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7-[송상훈의 식물이야기] 산에서 자주 만나는 덩굴식물3

19대 조기대선이 코 앞이고 곧 장미도 흐드러질 것이다. 세월이 하 수상해도 봄은 오고야 마는 것, 이번 대선에서 시민사회의 바람을 담아 국정을 제대로 운영해 줄 차기 지도자가 선출되기를 바라며, 산에서 자주 만나는 덩굴식물 3회째를 시작한다.

중북부 고지대 산기슭이나 정상에 주로 자생하는 미역줄나무(노박덩굴과)는 낮은 관목을 덮으면서 높이 2m까지 자라는 목본덩굴식물이다. 줄기와 잎병이 처음에는 녹색이다가 점차 적갈색으로 변하는데 미역줄기 비슷해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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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에는 5개의 능선이 있어 각진 느낌이고 잎은 두텁고 거친 듯 보이며 무딘 톱니가 있다. 덩굴식물이 주로 그러하듯 햇볕을 좋아하는데, 6~7월 산정상 가까이 올랐을 때 나무나 바위를 덮으면서 하얗거나 황록색 꽃을 무더기로 피워 지친 몸을 맞는다면 미역줄나무일 가능성이 높다.
열매는 닭의덩굴 비슷하게 날개가 있다. 어린 순은 나물로 데쳐 식용하며 줄기껍질은 진통효과가 있다.

인동초(忍冬草) 또는 금은화(金銀花)라 불리는 인동덩굴(인동과)은 추위를 잘 견디고 생명력이 강해 산과 들 어디서건 자주 보이는 식물이다. 보통은 가을 늦게까지 잎을 달고 있으며 남부지방에서는 잎 몇 개를 달고 겨울을 견디면서 길이 5m까지 덩굴지어 자란다.
희거나 노란빛의 꽃이 점차 짙은 금색으로 변하기에 금은화로 부르는데 꽃잎은 차로 내려 음용한다. 어디서나 잘 자라는 식물들은 거의 약성이 뛰어난데 인동덩굴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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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빈 붉은 줄기와 잎은 항균작용이 좋아서 대장염, 위궤양, 소염치료에 쓰이고 성질이 차기에 해열작용도 좋아 예로부터 민가에서 자주 애용하였다. 화원에서 볼 있는데 잎에 무늬가 있는 무늬인동과 꽃이 붉은 붉은인동은 개량종이다.
잎이 다 떨어지면 같은 덩굴성인 댕댕이덩굴과 헛갈릴 수 있으나 열매 색이 다르다. 인동은 검은색이고 댕댕이덩굴은 검푸른빛이 강하다.

바나나 비슷한 맛의 열매를 제공하는 식물로 으름덩굴(으름덩굴과)도 자주 볼 수 있다. 차로 이용해도 좋은 은은한 향기의 암꽃과 수꽃이 함께 피는데 크게 벌어져 보라빛 암술을 보이는 큰 꽃이 암꽃이다. 수꽃은 작고 벌어짐도 적으며 수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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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색으로 가을에 익는 열매는 팔월찰, 예지자, 산바나나, 토종바나나로 불리는데 익으면 배 가르듯 벌어지고 가운데 달콤한 과육을 식용한다.
과육에 비해 쓴맛 나는 씨앗이 더 많은데 씹힐 때 얼음 같은 느낌을 주기에 얼음덩굴이라고도 불린다. 한방에서는 목통(木通)이라 부르며 뿌리와 줄기, 씨앗에서 짜낸 기름은 하반신 기혈이 잘 통하게 하여 혈액순환과 이뇨, 관절염, 신장결석, 해독 등에 효능 있다.
으름의 잎은 마치 홍콩야자 비슷한데 더 둥근 편이어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댕댕이덩굴과 함께 바구니 재료로 쓰이기도 한다.

이번에는 갈등(葛藤)을 소개하겠다. 갈은 칡이고 등은 등나무를 말한다. 덩굴식물은 의지할 사물을 감을 때 왼쪽(시계바늘 회전 방향)으로 감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오른쪽으로 감는 식물도 있고 양방향 모두 감는 식물도 있다. 박주가리와 계요등, 인동덩굴, 등나무 등은 왼쪽으로 감고 나팔꽃, 메꽃, 댕댕이덩굴, 새삼, 칡 등은 오른쪽으로 감으며, 더덕은 양방향 모두 감는다.
갈등이란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감기는 두 식물이 만나면 뒤엉켜 풀어내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콩과 식물들은 꽃을 탐스럽게 피우는 개체들이 많다. 아카시아, 황기, 회화나무, 낭아초, 칡, 등나무 등이 그렇다.
먼저 칡(콩과)을 살펴 보자. 도로변과 산기슭 어디에서나 나무를 뒤덮어 밀림을 연상하게 하는 칡은 골치 아픈 생태계 교란식물이지만 한때는 구황 역할과 가축사료 역할도 톡톡히 한 식물이었다. 어린 시절 해토머리 무렵 삽과 곡괭이를 들고 야산에 올라 칡을 캐던 기억이 떠오른다. 숫칡이냐 암칡이냐 동무들과 내기하면서 캐낸 칡을 급히 베어 물면 흙물이 입가를 물들였고 이를 보며 서로 함박 웃음 지었었다.
숫칡과 암칡 구분은 간단한데, 밋밋하고 얇으면 숫칡이고 알통처럼 울퉁불퉁하면서 두꺼우면 암칡이다. 암칡은 수분과 전분이 많아서 훨씬 달콤하고 덜 질기기에 인기 있다.

성장력이 엄청난 칡은 줄기를 잘라도 뿌리가 있는 한 계속 번식한다. 뿌리는 4m 이상 뻗기도 하고 지름도 20cm 이상으로 커지기도 하는데, 아시아 칡이 이미 미국을 뒤덮을 정도로 기회만 주어지면 무섭게 폭주하며 자란다.
초본이냐 목본이냐 논쟁이 계속되는 칡은 대나무처럼 생명이 50년 이상이어서 자주 제거하지 않으면 산림에 큰 피해를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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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언의 ‘하여가’에 나오는 드렁칡은 특별한 종류가 아니다. 산기슭이나 밭두렁을 넘나드는 칡을 드렁칡이라 한다.
칡은 나무를 만나면 이를 휘감고 오르면서 그늘을 드리워 나무와 다른 식물을 고사하게 한다는 점에서 폭군 가시박과 비슷하지만 향기로운 꽃과 잎, 뿌리까지 모두 식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자주색 또는 연보라, 또는 드물게 흰꽃을 피우는데 꽃잎은 차로 내려 음용하며 숙취제거에 좋다. 어린 잎은 호박잎처럼 살짝 쪄서 쌈으로 대신해도 좋고, 뿌리는 동서양 모두 예전부터 식품과 약품으로 개발해 왔다. 차갑고 단 성질이 있는 칡은 해독과 해열작용이 뛰어나고 갈증을 멎게 하며 고혈압과 당뇨에도 효과적이다.

등나무(콩과)는 주로 도심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에서 흔히 접하지만 산기슭에도 흔한 덩굴식물이다. 갈색 줄기가 10m 이상 뻗으면서 나무나 바위를 감고 오른다.
마주나는 작은 소엽이 여럿 모여 하나의 잎이 되는데 잎이 구불거리는 특징이 있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연보라 또는 흰꽃이 30cm 정도 늘어져 집단 발화하는데 마음을 빼앗길 정도로 향기가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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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잎과 꽃은 나물로 식용하는데 근육통에 좋다. 성실이 차가워서 뿌리는 해열제, 소염제로 활용하며 위암과 자궁암에 좋다고 알려졌다. 줄기에 혹이 자주 생기는데 등나무독나방이 알을 까기 때문이라 하며 민가에서는 애벌레가 든 혹을 다려서 암치료에 쓴다고 한다.
콩과이므로 꼬투리가 열리는데, 부드러운 털로 덮여 있으며 열매는 검고 바둑알처럼 생겼다. 줄기는 가구에 활용한다.

자주 만나는 식물로 딸기도 있다. 딸기 종류도 다양하다. 대부분은 비덩굴식물인데 반해 멍석딸기(장미과)와 사슨딸기(장미과), 줄딸기(장미과)는 덩굴식물이다. 이들 덩굴지는 딸기 꽃은 분홍이다. 간혹 흰꽃의 줄딸기도 있다. 한편 뱀딸기와 좀딸기 꽃은 노랗고 나머지 딸기는 거의 흰꽃을 피운다.

멍석딸기 특징은 펑퍼짐하고 큰 3출엽이다. 잎 뒤는 곰딸기처럼 흰털이 가득해 흰빛을 띠며 줄기의 가시는 대체로 검붉다. 잎 뒤가 희지 않은 멍석딸기는 청멍석딸기라 한다. 멍석딸기와 거의 흡사한 딸기가 사슨딸기인데 잎이 훨씬 작고 가시가 덜 붉은 편이며 제주도나 남해 도서에 자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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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둘이 거의 같은데 하늘을 향해 피고 꽃받침이 꽃잎보다 긴 편이다. 처음에는 모두 이웃 나무를 지주 삼아 바로 서다가 열매 익을 늦여름 무렵에는 점차 바닥으로 내려와 기듯이 자란다. 멍석(짚을 엮어 만든 깔개)이 붙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낮은 산기슭이나 밭둑에 잘 자라며 열매는 붉다. 잎과 열매, 뿌리 모두 해독, 해열에 좋고 어지럼증, 간장, 신장이나 생식기 질환에 쓰인다. 잎을 짓 찢어서 멍든 부위에 바르기도 한다.

줄딸기는 갈고리 같은 가시가 있는 줄기를 길게 뻗으면서 산기슭과 절벽 어디서든 잘 자란다. 북한에서는 덩굴딸기라 부르지만 정확히는 길게 뻗을 뿐 덩굴이라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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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끝에 꽃 하나씩 피우는데 꽃잎이 꽃받침보다 긴 편이고 식물 전체에 털이 많다. 딸기류에서는 가장 단정한 꽃을 보기 좋게 피우지만 열매 맛은 다른 딸기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끝이 뾰족한 깃꼴겹잎도 단정해 보인다. 뿌리는 피로회복과 자양강장 허약체질 식욕증진에 사용하며 간에도 좋다.

지금까지 3회에 거쳐 산에서 자주 만나는 덩굴식물을 살펴 보았다. 산과 들의 식물들이 다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만 들여다 보면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각 후보들에 대해 조금만 집중해 보시라. 하면 차이가 보이고 선택에 도움 될 것이다. 장미대선 이후 기쁜 날만 계속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