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0-[생태사진작가 김연수의 바람그물⑧] 팔색조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새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새는 무엇일까?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단연 팔색조를 꼽는다. 팔색조는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고 숲이 울창한 곳을 좋아한다. 팔색조는 전남 완도와 경남 거제 등 해안가 숲에서 주로 번식하지만 최근에는 한반도 중부이북에서도 번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한 사례가 될 지도 모르겠다.

“호이호잇― 호이호잇”
어미새가 둥지 근처에 와서 신호를 보내면, 바위 위에 틀어 앉아 있는 둥지 속에서 새끼들이 먹이를 받아먹으려고 서로 질세라 얼굴을 내밀기 여념이 없다.

나뭇가지를 켜켜이 쌓고 그 위에다 이끼와 풀로 만든 둥지는 인근의 바위들과 비슷하게 생겨서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어미가 겨우 드나들 정도의 작은 구멍만 나 있는지라, 여느 때는 그 둥지 속에 새끼들이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새끼들은 자라서 둥지를 떠날 만큼이 되어야 비로소 어미의 울음소리를 듣고 얼굴을 둥지 밖으로 내밀기 때문에, 녀석들을 카메라에 담기 또한 만만치가 않다. 녀석들이 둥지를 떠나기 바로 얼마 전의 3~4일이 녀석들을 기록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팔색조는 여덟 가지의 선명한 빛깔을 띠고 있어서 팔색조라 부른다. 머리가 크고 목과 꼬리가 짧은 산림성 조류로, 습기가 많고 어두컴컴한 활엽수림 속에서 서식한다. 비교적 긴 다리를 이용하며, 생활은 주로 땅 위에서 한다. 아래로 약간 구부러진 부리로 낙엽이나 덤불 속을 헤쳐 지렁이와 곤충을 잡아먹는다.

팔색조는 바위나 키가 작은 나뭇가지에 둥지를 틀기 때문에, 천적은 주로 뱀이다. 그래서 둥지를 틀고 그 둘레에다 뱀이 싫어하는 냄새를 풍기는 오물을 바르는데, 이 또한 약자 나름의 생존전략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서는 장마철인 7~8월에 남부 해안지방과 섬에서 소수가 번식하며, 겨울이 되면 동남아로 월동을 떠난다. 인도네시아 보루네오섬이 주 서식지이다.

사진·글 김연수 생태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