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황사·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발생원 조사 연구 보고서를 내면서
중국의 모래먼지 폭풍(Dust Sand Storm)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높은 발생 빈도를 보였으나 1980년대 중반 이후 발생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면서 황사 발원지도 점차 변화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한국에 영향을 주는 월경성 황사는 최근 10년간 몽골에서 80%가 발원하였다. 이에 따라 동북아 황사·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발생원 조사를 위해 몽골을 대상으로 2010~2019년의 자료 분석하고 전문가 워크숍 및 NGO 활동가와 주민 인터뷰 통해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번 연구는 푸른아시아의 전신이 시민정보미디어센터가 연구 발간한 『몽골황사 저감사업 추진을 위한 선행사례 대안모델 연구』(2009)의 후속 연구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몽골은 1990년 자본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1992년 사유재산제도를 시행했다. 몽골 국내총생산은 2015년 약 115.7억 달러, 1인당 GDP는 약 3,781달러였다. 몽골정부는 지구적 불경기와 원자재 가격 시장 불안이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030년까지 1인당 GNI 17,500달러 달성 및 중고소득국 지위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2019년 거의 30%에 달하는 빈곤율을 2050년에 5%까지 낮추겠다는 별도의 계획도 있다. 이것은 몽골은 개도국 빈곤의 함정을 벗어나기 위해 산업 전 부분에 걸쳐 경제성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몽골은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로 춥고 긴 겨울과 짧은 봄과 여름을 특징이며 강수량은 연간 350mm다. 남부지역은 연간 강수량이 150mm 수준으로 사막의 특성을 보인다. 몽골의 토지이용은 목초지(80%), 산림(10%), 경작지(1%), 기타(9%)이나, 산림은 최근 10년 동안 1,349.5천ha에서 1,252.5천ha로 약 7.2% 감소하였다. 그리고 2015년도 기준으로 몽골의 사막화 및 토지퇴화(land degradation)를 평가했을 때 전체 지역의 76.9%가 사막화되었고, 정도에 따라 24.1%(약한), 29.7%(중간), 17%(심각한), 6.1%(아주 심각한) 수준으로 나뉘었다. 또한 최근 15년 동안에 토지퇴화가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인 2016년 통계에서는 토지퇴화 상태가 약한 지역이 11.2% 줄어든 반면, 중간과 강한 지역이 3.9%와 10.2% 만큼 각각 증가했다. 이것은 기후변화로 인한 토지퇴화와 사막화로 인해 몽골이 황사·미세먼지 발원지이며 이것이 점점 넓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몽골의 과학자와 전문가들과의 워크숍에서 발표된 자료와 인터뷰를 통해 몽골 사막화 또는 토지퇴화를 일으킨 자연환경 요소는 기온과 강수량임을 확인했다. 몽골의 기온은 최근 79년 동안 몽골의 평균 기온이 2.25도 올랐고, 1940년부터 2018년까지 연간 총 강수량은 약 7% 정도 감소하였다. 상승한 기온과 감소한 강수량이 표준강수지수(SPI, 0이하로 조사될수록 건조도 증가)를 낮추었다. 최근 60년 동안 몽골의 전 지역의 증발량을 조사한 결과 고비 사막 지대에서 3.2 ~ 10%, 숲 및 고지위대에서 10 ~ 15% 증가했다. 1997년부터 2011년까지, 표준강수지수는 –0.5에서 –1사이로 토양을 포함하여 강과 호수 건조화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기였는데, 이 기간 중에 몽골에서 빈번한 모래폭풍이 발생하여 한국에 영향을 주었다.
사막화 지역이 늘어난 중요한 다른 원인 중 하나는 방목지 악화인데, 표준강수지수의 하락은 목초 성장을 억제함으로써 방목지를 악화한 것이다. 2018년도 전체 방목지의 57.7%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2014년과 비교해 봤을 때 심각하게 악화된 지역은 5.9%나 증가했다. 방목지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가축 수의 증가다. 2018년도 조사에 따르면 몽골의 가축 수가 6천6백50만 마리이고 몽골 전체 노동인구의 55.8%가 유목민으로 나타난다. 몽골의 목초지에서 키우는 양이 자라기 위해 필요한 먹이량을 조사한 결과, 목초지 수용능력이 대부분 지역에서 초과되고 있다. 그런데 목초 성장과 관련된 지역 주민들의 경험을 종합해보면, 식물의 성장 감소가 가축 사육두수 증가보다 훨씬 큰 것으로 추정되고, 가축 사육두수는 증가하지 않았으나 목초지가 악화된 지역이 존재한다. 이것은 건조화 증가로 인한 식물의 성장이 억제된 것이 보다 사막화의 근본 원인이며 가축두수 증가가 상승작용을 일으켰음을 암시한다.
사막화와 함께 심각한 문제는 몽골의 대기오염이다. 대기 오염 물질은 황사와 함께 혼합되어 이동함으로써 황사가 떨어져 피해를 주는 침전지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몽골의 울란바타르나 다른 주요 도시의 미세먼지 수준은 몽골의 환경기준을 초과할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아울러 몽골의 대기 오염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몽골의 대기오염은 사막화 방지와 함께 관리해야 할 긴급하고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아직은 낮은 경제수준, 사막화 방지의 시급성, 그리고 대기오염의 심각성 때문에 몽골은 국제개발협력의 주요 어젠다로 기후위기 대응, 사막화 방지, 대기 오염 저감을 설정하고 동아시아 공여국(중국, 한국, 일본 등)과 국제기구(UNDP, ADB 등)와 협력해 왔다. 그러나 석탄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도시 대기오염 저감은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게다가 한국과 주로 협력한 사막화 방지 사업 또한 토지퇴화와 사막화가 진행되는 속도를 따라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몽골에서 이미 시행된 사막화 방지 사업을 분석한 결과 외국이나 한국의 다양한 기관들의 조림사업은 지원 금액, 사업 기간, 기술적 한계 등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조림지를 조성한 후 몽골정부 또는 지역사회에 이양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성공사례를 찾기가 힘들다. 몽골의 조림 기술은 높으나 현지 전문가가 적고, 시민들의 사막화 방지에 대한 인식은 점차 환경에 대한 관심 증대와 기후변화 피해로 인해 제고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결국 조림지를 조성하더라도 지속적 유지 관리가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에 사막화로 인한 황사·미세먼지는 다시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주민 서면 인터뷰를 통해서도 확인한 바는 사막화 방지 사업의 성공도를 높이는 중요 요인이 몽골 현지 주민의 신뢰 구축과 더불어 사막화 피해 지역 공동체의 사회경제적 성장이 가능한 방향을 설정하고 실천하는 것이었다. 피해 지역 주민들이 사막화 방지 조림 사업의 혜택을 체감할 때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으나 체감할 수 없을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따라서 사업을 통해 주민들의 생활환경이 개선이나 건강 증진 등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사업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려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공동체를 중심으로 그들의 신뢰를 얻고 그들의 삶의 질을 증진시켜줄 수 있을 때 지속적인 사막화 방지가 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민들의 반응과 행동을 볼 때 대기오염 저감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황사·미세먼지가 몽골에서 발생하지 않고 대기 오염 물질이 섞인 채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발원지에 사는 주민들이 자신들의 건강한 삶의 질 증진을 영위하면서 황사·미세먼지 저감의 중요성을 스스로 느끼고 능동적으로 실천하게 할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푸른아시아가 지속적으로 이러한 철학과 방향으로 활동해온 노력들은 무척 고무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보고서는 황사미세먼지 대응전략 기본 방향과 몇 가지 사업들을 최종보고서에서 제안하였다. 동북아 황사·미세먼지 대응전략의 기본 방향은 1) 순환형 사회 건설, 2)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연계 저감, 3) 피해 공동체의 적극적 참여 진작과 혜택 나눔, 4) 신기술 개발을 통한 전환 능력 향상, 5) 공동체 구성원 또는 국가 간 신뢰 구축, 6) 지역적 그리고 국제적 확산이다. 모래먼지 폭풍의 악영향을 현지에서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관찰, 예측, 완화 및 대처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동시에 미세먼지의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이 생기지 않는 반응을 통해서 열, 전기 그리고 구동력과 같은 에너지를 얻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방법이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과 동시에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울란바타르 대기오염 관리 협력, 모니터링 장비 관리능력 향상, 조림지 이산화탄소 축적량 및 영향 평가, 지속적 사막화 방지 협력사업 확대, 그리고 문제해결능력 확대와 국제 교류 확산에 필요한 사업이 기획되고 실천되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과제를 실행하기 위한 다자간 협력 플랫폼으로서 테라시아(Terrasia)의 구축과 단계별 실행 방안을 제시하였다.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여전히 인구는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유한한 지구의 자원을 점점 더 이용할 수밖에 없는 모순을 함께 가지고 있다. UN의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SDGs)가 주창되고 세계는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경제 성장(또는 부의 축적)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낙관론은 재평가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성장은 물질의 생산과 소비를 증가시켜, 예를 들면 몽골 등에서 사막화나 토지 퇴화처럼 환경 악화를 유발할 수 있는 근본적 문제를 안고 있다. 기후위기의 시대에는 더욱더 소수가 자본이나 자원을 독점하게 만들어 더 심각한 불평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 따라서 어려운 과제지만 물질의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를 덜 쓰면서도 부가 축적될 수 있는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수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즉, 부유함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과 성찰, 그리고 그에 따른 해결 방법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작은 실천들과 협력이 공동체에서 모여 실천되고 확산되는 푸른아시아의 사막화 방지 모델은 새로운 전환을 위한 훌륭한 출발점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