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6-[송상훈의 식물이야기] 산에서 자주 만나는 덩굴식물2

지난 회에 이어서 덩굴식물을 계속 살펴 보자. 산에서 흔히 마주치는 덩굴식물이 으아리(미나리아재비과)다. 으아리에는 참으아리, 으아리, 외대으아리, 큰꽃으아리가 있는데, 잎자루가 덩굴손 역할을 하며 줄기는 매우 질기다. 봄인 5월에 큰꽃으아리와 외대으아리가 먼저 피고 여름 시작 무렵인 6~7월에 으아리가 피며 7~9월 즈음 참으아리가 핀다. 잎에 결각이 없으므로 사위질빵이나 할미밀망과는 쉽게 구별된다.
참으아리와 으아리는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다. 덩굴성이고 줄기 끝과 잎 겨드랑이에 꽃이 열리는 점은 같지만, 참으아리는 잎끝이 둥근 편이고 흰꽃받침(꽃잎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꽃받침이다) 조각이 4장이고 꽃자루에 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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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리는 잎끝이 뾰족한 편이고 꽃받침 조각이 4~5장이고 꽃자루에 털이 없다. 모두 씨방에는 긴 암술대가 남으므로 꽃이나 씨방으로는 둘을 구분하기 어렵다. 구분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봄에 피면 으아리, 여름에 피면 참으아리. 그러나 요즘 같은 기후변화 시대에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내륙에 있으면서 줄기가 덩굴성이고 잎이 뾰족하고 두텁지 않은 편이면 으아리, 해변가 산에 있으면서 줄기가 덩굴성이고 잎이 둥굴고 두툼하면서 구불거리면 참으아리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아무래도 바닷가 식물들이 잎이 두터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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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으아리(미나리아재비과)는 덩굴이 아니므로 반쯤 서는데 줄기 끝에만 꽃이 1~3송이 달리므로 화려한 느낌이 덜하다. 3출엽인 점에서 큰꽃으아리(클레마티스 Clematis)와 닮은 점이 있지만 개체가 작다. 3출엽 으아리는 대체로 봄에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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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르면 생각지도 못한 큰 꽃을 종종 볼 수 있다. 목련이나 태산목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덩굴성 큰 꽃은 쉽게 보이지 않는데, 혹여 산행 중에 덩굴성 큰 꽃이 있다면 큰꽃으아리(미나리아재비과)가 아닌지 살펴 보시라. 클레마티스라 불리는 큰꽃으아리는 화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대중적인 꽃으로 화훼용으로 다채롭게 개량되고 있다. 우리가 약칭 클레마티스라 부르지만 원래 클레마티스는 으아리와 뒤에 서술할 사위질빵과 할미밀망 등의 흰꽃이나 붉은꽃을 피우는 덩굴식물을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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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아재비과가 흔히 그렇듯이 독성이 있지만 초봄의 어린잎은 데쳐서 식용한다. 매운 맛이 있어 고추나물이라 불렸으며 제주도에서는 후추처럼 사용하기도 했었다. 위령선, 마음가리나물, 선인초(仙人草)라는 이명에서 알 수 있듯이 해열작용이 좋아 마음을 차분히 진정시켜 주는 효과도 있다. 간염, 관절염, 결막염, 신경통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살충효과도 있다.
으아리나 참으아리와 꽃이 비슷한 녀석들이 또 있다. 사위질빵(질빵으아리. 미나리아재비과)과 할미밀망(세꽃으아리. 미나리아재비과)이 그렇다.


사위질빵은 참으아리처럼 꽃받침이 4장이고 외대으아리나 큰꽃으아리처럼 3출엽인데 잎에 결각 있는 반상록 덩굴식물이다. 작은 나무를 마치 실새삼처럼 타고 오르면서 덤불지어 번식한다. 참으아리와 같은 시기에 꽃을 피우는데 따뜻한 곳에서는 으아리들과 경쟁하듯 섞여 자생한다. 사위가 짊어질 짐을 묶을 때 사용했다 해서 유래된 이름이라 하는데 정확하지 않다. 북에서는 질빵으아리라 부른다. 초봄의 어린잎은 데쳐서 식용한다. 독성이 으아리 보다는 약하며 간질과 경련 등에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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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밀망도 잎에 결각이 있는데 꽃받침이 5장이고 잎은 5출엽이다. 3출엽 밑에 잎 둘이 더 있어 5출엽이다. 외대으아리와 큰꽃으아리가 필 때 같이 핀다. 할미밀망은 꽃 3개가 모여 피므로 세꽃으아리라는 이명을 얻게 되었으며 국내에서만 자생한다. 댕댕이덩굴로 바구니를 만들듯이 할미밀망과 사위질빵도 비슷한 용도로 사용되는데, 할미밀망이 더 질기다 한다. 해서 사위가 짊어진 망태가 쉽게 헤어져 조금이라도 쉬게 하려는 장모의 배려가 담긴 이름이라지만 알 수 없다. 어린잎은 데쳐서 식용하고 천식, 진통제, 이뇨제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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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만나는 덩굴식물 중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머루와 다래다. 청산별곡의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는 누구나 기억하는 구절인데 정작 머루와 다래를 직접 보았거나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실 두 식물은 인근의 산 어디에서든 쉽게 만날 수 있다. 다만 열매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데 대체로 새들과 짐승들 차지이기도 하고 사람이 어쩌다 만난 열매 또한 손을 타기 때문이다. 머루(포도과)는 포도나 담쟁이와 비슷한데 역시 종류가 많다. 우리가 산에서 만나는 머루 대부분은 잎에 털이 없는 왕머루이다. 머루는 제주도와 을릉도에 자생하며 잎에 누런털이 있는데 내륙에서는 만나기 힘들다. 그 밖에도 많은 종류의 머루가 있으나 여기서는 잎색과 열매 형태로 구분이 쉬운 다래를 소개하겠다. 다래에는 다래, 쥐다래, 개다래, 양다래(키위)가 있다.
초봄의 다래(다래나무과) 새순은 묵나물이라 불리며 귀하게 대접 받는데 매우 부드럽고 달달하다. 달아서 다래라고도 한다는데 알 수 없다. 다래덩굴이 너무 많아도 주변 나무들에게는 좋지 않다. 나무를 감고 광합성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다래덩굴 번식을 막으려고 줄기를 자르는데 이때 고로쇠나무처럼 수액이 나온다. 수액은 양도 많도 맛도 좋고 17가지 아미노산과 무기질이 풍부하여 항암효과가 뛰어나고 신장병에도 유용하다. 다래 열매는 마치 대추처럼 보이는데 맛이 달아서 생으로 먹기도 하고 술로 담아 애용하기도 한다. 줄기는 매우 거칠고 질겨서 칡과는 확연히 다르다. 산 중의 계곡이나 산 비탈이 급히 시작되는 경사 초입에서 잘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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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래 열매와 맛이 비슷한 쥐다래(다래나무과)가 있다. 쥐다래는 다래 중에서도 가장 먼저 꽃핀다. 잎은 오글거리며 좁은 편인데 꽃이 피기 전에는 녹색과 흰색이 섞이다가 점차 흰색은 점차 분홍빛으로 변한다. 이렇게 잎 색을 달리하는 이유는 수분매개충을 유인하기 위한 식물의 전략이다. 열매는 다래와 거의 같으며 달아서 먹기 좋은데 다래와 달리 꽃받침이 남아 있다. 줄기를 자루면 다래와 마찬가지로 갈색 골속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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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달콤한 다래나 쥐다래와 달리 쓴 맛을 내는 개다래(다래나무과)도 있다. 산 중 길가에 무리지어 자라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다래, 쥐다래보다 꽃이 크다. 열매 끝은 뾰족하고 줄기 골속은 백색으로 꽉 차있다. 잎은 쥐다래처럼 녹색과 흰색이 섞이는데 열매를 맺게되면 흰색은 사라지고 녹색만 남는다. 매개충 유인 역할을 다했기 때문일 것이다. 개다래의 충영은 통풍과 신장병에 약으로 쓰인다. 충영은 못생긴 열매처럼 생겼는데 풀잠자리 애벌레집이다. 풀잠자리가 개다래 꽃에 알을 까면 이후 열매 속에서 애벌레가 자란다. 충영은 매운맛과 쓴맛을 동시에 갖고 있다. 쪄서 말리면 매운맛이 사라지고 약성은 더 좋아진다. 개다래의 가지 또한 약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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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가장 잘 알려진 다래는 참다래일 것이다. 대추 크기만한 다른 다래와 달리 과일이 커서 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시고 달면서 비타민이 풍부해서 많이 사람들이 좋아한다. 중국종이 뉴질랜드까지 퍼졌고 그 곳에서 집중 육성, 개량되어 역수입 되었다. 이 때 키위라는 이름을 달고 왔다. 뉴질랜드 국조인 날지 못하는 새 이름이 사용된 셈이다. 예전에는 제주에서 재배하였으나 기후변화로 인해 내륙 곳곳에서 재배하고 있는데 잎도 여느 다래와는 달리 둥글고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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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굴식물은 다음 회에서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