지는데, , 이는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에 한정된 이야기고 이산화탄소, 즉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오염방지시설은 현재로선 없습니다. 이산화탄소는 포집하는 데에 “무시무시한 에너지와 비용”이 들어서, 기후변화에는 안좋겠지만 인체에는 유해한 것으로 보지는 않으니 그냥 내보내는 거죠. 그나마 이건 최신식 시설을 갖춘 경우 얘기고, 그런 시설을 갖출 여력이 없는 인도, 동남아 등 개도국에서는 소각시의 유해물질까지도 그대로 사람들이 호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회용품의 미래는 쓰레기통에? 설거지에!
195년 미국 라이프지의 표지를 장식한 일회용품 비
(출처: Life Magazine Collection 이미지 서비스)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플라스틱제품, 일회용품이 나온 것은 1950년대부터인데요. 1955년 미국 라이프지 표지에는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일회용품에 온가족이 환호하는 사진이 실립니다. 기사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주부 여러분 드디어 노동에서 해방되었습니다! 설거지할 필요 없이 일회용품을 쓰고 버리면 된다는 거죠. 당시에는 사람들이 물건을 한번 쓰고 버려본 적이 없으니까, 일회용품을 쓰고 버리지를 않는 거예요. 당시에 미국 플라스틱 기업들이 모여서 세미나를 하는데 주제가 이겁니다. “플라스틱의 미래는 쓰레기통에 있다” 그래서 기업들이 사람들에게 재사용 개념을 지우는데 노력을 많이 했고, 그게 6-70년 지난 이야기죠. 지금도 여전히 일회용품은 위생적이라는게 우리 머리속에 박혀있습니다. 일회용품이 진짜 위생적인거냐. 누가 확인해봤어요. 일회용품 대체 서비스인 트래쉬 버스터즈가 포장 갓 뜯은 일회용기와 세척살균한 다회용기 세균 테스트를 해보니 일회용기 세균 수가 20배가 더 높습니다. 플라스틱 일회용품이 진짜 위생적이려면 용기를 한번 세척한 다음에 사용해야되는데, 그렇지 않다는거죠. 그래서 일회용품은 위생적이라는 편견에 따라 더 위생이 안좋아질 수도 있다는거죠. 그래서, 진짜 위생은 설거지 잘하는 것에 있다고 얘기합니다.
탈플라스틱 : 플라스틱을 쫓아내는게 아니라 극복하는 사회
플라스틱이라는 물질 자체를 악마시할 필요는 없어요. 플라스틱은 물질소비의 민주화를 가져다준 굉장히 효율적인 물질입니다. 다만 그것이 지나치게 남용되게 된 이 시점에서는 포장재 등 불필요한 부분, 우리가 불편을 조금 감소하면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줄이자는거죠. 우리가 탈플라스틱이라고 할 때 이것은 플라스틱 프리free가 아니라 포스트post플라스틱, 즉 플라스틱을 넘어서자는 것, 플라스틱을 사용하되 그것이 가진 문제를 극복해나가자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회용 말고 다회용 사회
(출처 : 코리아헤럴드)
탈플라스틱을 위해서는 저는 일회용 사회가 다회용 사회로 가야한다고 보는데요. 그러려면 포장재 없는 가게들, 제로웨이스트 가게들이 많아져야죠. 기본적으로는 한 동네에 하나씩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럼 서울에는 500개가 필요해요. 커피를 마실 때도 다회용기 사용하고 반환, 배달용기도 다회용기로 배달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합니다. 지금 자꾸 플라스틱 관련해서 친환경, 생분해성 플라스틱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이야기는 본질을 흐리는 이야기들이에요. 특히 기업에서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건 어떻게든 일회용 플라스틱은 써야겠다는 거예요. 여기에 현혹되어서는 안됩니다. 재활용이 아무리 잘되더라도 그걸 안쓰는 것만 못해요. 재활용이라는 것 자체가 오염물질을 배출합니다. 재활용은 차선에 불과합니다. 줄일 수 있는 전사회적인 소비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하고, 그 다음이 그럼 재활용을 어떻게 잘할거냐를 고민해야지 고민의 우선순위를 뒤바꾸면 안된다고 봅니다.
탈플라스틱을 위해서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책임이 있다
툰베리가 “우리에게 필요한 건 희망이 아니라 더 많은 행동”이라고 이야기했죠.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똑같습니다. 그럼 누가 더 많이 책임을 갖고 행동을 해야하는가. 소비자와 기업 생산자 모두입니다. 지금 기업의 책임을 요구하면서 묘하게 소비자의 책임은 면탈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고, 생산자 책임을 자꾸 소비자 실천으로 은폐했던 부분도 있는데, 소비자와 할 수 있는 것과 생산자가 할 수 있는 것이 달라요. 각자의 지점에서 각자가 해야할 역할을 해야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게 해서는 안된다는 거죠.
“나는 쓰레기를 사지 않았다” 함께 장을 본 뒤 필요없는 포장재는 벗겨 도로 반납하는 플라스틱 어택(2018년 7월)
출처 : 환경일보
생산자들이 해야하는 건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 포장재 사용 줄이고 다회용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혹은 재활용 잘될 수 있도록 생산단계에서부터 물건을 잘 만드는 것이겠고요. 기업이 잘 만들어주면 소비자는 분리배출을 철저히 해야겠고,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선택지가 있으면 그걸 택해야하는거죠. 이게 소비자 실천이고, 우리가 실천을 잘할 수 있게 기업들에게 물건을 똑바로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소비자 행동도 할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 어택이 여기에 해당되죠.
쓰레기로 연대하자
우유팩에 붙은 빨대 모아서 택배로 보냈더니 우유회사에서 빨대를 없애겠다고 화답 주셨죠. 스팸뚜껑 모아 보냈더니 명절용 포장에 한해서는 뚜껑을 제거했다고 하죠. 그간 신경 못썼던 플라스틱 디테일들, 비닐코팅된 종이, 화장품 용기, 배달용기, 껌, 담배꽁초…등등을 하나하나 잡아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생들이 매일유업으로 보낸 빨대와 손편지들(출처:조선일보)과 이후 빨대 없는 우유 출시광고
소비자단체 ‘쓰담쓰담’의 스팸 뚜껑 반납운동(출처:쓰담쓰담)과 뚜껑없는 스팸 추석선물세트 광고
소비자들이 행동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한데, 첫째 구체적인 문제를 인식해야합니다. 그러려면 관찰력이 필요하고, 정보를 통해 많이 배워야죠. 두번째 생활속에서의 쓰레기 연대가 필요합니다. 혼자서 하면 못해요. 쓰레기로 연대, 아, 쓰레기가 붙으면 항상 모든게 안좋아져요..(ㅎㅎ) 쓰레기 같은 연대가 아니고,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대를 해서, 생활속에서의 커뮤니티들이 많이 만들어지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두세명도 좋고 열명도 좋고, 그렇게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뭉쳐서, 메일 폭탄을 쏴도 되고 기업들 SNS가서 댓글달기 놀이를 해도 되고, 청와대 게시판에 국민 청원을 올릴 수도 있고, 요새는 우리가 편리하게 문제제기할 수 있는 경로가 굉장히 많은데, 이런 문제제기를 시민단체들만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도 쉽게 할 수 있는 거라는 인식을 우리가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처음에는 1시간을 계획했던 토크는 1시간 반을 넘겨, 그럼에도 열기가 식지 않은 상태로 아쉽게 종료되었습니다. 미국 배경의 영화에서 나온 플라스틱 문제를 한국적 맥락으로 풀어볼 수 있었던 시간,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해나가는데 있어 플라스틱에 대한 시선과 생산자-소비자간의 책임에 대한 균형을 잡을 수 있었던 풍부하고 알찬 시간을 선사해주신 홍소열 자원순환사회경제소 소장님 덕분에, 이에 열의로 함께해주셨던 참가자분들 덕분에 온라인상으로나마 쓰레기 연대를 함께 형성했던 것 같습니다. 진심어린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따로 또 같이 실천하며, 이후에도 다양한 자리에서 연대해나기를 바라봅니다.
글: 작은형제회JPIC 신혜정
* 소장님과의 플라스틱 토크 질의응답 풀버젼이 궁금하시다면?
👉 글로 확인 : 3월 기후변화 씨네톡_플라스틱 토크 기록
👉 영상으로 확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