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8-[생태사진작가 김연수의 바람그물⑥] 검은머리갈매기
멸종위기의 세계적인 희귀조 검은머리갈매기(Larus saundersi, 환경부 지정 법정보호동물 36호) 1백여쌍이 영종도에서 해마다 집단번식에 성공했었다. 이곳은 3면이 수로로 둘러쌓여 천적이 접근하기 어렵고, 칠면초, 해옥나물 등 염생식물들이 자라고 있어 번식지로 최적이었다. 시화호에서 수십개체가 번식한 사실이 알려져 한국에서 이들이 번식하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으나, 1백쌍이 넘는 대규모 개체가 수도권에서 번식하고 있는 사실은 필자가 1998년 처음 발견했다.
반경 2km 안에서 관찰한 둥지수는 약 1백여개였으며, 둥지에는 2~3개 알들을 산란했다. 암수가 교대로 둥지를 지켰고 먹이를 구하러 10km 이상이나 떨어진 갯벌로 이동하는 것을 목격했다. 둥지는 비교적 메마른 굳은 땅위에 마른 칠면초를 이용했으며 둥지간 거리가 10m~20m 정도로 밀도가 높았다. 이들은 지나가는 차량과 공사 중인 포크레인에는 별다른 방해를 받지 않았으나 반경 3km 이내에 사람이 들어오면 일제히 비상하여 사람의 머리 위 1m까지 하강하여 공격하는 등 괭이갈매기보다 대담한 공격성을 보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곧 빠지면 3분이 채 못돼서 둥지로 돌아가 안정을 되찾았다.
검은머리갈매기는 지구상에 7천여마리가 생존해 있는 멸종위기종으로 국제습지보존연대회의(RAMSA)에서는 그 1%인 70마리가 서식하면 그 습지를 람사사이트로 지정하고 있다.
중국, 한국, 북한을 포함한 발해만에서 서식하는 검은머리갈매기는 한국 경기만에서 주로 번식하며 서남해안 갯벌을 따라 이동, 겨울철에는 순천만과 일본 해안가, 중국 남부에서 월동한다. 월동지인 일본에서는 해마다 검은머리갈매기의 숫자를 카운트하며 그 보호에 혈안인데, 정작 번식지인 한국의 갯벌들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특히 영종도와 송도의 갯벌이 사라지면서 검은머리갈매기의 번식지도 사라지고 있다.
국제관문인 인천공항에 첫 도착한 외국인들이 멸종위기의 국제보호조인 검은머리갈매기가 대규모로 서식하는 광경을 본다면, 한국의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느낄텐데 무차별 개발만 앞세우는 대한민국은 그 가치를 말살시켰다.
이 땅에서 삶을 이어갈 우리 후손들에게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김연수 생태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