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91-[리뷰]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를 읽고
“우리 모두 기후변화의 주범… 환경난민 구할 책임 있어”
사실 이전에는 ‘기후변화’는 나와는 별 관련 없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별다른 관심도 없었다. ‘기후’라는 분야 자체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과’적 소양을 가진 이들의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회, 역사, 경제 등 문과 성향이 짙은 것들에만 흥미를 느꼈던 나에게 ‘기후’는 그냥 머리를 아프게 하는 과학일 뿐이었다. 하지만 총장님의 한 시간 남짓했던 강연과 총장님이 그동안 쌓아 오신 내공과 경험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책을 읽고 나서 ‘기후변화’라는 주제에 대한 나의 인식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감히 나 안지윤 이라는 한 사람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났다고 말하고 싶다.
필리핀의 ‘깔링가’라는 빈민층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서 집짓기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다. 맑은 눈을 반짝이며 활짝 웃는 미소가 너무나도 예뻤던 아이들이 사는 그 곳은 안타까울 정도로 열악했다. 천사 같은 아이들은 우리가 주는 조그마한 간식에 너도나도 달려들며 행복해했고, 집을 짓기 위해 필요한 자재들을 옮길 때에는 먼저 다가와 그 조그마한 몸으로 도와주었다. 이전에 여러 봉사활동을 해 보긴 했었지만 필리핀에서의 시간만큼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온 것은 없었다. 그 이후로 사회 복지에 자연스레 눈길이 갔다. 더불어 살아가는 지구촌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그들에게 도움이 되어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어찌하여 그들이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단순히 ‘필리핀은 빈민층 비율이 높으니 그렇겠지’라는 생각밖에 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그 아이들이었다. 어쩌면 그들도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를 입은 환경 난민의 일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을 그런 처지로 내몬 것은 바로 우리, 바로 나 자신 아닌가. 그렇다면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며 도움을 주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책에서 나온 말대로 우리가 기후 변화의 주범이기에 나는 그들을 구할 책임이 있다.
우리는 세계 복지 향상을 목표로 아프리카의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 후원금을 내고,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주기 위해 의료 봉사를 가고 또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소외된 이들의 삶의 터전을 마련해준다. 넓은 마음으로 타인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도움을 주는 것은 훌륭하다. 하지만 이런 도움들은 일시적인 상황 개선에 불가하다. 지금처럼 기술의 발달로 얻게 된 혜택을 최대한으로 누리는 것을 지속한다면, 이로부터 야기되는 기후변화가 더욱 심해지면서 결국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도 언젠가 기후변화의 희생양이 될 것이다. 원인은 외면한 채 단순 자원봉사에만 힘쓴다면 미래는 나빠지면 나빠지겠지 더 나아지진 않는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기에 책의 3장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내 머릿속은 정말 지구는 희망이 없는 걸까, 결국 우리는 미래에 우리가 창조해낸 기술로 인해 점차 쇠퇴의 길을 걷게 되는 걸까 등 비관적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 제일 먼저 문제 해결을 위해 박차고 나서야 할 기업들, 정부도 외면하는 판국에 나와 같은 나약하고 작은 존재가 무엇을 할 수나 있을까 라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4장을 읽고 나서 희망이 생겼다. 석관동 두산아파트의 주민들이 하나 둘씩 모이면서 에너지 절약 아파트를 만들어낸 것처럼, 푸른아시아가 나무 하나와 함께 시작해 몽골의 여러 죽은 지역을 다시 살린 것처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히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전의 내가 기후변화에 있어 무지했던 것처럼, 사실 기후 자체에 관심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책을 읽고 주변 친구들한테 물어보았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원인이 뭐라고 생각해?’ 내지는 ‘어느 나라 때문인 것 같아?’라는 질문에 중국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이다. 몽골 또는 우리나라가 발원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 이처럼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는 전 지구적으로 중요한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약하다. 그래서 현재 재학 중인 대학생의 신분으로서 당장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전파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제일 먼저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선물하고 싶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단결하여 문제 해결을 위해 나아갔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기후변화라는 구름이 우리의 미래를 검게 드리우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공동체의 강하다 하지 않았는가.
끝으로 책의 저자이신 오기출 사무총장님이 매우 존경스럽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 때, 좌절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뜻을 향해 묵묵히 길을 걸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그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 그리고 희생이 여러 사람들과 지구를 살리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나 역시 그 중 하나다. 그러한 점을 본받아 앞으로 인생에 있어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설령 불확실하여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열정으로 나아가야겠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세계 복지와 더불어 기후변화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며 건강한 지구, 행복한 지구를 이끌어 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안지윤 인천대학교 무역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