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8-[강찬수 환경전문기자의 에코사전⑩] 기상이변 Extreme Weather Events

폭염과 극심한 가뭄, 한파와 폭설 등 일반적인 계절 변화에서 보기 드문 기상 현상을 말한다. 수십 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 등과 같은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기상이변은 자연 재해로 이어지고 엄청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낸다. 최근에는 기상이변이 기후변화, 즉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2010년 추석 연휴 때 폭우가 쏟아져 서울 광화문이 물바다가 됐다.

2010년 9월 추석연휴 때 서울 등 수도권에 쏟아진 폭우는 일종의 기상이변이었다. 9월 하순에 그렇게 많은 비가 퍼부은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2010년 추석 전날인 9월 21일 하루에만 259.5㎜의 비가 퍼부은 것을 비롯해 그해 9월 1~21일 서울에 내린 비는 모두 656㎜였다. 1908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9월 강수량으로는 최고를 기록, 102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그해 1월에도 있었다. 1월 4일 서울에는 관측사상 최대인 25.8㎝의 눈이 쌓이는 등 중부 지방에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졌다. 이날 서울에 내린 눈은 적설 관측기록이 남아 있는 1937년 이후 가장 많았을 뿐만 아니라 아마도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후 100여년 만에 최고치일 것으로 추정된다.

2004년?3월 경부고속도로를 마비시킨 폭설

2016년 여름에는 폭염에 시달려야 했다. 여름 전체로 보면 1994년 여름에 역대 최악의 폭염이 나타났지만 8월 전반기(1~15일)만 놓고 보면 2016년이 더 더웠다.
서울의 경우 2016년 8월 1~15일 평균기온이 29.7도로 1907년 서울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1994년 29.4도보다도 높았다.

기상청 예보관들은 이 같은 폭우와 폭설, 폭염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할 때가 많고, 그럴 때마다 일기예보가 빗나갔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2003년 한반도에 상륙, 큰 피해를 낸 태풍 매미의 인공위성 사진

세계적으로도 기상이변은 잦아지고 있다. 2013년 11월 필리핀을 강타한 슈퍼태풍 하이옌(HYIYAN)은 순간최대풍속이 시속 380㎞에 이를 정도였다. 태풍으로 인해 필리핀 중부도시 타클로반 지역의 인명 피해는 사망 6111명, 실종 1779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이에 앞서 2008년 사이클론 나르기스(Nargis)가 미얀마를 강타했을 때는 무려 18만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또 2003년 여름 폭염이 유럽을 뒤덮었을 때는 노인들을 중심으로 3만5000여명이 숨졌다.
독일 포츠담기후피해연구소(PIK) 과학자들은 2012년 3월 ‘네이처 기후변화’ 저널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빈발하는 기상이변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개별적인 기상이변과 지구온난화의 연관성을 따지기는 쉽지 않지만 여러 번의 기상이변을 종합, 분석하면 지구온난화와 연관을 확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05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특히 기후변화로 기상이변이 잦아들면서, 과거에 기상이변이었던 것이 이제는 정상적인 것(New Normal)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요즘의 여름철에 보기 드물게 나타나는 폭염과 극단적인 고온 현상이 40~50년 쯤 지나면 일상적인 기온, 평년기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묶지 못한다면 더 많은 기상이변이 나타나고, 일부 국가는 극복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관련 도서

≪지도로 보는 기후변화≫ The Atlas of Climate Change
크리스틴 다우?토머스 다우닝 지음?최영은?권원태 옮김?시그마프레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기상이변, 온난화 현상을 지도에 표시한 책이다. 또 기후변화의 원인과 영향 등에 대한 다양한 도표가 담겨져 있어 기후변화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앵그리 플래닛-뜨거운 지구가 보내는 냉혹한 경고≫ World on the Edge
레스터 브라운 지음?이한음 옮김?도요새
매년 ‘지구환경보고서’를 내는 미국 월드워치연구소장을 지내고 지금은 지구정책연구소장으로 있는 저자가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과 자원낭비로 인해 지구가 파산을 향해 치닫고 있음을 경고한 책이다. 저자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고 80억 인구를 먹여 살릴 대안, 즉 플랜B를 시급히 마련하고 실행에 옮길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