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몽골] 이해하는 것과 담아오는 것 ? 김성현 단원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바람이 불어오네
처음 몽골에 가겠다고 했을 때, 정말 많은 질문을 받았다. 단연 가장 많았던 질문은 ‘왜 몽골에 가니?’ 였다. 때로는 연민의 의미로 때로는 응원의 의미로 혹은, 말 그대로 이유가 궁금해서라는 다양한 이유로 던져진 질문. 나는 몽골에 가는 이유를 내가 국제개발협력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정말 내게 몽골에 가는 이유가 이것뿐이라고 묻는다면 과연 국제개발 때문만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몽골로 떠나기 전에 나는 이유를 찾고 몽골어를 공부하고 국제개발협력 강의를 들으며 내 머리에 몽골을 채워 넣었고, 바쁘게 때로는 한국에서의 2016년을 천천히 정리하면서 출국을 준비했다. 비행기가 한국의 밤공기를 가르며 인천공항을 떠나자 한국은 수많은 전기별로 반짝이며 멀어졌다.
몽골의 첫인상은 굉장히 평범했다. 비행기를 타고 3시간을 날아왔다는 걸 가정하건데 몽골의 공항 풍경은 우리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다른 점을 굳이 찾아본다면 매연이 조금 많은 몽골의 공기내음 정도랄까. 숙소는 생각보다 훨씬 좋았고, 사무실도 그러했고 음식들이 더더욱 그러해서 내가 한국에 있다는 착각이 자꾸 들었다. 그 다음날 버스를 타고 간 울란바토르의 중심에는 광화문 같은 느낌의 수흐바타르 광장이 있었고 조금 걷다보면 백화점인 이흐델구르가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나에게 몽골의 첫인상은 3시간 떨어진 다른 나라가 아니라 타임머신을 타고 20년을 되돌아간 한국의 느낌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늑하고 편안한 유비에서 너무 감사한 마음과 동시에 몽골 그 자체의 느낌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를 아쉬워하던 때에 에르덴과 바가노르 조림지를 방문하기 위해서 도시를 벗어나게 되었다.
구름이 그려진 파란 벽지 같은 하늘과 끝없이 펼쳐지는 갈색 빛의 땅이 끝없이 계속되는 풍경을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하기를 수십 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끝없는 하늘과 풍경도 소란스럽고 번잡한 도시의 모습도 모두 몽골이라고. 내가 보고싶어 했던 엽서같은 풍경만이 몽골이 아니라 내가 와서 겪고 보고 느끼게 될 모든 것을 몽골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말이다.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나라, 새로운 일들에 설레고 하나하나 마음에 담으려 하기 보다는 이유를 찾고 머리로 이해하려고만 했던 모습들이 창밖으로 스쳐갔다. 어쩌면 나는 그 전에는 내가 보고 싶어하는 몽골만 봐 왔는지도 모른다. 내가 찾아야하는 답이 있다는 생각에 갇혀서 정작 몽골을 머리로만 이해하려 할 뿐 마음으로 보지 못했으니 “왜 몽골에 가니?”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반드시 찾으려고 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을 것이다.
“왜 몽골이니?” “왜 몽골에 가니?”
너무나 당연한 질문이지만 동시에 너무나 틀에 박힌 이 질문들을 잠시 미뤄둘까 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몽골을 담뿍 담아오는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