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6-[2018 파견단원들이 읽어 본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박지혜] 나무 한 그루의 희망!

지난 20년간 몽골에서는 1166개의 호수와 887개의 강, 2096개의 샘이 사라졌다고 한다. 책을 읽고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호수가 사라지다니….

어릴 때 내가 꿈꾸는 몽골은 말이 뛰어다니는 푸른 초원이었다. 지인 중 포토그래퍼인 친구가 몇 개월 몽골에 거주하면서 촬영을 했었다고 했다. 직접 촬영했다며 보여준 영상이나 사진도 푸른 초원에 말이 뛰어다니는, 내가 꿈꾸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푸른아시아 단원 지원서를 작성하면서 조사해본 몽골은 전혀 상상해보지 못한 모습이었고, 실로 처참하다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사진은 일부분에 불과할 뿐 그 실상을 다 보여주진 못했는데, 책으로 접한 몽골은 나무에서 시작하여 환경, 기후에 대한 연관성과 인류생존에 대한 문제까지 담고 있어 사태에 심각성을 여실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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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을 때 미얀마 여행 중이었는데,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미얀마는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느껴졌다. 책을 읽기 전엔 단순히 개발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미얀마, 개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얀마 본연의 모습을 잘 가지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아직 자본이 어려운 나라라고 생각했다. 여행 중반 지역을 이동하면서 다시 책을 읽어나갔는데 내가 모르는 미얀마의 이면을 알았고, 그동안 보던 풍경은 다르게 와 닿았다.
단순히 개발되지 않아 흙으로 된 땅이 많고, 도로에 모래가 많았고 그래서 흙먼지가 많이 날린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차를 타고 산으로 올라갈 때면 맑은 공기에 절로 창문을 열고 냄새를 맡게 되는데, 미얀마에서도 처음 산을 접했을 때 너무 좋아 창문을 열고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다.
하지만 출발한지 10분 지나서 흙먼지가 많이 날려 창문을 닫았고, 그 후 내가 본 산은 나무와 흙이 흰색, 회색, 갈색 등 갖가지 색을 담고 있었다. 푸르른 나무가 우거진 모습은 산꼭대기 멀리 보였고, 내 앞에는 흙먼지 날리는 공사장과 말라가는 강물,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강아지가 전부였다. 그리고 생각보다 논이 없고 죽은 땅, 활용하지 않는 땅이 많았고,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있거나, 한 평도 되지 않는 땅에 아스팔트 작업을 하는데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의아하게 느껴졌다.

여행하면서는 현지인 보다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내가 보는 대로 믿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상을 알지 못한다. 여행 가이드북에서 알지 못한 미얀마의 모습을 책으로 접한 후엔 새로운 시각으로 미얀마를 보고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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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간 대구에 살면서 고속도로를 타고 갈 때면 사과가 유명하다는 광고판이 붙어있는걸 본적이 있다. 하지만 대구에서 나고 자란 사람조차도 대구가 사과 산지인지 몰랐다고 할 정도로 많이 변했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지 그게 기후 때문인지도 몰랐고, 자세히 알려고 하지도 않았었다.

그리고 10년 전 명품생수를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만든 적이 있었다. 어렸을 때 ‘이러다 물을 사먹는 시대가 오겠다.’라는 말이 생각나서 만들게 되었는데, 다큐를 만들 당시 물을 사먹는 건 이미 일상이 되어 당연시 되었었다. 세상은 이렇게 빨리 변하는데 이 모든 게 기후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 무섭게 느껴졌고, 자연이 주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사실 책을 읽고 마음이 많이 무거워졌고 다시 되돌아보며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중요한 일을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꽤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쉽게 생각한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책에서 알려준 벌새처럼, 미약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훗날의 후손에게 더 나은 미래를 남겨줘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는데, 훗날보다 지금 현재 이 세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좀 더 나은 세상을 살고 싶어졌다.

그리고 가장 잊지 말아야할 한 가지는 ‘내가 하고 싶거나 할 수 있는 일 보다 몽골 현지 분들에게 필요한 일을 찾아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것이다. 몽골에서 가장 잊지 말아야할 마음가짐인 것 같다.

2018년도 푸른아시아 봉사단원 박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