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91-[대학생기자단-여지윤] 절취선이 환경을 살린다

#재활용품 수거 대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시작된 분리수거, 과연 우리는 올바른 방식으로 분리수거를 하고 있을까? 분리수거를 생활화 한지 오래 되었지만 최근 재활용업체에서 부착물을 떼지 않은 페트병 등은 받지 않겠다고 하여 재활용품 수거 대란을 겪기도 했다.

환경부 분리수거 관련 담당자는 “페트병을 분리수거할 때 다른 재질로 된 비닐 등을 제거한 후 버려야 한다. 그래야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페트병의 경우 비닐 제거 안 된 것은 그냥 ‘쓰레기’라는 것이다.
한 재활용업체 관계자 또한 “폐페트병에 부착된 비닐이나 접착제를 완전히 제거해야 재활용이 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페트병은 재활용이 어렵다고 보면 된다”며 다시 한 번 올바른 분리수거 방법을 강조했다.

서울시 남가좌동에 거주하는 A 씨는 “분리수거할 때 한 번도 생수나 음료수의 페트병에 붙어있는 비닐을 뜯어내고 버린 적이 없다. 직접 뜯지 않아도 쓰레기처리 과정에서 기계가 하는 줄 알았다. 이제껏 좋은 마음으로 했던 분리수거가 아무 의미가 없었던 것 같아 허무하다”며 제대로 분리수거하지 않은 생활쓰레기는 어떻게 처리되는 건지에 대해 물었다.

분리수거통

분리수거통

#폐페트병의 운명은 수거-재활용-수출-소각 4단계
조사 결과, 우리나라 쓰레기 처리 과정은 크게 수거-재활용-수출-소각 4단계를 거치는데, 가정 및 여러 시설에서 분리수거 된 폐페트병 등은 선별장을 거쳐 재활용 가능 여부가 결정된다고 했다. 선별장에서 국내 재활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수거물은 쓰레기로 버려진다. 즉, 매립과 소각의 과정을 거쳐 폐기물로 처리되는 것이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환경부가 말한 것처럼 전체 재활용 쓰레기 중 잔재물(음식물 및 그 밖의 오염물질) 비중이 40%라면 잔재물에 많이 노출된 쓰레기는 재활용 될 수 없어 25%는 소각되고 15%는 매립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현재 우리나라 재활용 쓰레기처리 과정에서 1차적으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오염된 재활용품이 쓰레기로 처리되는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는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재활용 쓰레기 중 잔재물 비중이 20%, 일본은 5%라며 특히 독일은 폐기물처리 방식에 있어서 재활용 70%, 나머지 30%는 소각 시에 에너지로 활용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오염된 쓰레기의 경우 세척하여 사용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그 양이 많아 세척 비용이 과도하게 들어가고, 재활용 품목별 지원금이 많이 부족하여 손해를 감수하고 재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재활용 가능 항목에 대해서도 재활용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재활용은 지구환경을 지키는 첫걸음.

재활용은 지구환경을 지키는 첫걸음.

또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의 용기에 복합재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재활용에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플라스틱 용기에 비닐과 종이가 함께 디자인된 경우, 서로 다른 재질을 결합하기 위한 과도한 접착제 사용까지 있어 이질적 제품에 대한 분리수거에 대해 시민들도 많은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페트병에 부착된 비닐을 제거하여 온전히 플라스틱만 남은 페트병으로 분리수거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실제로 찾아본 결과, 한국과 일본 플라스틱 제품에 있어서 결정적 차이는 바로 ‘절취선’이다. 일본은 1992년부터 페트병 라벨에 접착제 사용을 규제하며 이중 절취선을 도입해왔다. 눈에 잘 보이지 않은 이 선이 미치는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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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버리면 자원이 아니라 쓰레기

페트병 천국, 서울의 L 마트를 방문했다. 직접 마트를 샅샅이 돌며 페트병을 확인한 결과 생수, 음료수, 주류 등 여러 코너에서 ‘절취선’ 있는 페트병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발견할 수 있었던 두 가지 음료수. 바로 이프로 아쿠아와 뽀로로 음료수였다. 이프로 음료수의 경우 일본과 같이 이 중 절취선으로 되어 있어 비닐 제거가 굉장히 쉬웠다. 반면 뽀로로 음료수는 한 줄 절취선으로 되어 있어 이중 절취선에 비해 뜯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절취선이 아예 없는 페트병의 비닐 라벨은 맨손으로 제거하기 쉽지 않았다. 제거 후에도 접착제로 인해 깔끔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자취를 하고 있어 항상 물을 사 먹고 있는 B 씨는 “솔직히 물을 먹고 버릴 때마다 칼이나 가위로 비닐을 제거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습관화될 때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고 일본의 사례처럼 적극적으로 이중 절취선 방식이 도입되어 분리수거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처럼 일본의 사례를 적극 반영하여 우리나라도 에코 디자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면 작은 시작부터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분리수거지만 다 다른 방법으로 버려지는 쓰레기가 더 많았다는 사실. 쓰레기 대란으로 인해 재활용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진 이 시점에서 시민들에게 보다 적극적이고 일관된 분리수거 방법을 홍보하여 문제가 사라지길 기대해본다.

여지윤 푸른아시아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