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6-[생태사진작가 김연수의 바람그물④]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 중인 NLL에서 번식하는 저어새(Black-faced Spoonbill)

4월초 대만에서 겨울을 보낸 저어새들이 고향인 한반도에 다시 날아온다. 저어새는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가리새라고 표현했던 새로 육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좀 생소한 새이다. 갯벌에 주로 서식하는 새이기 때문이다. 저어새는 두루미보다 더 취약한 멸종위기종이다. 전 세계에 2900(2015년 기준)여 마리가 남아있다. 이들의 고향이 대부분 한반도라는 사실이 위성추적장치에 의해 1997년 밝혀졌다.

남북이 대치중인 한반도의 허리 경기만의 한 무인도에서 평화롭게 아침을 맞는 저어새 무리.

한반도 중에서도 남과 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기만의 해상 북방한계선(NLL) 선상에 위치한 석도, 비도, 구지도와 같은 조그만 무인도가 번식지다. 이들이 한 때 600여 마리 미만으로 개체수가 줄어 멸종위기에 처한 까닭도 그들의 번식지인 NLL에서 포탄을 퍼 붙던 6.25전쟁 때문이다.

번식지에서 짝짓기를 하고 있는 저어새부부. 이들은 짝짓기와 더불어 둥지를 짓고 둥지가 완성되면 알을 낳는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64년이 되었지만, 서해 NLL은 여전히 위험한 화약고다. 북한이 연평도를 불바다도 만들던 2010년 11월은 저어새들이 모두 월동지인 대만으로 떠난 시기이다. 만약에 번식기인 4-8월에 폭탄이 쏟아졌다면, 연평도에 인접한 구지도에서 많은 수의 저어새가 희생됐을 것이다.

알이 둥지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수시로 보수하는 저어새 암컷.

남과 북이 국제사회에서 가장 희귀한 새로 여기는 저어새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이들을 보호하는 협력활동을 통해 새롭게 화합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백의민족의 상징이요, 평화의 상징인 저어새 보호를 앞세워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서해의 NLL을 평화의 공간으로 지정, 남과 북이 협력한다면, 국제사회에 명분도 서고, 주변 강대국의 압력도 피해 갈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