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6-[대학생 기자단-이지현] 비둘기는 도시 내 유해 동물? 알고 보니 이로운 동물

비둘기를 이용한 대기오염 측정

 

현재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비둘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떠할까? 비둘기는 한 때 평화의 상징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사랑을 받던 새였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많이 먹고 살쪄서 닭처럼 날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닭둘기’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더러운 물질을 옮기는 유해한 동물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2009년 6월 1일 환경부는 비둘기를 유해 야생동물(유해 조수)로 지정했고, 수많은 비둘기의 처치는 도시 내 골칫거리로 전락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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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사거리에 비둘기에게 모이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출처 : 서울신문)

 

하지만 이런 비둘기가 도시 내 해로운 물질을 옮기는 대신, 우리의 건강을 위해 이용되기도 한다는 사실, 알고 있는가? 최근 각국에서 비둘기를 이용해 오염물질의 이동경로를 파악·추적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영국 런던에서는 비둘기에 오염측정 센서를 부착해, 대기의 오존층과 이산화질소를 기록, 오염도를 측정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2016년 3월, 대기 오염 모니터 회사인 플럼 랩스(Plume Labs)는 ‘비둘기 항공 순찰대 (The Pigeon Air Patrol)’라는 이름으로, 비둘기에 장착된 센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트위터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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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항공 순찰대(The Pigeon Air Patrol) 중 한 마리가 오염측정 센서를 부착하고 있다. (출처 : The Guardian)

 

이외에도 최근, 버밍엄 대학교 연구진은 비둘기를 이용해 오염 물질을 기록·예측하는 시티 플록(City Flocks)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보통 자동차 엔진의 배기가스는 공기 중으로 흩어져, 하늘 위로 올라간다. 연구진은 오염물질이 그 다음 단계에서 어디로 이동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했다. 하지만 지상에서 이를 연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고, 이들은 도시 상공을 날아다니는 비둘기가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비둘기들에게 작은 센서를 달아, 날고 있는 경로와 그곳의 공기가 얼마나 따뜻한지를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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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밍엄 대학교 연구진이 비둘기에 센서를 부착하고 있다. (출처 : BBC)

 

비둘기에 센서를 달아 날려 보내는 방법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2016년, 미국 뉴욕에서는 도시 내 비둘기를 이용해, 도시의 납을 탐지하는 연구가 진행되었다. 페인트와 휘발유의 납 이용이 금지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납 중독은 중요한 관심사이다. 뉴욕 시 보건 정신 위생국은 현재까지 납 위험 지역으로 선정된 지역의 아이들을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있다.

“비둘기는 우리와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보도를 걸으며, 우리가 먹는 음식을 자주 먹습니다. 이들을 이용해 납 중독과 같은,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잠재적인 요인을 미리 예측하는 것은 어떨까요?“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UC Davis) 신경생물학, 생리학과 행동학과 조교수 레베카 칼리시(Rebecca Calisi)가 질문했다. 그녀는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학부생 페이메 카이(Fayme Cai)와 이 연구를 진행한 장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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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시는 환경오염 측정을 위해 비둘기를 이용하고 있다. (출처 : David Slipher/UC Davis)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비둘기의 혈액 속 납 함유량 조사를 통해 아이들에게 위험한 수준의 납이 노출되는 지역을 파악할 수 있다. 칼리시와 카이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도시의 야생 조류 기금 재활 센터로 이송된 부상당한 비둘기 825마리에서 혈액 샘플을 체취·조사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비둘기 혈액 속 납 함유량이 높게 나타나면, 그 지역 아이들의 혈액 속 납 함유율도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비둘기의 혈액 속 납 농도가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여름에 증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비둘기를 이용하면, 오염 물질의 위치와 분포 정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요. 우리는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오염물질을 감지하기 위해 이 ‘날개 달린 쥐들’을 이용할 수 있답니다.”

칼리시는 도시 내 비둘기는 먼 거리를 날지 않고, 이동 범위가 좁기 때문에 연구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현재 그녀는 UC Davis에서, 캘리포니아 도시들 내 중금속, 살충제, 난연재를 비롯한 다른 오염 물질 조사로, 연구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비둘기를 이용한 환경오염 조사 연구는 소규모이지만,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4년 전부터 도시와 시골 비둘기의 알을 해마다 각각 40개씩 수집해 냉동보관 중인데, 이를 비교 분석해 도시 내 오염이 얼마나 심각해졌는지 파악하고 있다.

이처럼 비둘기는 오염 물질을 전달하는 유해 생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도시 주변 환경오염물질의 이동경로의 추적을 도와주는 이로운 동물이 되기도 한다. 바이오 기술과 환경오염 측정 기술의 혼합으로, 비둘기와 사람의 공존을 꿈꿔본다.

이지현 푸른아시아 대학생기자

 

<내용 출처>

‘비둘기 항공 순찰대 (The Pigeon Air Patrol) 프로젝트
http://www.huffingtonpost.co.uk/entry/how-polluted-is-your-area-pigeon-air-patrol-will-use-birds-to-monitor-london-pollution-via-twitter_uk_56e6cebfe4b096ed3adc1b8b

버밍엄 대학교 연구진의 시티 플록 (City Flocks) 프로젝트
http://www.bbc.com/news/science-environment-39195666

뉴욕에서 비둘기를 이용해 납을 탐지하는 연구
https://www.ucdavis.edu/news/using-urban-pigeons-monitor-lead-pollution/

국내 비둘기 알을 이용한 도시 오염 측정
http://imnews.imbc.com/replay/2016/nwdesk/article/4137477_1984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