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0-[푸른아시아가 만난 사람] 출판평론가 김성신
“신명나게 딴 짓 하다보면 뭔가 터질 겁니다.”
출판계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대부분 출판시장이 너무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비해 국민들이 책을 너무 안 사고 안 읽는다는 게 중론이다. 종편, 휴대폰, SNS 등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아서 그렇다고 하지만 미디어 채널이 다양해지기 전에도 책은 ‘좋긴 하나 잘 안 팔리는 품목’임에 변함없었다. 이런 출판시장에 대해 너무나 낙관적으로, 너무나 희망적으로 보며 즐기기조차 하는 이가 있다. 출판평론가 김성신 씨가 그 주인공이다.
푸른아시아와의 인연은 오기출 사무총장이 펴낸 ‘한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 책 소개를 부탁하려고 만난 데서 출발한다.
합정동에서 그를 만났을 때 첫인상은 ‘주변 사람들을 돕는 일이 주업’이구나 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그를 만난 것은 푸른아시아 카페콘서트 그린토크를 부탁하는 자리였다. 일관되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코디네이터’였다.
세상에는 자신을 꾸미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다듬고 꾸미는데 더 신나게 몰두하는 사람이 있다. 주로 코디네이터들이 그렇다. 출판평론가 김성신 씨도 그런 사람이다. 출판평론가의 업이 그렇기도 하지만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다른 사람들을 소개하고 평가하고 좋은 점을 부각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오기출 사무총장의 책 ‘한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개의 복이 온다’를 전했을 때 “이번 일요일 KBS 제1라디오 ‘생방송 일요일’에서 소개할 겁니다” 했는데 나흘 후 방송을 들어보고 깜짝 놀랐다. 마치 책을 줄을 그어가며 읽은 듯 핵심 내용을 조목조목 파악하고 소개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저자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란 듯 본문 내용 중 한 부분을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이 사람 점장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푸른아시아 카페콘서트의 그린토크도 항상 ‘환경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사람 이야기’와 ‘삶의 지혜’를 나누는 자리로 범위를 넓히고자 한 데에는 김성신 씨와의 만남이 결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이야기를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평소 지론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그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스포츠경향에 연재 중인 홍선애 김성신의 북톡카톡을 가장 잘 표현한 사진이다.
– 그 어렵다는 출판시장에 대해 낙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출판시장을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책을 만들어 파는 부분은 여전히 어렵긴 합니다. 그러나 시야를 넓히면 출판시장이 단지 책을 파는 영역만 있는 것은 아니죠. 출판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 개발은 무궁무진합니다. 특히 앞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에 들어서면 더 더욱 융합전문가의 시대가 될 터인데 융합전문가의 노하우는 정말 좋은 콘텐츠죠. 전 거기서 희망을 보는 겁니다.”
그는 주위의 많은 지인들에게 책읽기를 권한다. 심지어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노하우까지 전수한다. 그 예 중 하나가 요리사 유재덕 씨를 출판평론가로 데뷔시킨 것이다. 유명 호텔 요리사인 유재덕 씨에게 한권 한권 책을 권한 김성신 씨는 1년 후 어느 날 서평 지면을 잡아놓고 유 씨에게 서평 쓰기를 권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유 씨는 ‘파블루머 유재덕의 칼과 책’이란 칼럼명으로 매달 한편씩 서평을 발표하고 있다. 유 씨는 김성신 씨 덕분에 직업이 두개가 되었다.
화가인 천지수 씨의 경우도 유재덕 씨와 비슷한 길을 걷게 했다. 로마국립미술원에서 회화를 전공한 그는 2003년에 ‘지오반니 페리코네’ 이탈리아미술대전(La pittura 4 edizione ‘Giovanni Pericone’)에서 대상을 받아 주목을 받았지만 한국에 돌아온 후 아티스트로서 갈증을 느끼다 다시 아프리카로 가 작품 활동을 하던 예술가였다. 그에게 책읽기를 권하고 책을 읽다보니 서평의 욕심을 내게 되고 그러다 스포츠경향에 ‘천지수의 책 읽는 아틀리에’ 고정 칼럼도 쓰고 있다.
지난 7월 20일 푸른아시아 카페콘서트에서 강연중인 김성신 씨
– 요리사 유재덕 씨와 화가 천지수 씨의 사례에서 보듯 전문가들에게 책읽기를 권하고 그러다보면 서평도 쓰게 되고 ‘전문가의 영역 확대’ 그런 분위기를 확산시키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시대가 바뀐 것을 직시해야 합니다. 20세기에는 단 하나의 직업으로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미덕이었지만 21세기에는 이 같은 삶의 자세로는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힘듭니다. 최근 사회학과 교육학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 20대 미만 젊은 친구들은 앞으로 6번의 직업을 바꾸며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소위 ‘한 우물만 파는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
– 직업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하는 건데요, 김성신 씨도 출판평론가 외 다양한 직업을 거쳤던 것 같습니다.
“큰 틀에서 보면 출판평론가가 맞죠. 그런데 전 ‘딴 짓’을 좀 좋아합니다. 그것도 신명나게 하는 딴 짓을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니 한걸음 더 나아가 문화평론가도 하고, 출판사 경영컨설턴트도 하고, 비영리단체 후원도 하고, 겸임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합니다.”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것은 출판의 연장이라고 할만 하지만 탈북청년을 지원하는 문화예술 대안기업 ‘코리아 라딕스 오케스트라’를 기획하고 설립을 추진한 것은 의외다.
– 탈북청년들을 후원하는 것은 어떤 인연으로 하고 있는지요?
“주변의 지인들 중 탈북청소년 지원을 하는 분이 계셨는데 제게 도움을 요청해 함께 하고 있습니다. 탈북청소년들에게는 현재보다 더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제도적인 미숙함이 있는 것 같아 문화적 접근법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자신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많이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큰 ‘선물’입니다. 저도 그렇게 지원하려고 합니다.”
김성신 씨는 책읽기가 자신의 직업영역도 넓혀주는 기회라고?강조한다
그는 미디어를 가장 잘 활용하는 출판평론가 중 한명이다. 지금도 KBS 제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 KBS 제1라디오 ‘생방송 일요일’ 등 9개 방송에 고정출연 중이다. 스포츠경향엔 무려 4년 동안 칼럼 게재를 지속해 오고 있는데 2012년 ‘남정미·김성신의 북톡카톡’에 이어 최근 홍선애·김성신의 북톡카톡으로 시즌2를 이어가고 있다. ‘북톡카톡’은 근엄하고 진지한 서평에 뼈를 발라낸 살코기처럼 부드럽다. 수다 형식으로 이어지며 재미가 톡톡 터진다. 책이 낯선 사람들도 부담 없이 읽어 내려간다. 이것이 김성신의 개성이고 힘이다.
사족 : 그는 출판평론만 하고 책은 안 쓰냐고요? 이런 말 안 들으려고 책도 썼다. 일등인생을 만든 삼류들(2013), 북톡카톡(2015)
글 이동형 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