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6-[대학생 기자단-한건우] 시멘트의 현재와 미래

시멘트는 필요악인가?

지구 온난화에 관한 뉴스를 보면 환경오염의 주범이 ‘이산화탄소’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이 이산화탄소를 자그마치 10%나 생성시키는 물질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시멘트이다. 시멘트와 관련해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환경오염의 주범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시멘트를 생산하지 말자고 주장하거나 시위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시멘트나 콘크리트가 우리 주변에 너무 흔하고 친근해서 그런지 환경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인지한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아 보일 정도이다. 그러나 생산 과정이나 산업 현장에서 쓰일 때 콘크리트가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은 전체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10% 가까이 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는 싸지만 환경에 유해한 시멘트를 종종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멘트와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것을 멈출 수는 없다. 그만큼 시멘트가 우리 생활에서 필수적이라는 반증인데, 그런 의미에서 시멘트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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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생산량과 소비량 그래프, 중국과 인도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시멘트의 장점

시멘트는 환경 친화적이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설 과정에서 콘크리트 등을 제조할 때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이는 다른 환경 친화적인 경쟁 재료보다 시멘트의 장점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다른 경쟁 재료보다 시멘트를 훨씬 더 많이 쓰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 싸다는 것이다. 어떤 회사든지 이익을 내려고 하고 이익을 내야 회사가 운영이 된다. 이런 회사 입장에서 가격이 싼 시멘트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시멘트가 자주 쓰이는 두 번째 이유는 안정적인 공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류는 수천 년 전부터 시멘트를 사용해왔다. BC 5000년 경 이집트에서 피라미드 등을 건설할 때 ‘소석고’라는 시멘트질 결합재료를 이용했다. 이 시멘트의 역사를 바꾼 것이 1824년 발명된 ‘포틀랜드 시멘트’이다. 과거의 시멘트와 비교해 혁신적으로 높은 강도의 시멘트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젠 ‘시멘트’라고 하면 이 종류를 가리킬 정도이다. 이 시멘트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원료를 구하기 쉬워 공급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약간의 성분 차에 의해서도 그 성질이 크게 달라져 다양한 시멘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시멘트가 매력적인 세 번째 이유는 압축력과 인장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압축재가 과도하게 얇고 길면 좌굴 현상에 의해 가로 방향으로 구부러지다가 결국은 부러진다. 반대로 굵고 짧으면 안으로 눌려서 파괴될 수 있다. 이러한 성질들 때문에 건설할 때의 재료는 압축력과 인장력이 강한 성질이 필수적인데 시멘트를 이용해 만든 콘크리트는 이러한 성질을 만족시킨다.

시멘트와 콘크리트를 만드는데 자주 쓰이는 이유 중 하나로 내구성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내구성이란 콘크리트가 얼마나 오래 변형되지 않고 사용될 수 있는 지를 나타내는 성질이다. 이는 외부의 기상 작용, 산이나 알칼리, 염류 및 해수의 작용 등 뿐만 아니라 내부의 전기 분해 등에도 영향을 받는데 콘크리트는 이러한 내구성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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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공장에서 웃고 계신 근로자분들

 

시멘트의 환경오염 원인

그러면 이와는 반대로 시멘트가 환경을 오염시키는 원인은 무엇이 있을까?
첫째로, 시멘트를 제조하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산을 깎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멘트 제조공정의 첫 단계는 바로 쇄석이다. 시멘트는 석회석이 90% 이상 들어가지 않으면 절대로 만들어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산에서 암석을 구해와 플랜트나 쇄석기 등으로 파쇄한 다음 선별해 제조한다. 이 때 암석은 산을 깨서 구해 와야 한다. 즉 기본적으로 산을 깎아야 하기 때문에 환경이 파괴될 수밖에 없다.

시멘트가 환경에 안 좋은 또 다른 이유는 열을 너무 많이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시멘트 제조공정의 두 번째 단계는 바로 열처리를 하는 것이다. 이 때 혼합된 원료를 킬른이라는 가마에서 굽는데 이 때 온도는 무려 1,450도를 넘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한다.

이외에도 시멘트 분진에 의한 영향,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서의 무분별한 시멘트 개발, 골재나 화학 물질들의 혼합 과정, 철거 과정 등에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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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와 환경이 제대로 관리 되지 못한 공장

 

다양한 종류의 친환경 콘크리트

그러면 시멘트 중에는 과연 환경에 안 좋은 영향만 끼치는 종류밖에는 없는 것일까? 과학자들이나 공학자들은 환경을 지킬 방법을 고민하지 않았던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친환경 콘크리트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첫 번째 종류는 ‘녹화 콘크리트’이다. 녹화 콘크리트란 콘크리트에 직접 식물을 심어서 녹화시킨 콘크리트를 말한다. 아직은 개발 단계이지만 이미 선진국에서는 꾸준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녹화 콘크리트는 일반 토양과는 달리 알칼리성을 줄이고 공극을 함유시켜 내부에 수분 등이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든 콘크리트이다.
녹화 콘크리트는 내부의 연속된 공극으로 수분과 공기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또한 식물의 뿌리나 작은 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공간까지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선 토양이 투수성과 보수성이 좋아야 하고 식물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정량 이상의 영양분과 물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능 내부 공극의 성상에 의존하고, 또 이 내부 공극의 성상은 입도, 결합재량, 입경 등에 의존하므로 성공적인 녹화 콘크리트의 개발을 위해선 공극의 크기와 배열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에코 콘크리트’가 있다. 에코 콘크리트는 지구 환경을 지키고 생태계의 조화에 기여함으로써 우리 생활에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데 유용한 콘크리트를 말한다. 에코 콘크리트의 종류로는 식생 콘크리트, 흡음 콘크리트, 자원 재활용 콘크리트, 투수 콘크리트, 수질 정화 콘크리트 등이 있다.
에코 콘크리트는 보통 사용 목적에 따라서 환경부하 저감형과 생물 대응형으로 분류된다.

환경 부하 저감형 중에도 여러 방법으로 환경을 지킬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첫 번째 방법으로는 콘크리트를 제조할 때 에코 시멘트, 재생 골재 등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재료들을 통해 콘크리트 제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산업폐기물을 저감시킬 수 있다.
두 번째는 순환 골재를 사용하거나 콘크리트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통해선 훗날의 환경 부하를 저감시키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세 번째 방법은 많은 연속 공극을 포함한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것이다. 공극이 많을수록 수질 정화 등 여러 긍정적 효과을 가져올 수 있다.
생물 대응형은 콘크리트의 표면, 공극 등에 생물의 서식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생태계의 조화를 유지시키거나 건물을 지을 때 생물의 서식 공간을 파괴하는 것을 최소화시킴으로써 환경을 지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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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게 조화된 콘크리트벽

 

또 하나는 ‘포러스 콘크리트’이다. 포러스 콘크리트란 물과 공기를 자유롭게 통과시킬 수 있도록 연속공극을 균일하게 형성시킨 콘크리트를 지칭하는 것으로, 수질정화재, 흡음재, 녹화기반재 등으로 이용된다.
포러스 콘크리트의 재료로는 크게 시멘트, 골재, 혼화재료가 사용된다. 이 때 재료로 사용되는 시멘트로는 고로시멘트나 조강포틀래드 시멘트 등이 있다. 골재의 경우에는 크게 굵은 골재와 잔골재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굵은 골재의 경우 하천호안용, 차도포장용으로 사용되며 그 이외의 경우는 잔골재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 때 잔골재는 굵은 골재의 1/10 정도를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혼화재료는 전용 특수 혼화재나 AE 감수재 등이 사용된다.
이러한 포러스 콘크리트는 우리 실생활 속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먼저, 식생 콘크리트로써 인공어초를 기르는 생식장이 될 수 있다. 또한 배수 파이프나 우수 저장 시설로도 사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오염된 수질을 정화시키는 수질 정화재로써의 기능 또한 할 수 있다.

마지막 종류는 ‘숏크리트’이다. 숏크리트란 압축 공기로 시멘트, 굵은 골재, 물 등을 불어 넣은 모르타르를 지칭한다. 이 모르타르 층은 밀도와 강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강재의 녹 방지, 암반의 보호용, 콘크리트의 수리, 방수용 모르타르 등에 이용된다. 이 때 건조한 모르타르는 시멘트와 모래를 1대3의 비율로 섞으며 노즐에서 한 번 분출하면 2cm에서 3cm 정도의 피막을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는 거의 대부분의 시멘트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만을 끼쳐왔다. 어쩌면 우리도 그것이 너무 익숙해져서 환경에 미치는 시멘트의 영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10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는 자료가 보여주듯, 시멘트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과거에는 시멘트의 효율성을 핑계로 새로운 시멘트의 개발에 제대로 힘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실제로 지금 현재도 환경과 생태계를 지킬 수 있는 시멘트에 관한 연구가 계속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개발되고 발전된 기능과 효율성뿐만 아니라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또 다른 경쟁력을 가진 콘크리트에 관한 연구와 투자가 계속되고 그 시멘트가 앞으로 새로운 건물 건설에 더욱 더 적극적으로 사용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건우 푸른아시아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