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0-[푸른아시아 책꽂이] 기업 소유권의 진화

주식회사부터 협동조합까지 기업 지배구조별 성공 요인 탐구

<기업 소유권의 진화>
헨리 한스만 지음, 박주희 옮김
안동경/장종익 감수
한국협동조합연구소/북돋움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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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말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후 최근까지 설립된 1만 2,000여 개 협동조합의 성적표는 매우 초라하다. 이 중 절반은 사실상 문을 닫았으며, 내실 있게 운영되는 곳은 1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주식회사와 달리 조합원 모두 1인 1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경제 공동체인 협동조합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은 무엇일까?

최근 ‘갑질’ 논란이 부각된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왜 가맹점이 소유한 형태의 협동조합이 번성하지 않는 걸까? 근래 시도되고 있는,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이 만든 피자연합협동조합, 동네 빵집들의 동네빵네협동조합, 마을 카페들의 소셜카페협동조합 등에 내재된 약점을 보완하려면 어떤 조직 전략, 내부 규칙과 제도적 환경이 필요한가?

헨리 한스만의 ‘기업 소유권의 진화’에서 이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주식회사부터 협동조합까지 기업 지배구조별 성공 요인을 탐구한 이 책은 협동조합 분야 연구서의 고전으로 꼽힌다. 1996년 출간된 이후 기업 연구에 관한 논문에 3,000회 이상 인용된 것이 ‘최고 권위서’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동안 협동조합 관련 책이 역사, 철학, 국내외 사례 소개에 치우쳤던 것에 비해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협동조합을 바라본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협동조합 기업 이론의 고전으로 꼽히지만 경제학, 경영학, 법학, 정치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도 이 책의 힘이다.

안도경 서울대 교수는 “이 책은 소비자 또는 노동자가 소유하는 경제조직 등 대안적 소유 형태를 논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함께 감수를 한 장종익 한신대 교수는 “한스만의 이론은 협동조합의 등장과 존재 근거, 한계까지 체계적으로 설명한 거의 유일한 이론”이라며 이 책을 적극 추천했다. 이 책이 번역됨으로써 그동안 국내 협동조합 연구자들이 원서로만 보아오던 것을 더 많은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도 반가운 일이다.

특히 이 책은 소비자협동조합, 노동자협동조합, 생산자협동조합 등을 협동조합이라는 하나의 틀로 묶지 않고 각각의 환경과 업종에 따라 특징을 기술하고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이 책은 특정 협동조합의 성공에 대한 예언서가 아니라 성공을 활성화 하기 위한 전략서다. 이 책을 번역한 박주희 박사는 “당위(have to)적 언어가 많았던 협동조합 관련 연구에 ‘왜(why)’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 한스만의 공헌이라면, 현장의 실천가들은 이를 ’어떻게(how)’라는 질문에 적용함으로써 성공 전략을 세우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박주희 박사는 서울대 소비자학과를 나와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학에서 소비자학 석사,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협동조합 연구자다. 정부, 지차체, 교육청 등과 협동조합 운영 모델, 협동조합 정책 등 다수의 연구를 진행했으며 저서로 ‘협동조합 키워드 작은 사전’ ‘만들자, 학교협동조합’ 등이 있다.

글 이동형 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