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02-[유전자 에이전트 김용범의<방귀와 분뇨의 비밀 이야기11>] 길거리에서 똥 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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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하다 갑자기 뱃속에서 탈이 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에선 화장실이 있을 리 없다. 수풀을 찾아서 대변을 배출한다. 누가 뭐라는 사람도 없고 보는 사람도 없다. 치우라는 사람도 없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나 동네를 걷다가 같은 상황이 되었다고 하자. 마찬가지로 주변에 화장실은 없다. 이때 사람이 없는 적당히 몸을 가릴 수 있는 곳에서 대변을 배출하면 어떻게 될까? 산에서와는 상황이 다르다. 걸리면 경범죄다. 걸리지 않으면 아무 산에서 대변을 본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누가 자기 집 주변에 대변을 보고 도망갔냐고 욕먹을 각오는 해야 한다.

누군가 욕을 할 것 같은 미안함 때문에 똥 싼 사람이 경찰에 자수하겠다고 했다고 하자. 가능할까?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 자수하더라도 범칙금 내는 정도가 가능할 것 같지만 이런 자수를 경찰에서 받아주지 않는다. 받아줄 체계가 없다. 본인이 배출한 곳에 가서 양심적으로 뒷 처리를 해준다면 모를까 걸리지 않으면 전혀 문제없다.

길거리에서 똥 배출만 이런 것은 아니다. 부패나 살인이라도 마찬가지다. 어떤 잘못이든 그것이 발각되지 않으면 그것에 대한 책임을 묻지 못한다. 더구나 잘못을 증명하는 책임은 자신이 아니라 정부에게 있다. 당신이 잘못했다면 어떻게 할까? 정직하게 말하고 형벌을 다 받을 것인가? 아니면 최대한 거짓말하고 입을 맞춰 자신이 불리한 모든 증거를 없애버릴 것인가?

형벌을 피할 방법으로 무엇이 좋을까? 전자는 정직하지만 잘못한 사실에 대한 기록이 남게 된다. 기록에 남게 되면 즉, 전과가 생기면 이후 삶에 이것이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다. 반면에 후자는 잘하면 아무런 기록도 남지 않는다. 아무도 모르는 일이 된다. 일부가 알아도 상관없다. 다양한 방법으로 비밀을 지킬 수 있으면 결국 똑같다.

비밀 지키기는 비교적 쉽다. 비밀을 아는 사람에게 이익을 제공하고 입을 닫게 만들면 된다. 자신의 생존 가능성이 올라가면 굳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이유는 없다. 모든 사람은 아니지만 이런 경우를 주변에서 본다.

일부는 진실을 말하곤 하지만 이것도 서론 나눈 이익에 불만이 있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유명했던 워터게이트 사건도 불만이 있었던 내부 고발자로 인해 생겼다. 전 FBI 국장 후버가 죽은 후 새로운 FBI 국장 임명할 때였다. 후버는 역대 대통령을 비리로 협박해 평생 FBI국장을 지낸 사람이다. 트루먼이나 케네디도 후버의 협박을 벗어날 수 없었다. 대통령이라도 약점을 가지고 있어서 국장에게 꼼짝할 수 없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닉슨이 대통령이 된 후에도 마찬가지로 FBI 국장 후버를 교체할 수 없었다. 그도 약점이 있었단 것이다. 그런데 눈엣가시 같았던 후버가 죽었다. 정보기관이 정치인 사찰로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던 닉슨은 이런 전철을 밟고 싶지 않았다. 측근 중 다른 사람을 임명했다. 그런데 이 임명에 불만을 품었던 FBI 부국장이 그만 닉슨의 약점이 되는 증거를 내놓았다. 이것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번져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만일 부국장이 FBI 국장이 되었다면 워터게이트 사건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도대체 뭐가 정의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보다 정부의 신뢰도가 높은 미국이 이런 정도다. 우리는 어떨까? 정말 부패가 없을까? 여든 야든 상관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서로 끼리끼리 비밀을 유지하며 권력을 가진 자가 이익을 나눠 먹고 있지는 않을까? 다른 사람보다 좀 덜 먹었다고 해서 정직하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 스스로 돌아볼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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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이택종 작가

이택종 작가는 강릉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꿈과 낭만 속에서 자랐다. 지난 25년간 만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로 살았다. 그 동안 여러 출판사에서 중·고등학교 교과서의 삽화 및 만화작업을 했다. 현재는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웹진 ‘e행복한 통일’에 월간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사람은 자신에게 오는 손실이나 자원 분배의 불공평엔 저항한다. 통상 7:3을 넘으면 저항이 시작되고 8:2가 되면 대부분 저항한다. 적게 받으면 이렇게 하지만 사람은 자신에게 오는 부정한 이익 많은 경우 저항하는 사람은 어떨까? 많은 경우 모른 척하고 부정한 이익을 받는다. 이것이 비리와 부패로 이어지고 반복되면 습관화되어 죄책감도 잊게 된다. 이것이 권력을 가진 자가 시간이 갈수록 부패하게 되는 본능적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을 개인의 도덕성만으로 벗어나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난 개인적으로 꿈 깨라고 하고 싶다. 개인의 도덕성조차 사람 몸속 호르몬에 의해서 조절된다. 의지로 불의와 같은 것에 저항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의지조차 호르몬에 의해 조절되는 것이 현실이다. 개인의 도덕성은 언제나 상황에 따라 변한다.

불의하고 부당한 일을 하지 않고 싶다면 방법이 있다. 난 이런 사람이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라는데 어떤 사람이 가능할까? 자기를 둘러싼 환경을 남들이 훤히 볼 수 있게 바꾸고 스스로 투명하게 행동하는 사람이다. 이런 방법이 가능할까 싶겠지만 투명하게 자신을 보여주는 방법은 많다. 과학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이젠 자기 생각이나 머릿속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정치인 중에 누가 얼마나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똥을 싼다.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예외는 아니다. 똥은 재벌이라고 해서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지나가는 거지가 싼 똥과 비슷한 색상과 냄새를 가진다. 그러나 요즘 언론 기사를 보면 마치 자신은 똥 싸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똥을 쌀 수 있는 존재임을 진솔하게 받아들이면 좋겠다. 그리고 적어도 공적 영역에서는 사생활 비밀 보장이란 논리 속에 숨지 않는 제도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진실한 사람은 사라지고 똥만 가득 찬 사람으로 넘쳐나게 된다. 부정과 부패는 계속되어 국민은 힘들어지고 사람들은 타락한다.

동전의 양면처럼 선악을 모두 할 수 있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서 촛불을 든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를 돌아본다. 그리고 정치인 스스로 더 투명해지고 그것이 제도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는 언제나처럼 밥그릇 싸움이 된다. 때론 부패한 사실이 드러나 수치심에 스스로 목숨을 거두는 슬픔이 생기게 된다.

누군가 잘못했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사회 구조가 사람이 잘못된 행동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린 이런 슬픈 역사를 반복해 왔다.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를 위해서 인간을 돌아보자고 한다. 객관적인 진짜 인간의 모습을 냉정하게 보자. 거기에 문제 해결의 답이 있고 지금보다 더 훌륭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