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몽골] 조림지에서의 다섯 달 ? 양효선 단원

돌아보기
7월 말 에코투어 업무지원을 나갔다. 돈드고비 조림지 상황과 에코투어 일정 등을 고려해 나는 ‘영남대학교 새마을국제개발학과’팀에 합류하였다. 에르덴 조림지에서 2박 3일 동안 나무 심기와 물 주기가 주요 일정이었다. 일정을 소화하며 파견 초반 조림지에서 일하던 날들이 떠올랐다. 처음 만져보는 삽과 곡괭이를 마냥 신기해하고 돌 같이 딱딱한 땅에 당황했던 날. 처음 나무를 심던 날 너무 얇고 작아 잘 보이지도 않는 묘목을 보고 눈이 동그래졌던 날. 저수조에 새 비닐을 깐 후 처음 받은 물이 깨끗하고 푸르러서 바다같이 보였던 날. 관수용 양동이를 처음 들어보고 그 무게에 깜짝 놀랐던 날. 하나 밖에 못 들던 양동이를 어느새 두 개 들고 다니는 내 모습에 스스로 흐뭇해하던 날. 어느 봄날 포플러 나무에서 돋아난 새잎들이 반짝반짝 반질반질 아름답게 빛나는 모습을 마냥 넋 놓고 바라보던 날 등등…….
그리고 처음이라 힘들었을 텐데도 정말 열심히 활동하는 참가자들을 보며 스스로도 돌아보았다. 여러 단체 중 푸른아시아를 선택하고 지원서를 작성하던 때, 선발되었을 때, 몽골에 도착했을 때, 조림지 생활을 시작했을 때. 각 시기마다 내가 가졌던 생각과 그 생각이 지금은 어떻게 변하였는지 혹은 잘 지켜지고 있는지. 이런 생각들도 들었고 이보다 더 과거인 대학생활도 떠올랐다. 나 또한 참가자들처럼 국제개발 관련 학과를 다녔다면 어땠을까, 이 분야에 더 흥미를 느끼게 되었을까 아니면 되려 실망했을까. 감사하게도 참가자들 덕분에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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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에르덴 조림지를 통해 우리 조림지를 비추어 보기도 했다. 조림지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뒤 다른 조림지를 방문했기 때문일까 비슷한 점과 다른 점, 시도해보고 싶은 점 등이 눈에 잘 들어왔다. 단순히 ‘일터’같이 느껴지는 돈드고비 조림지에 비해 에르덴 조림지는 비록 짧은 기간 머물렀지만 ‘마을’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신기하고 부러웠다. 두 조림지의 사업 시작 시기는 비슷한데 현재의 그 느낌들은 꽤나 달랐다. 느낌뿐 아니라 점적관수, 양묘장, 공동 게르 운영 방식, 자립을 위한 수익모델 등 직접적으로 보이는 부분도 배울 수 있었다. 앞으로 채워가야 할 많은 부분들을 배우고 돌아온 것 같다.

요즘
요즘 다를 것 없는 하루들이 반복된다. 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요즘 나를 제일 기분 좋게 하는 건 선선한 공기와 따스한 햇살이다. 음, 어휘가 부족해 글로는 느낌을 다 담을 수 없어 아쉽다. 나담이 끝나면 가을이라더니 아침과 저녁은 정말 쌀쌀하다. 오전 근무 때는 공기가 쌀쌀하거나 차갑다. 그렇지만 햇빛은 여느 때처럼 강렬하게 내리쬔다. 찬 공기에 춥다고 느껴질 때 따뜻한 햇볕을 찾아 그 속에 서있으면 기분이 정말 좋다. 선선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의 조화라고 해야 할까?…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선선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 아래 가만히 앉아 조림지를 바라보면 그렇게 고요하고 행복할 수가 없다. 바람에 따라 이쪽으로 저쪽으로 살랑거리는 풀들과 꽃들,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풀잎과 나뭇잎들, 바람 따라 풍겨오는 풀 냄새, 높고 넓은 하늘과 몽글몽글 움직이는 귀여운 구름들. 가만히 있어도 미소가 지어진다. 생각만으로도 너무 좋다. 에세이를 쓰는 지금도 얼른 출근해서 이 행복함을 만끽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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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쉬는 날에도 이 느낌이 그리워 아침을 산책으로 시작한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며 나 자신을 찬찬히 살펴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사람들과 있을 때 즐거워하는지, 어떤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지 등등.

나의 요즘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