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1-[푸른아시아가 만난 사람] 몽골 에르덴 앙카 주민팀장 가족들
이번 달 푸른아시아가 만난 사람은 ‘푸른아시아가 만났던 사람’이라고 해야 정확할 것 같습니다. 인터뷰가 아니라 제가 옆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정리했기 때문입니다. 푸른아시아는 불과 보름새 일어난 이 기적같은 일을 기록하고, 함께 감사하고, 그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생명에 대한 사랑이 기적을 만들었다”
#절망이 희망이 되다
몽골 에르덴 하늘마을. 지난 5월 20일 푸른아시아 조림지의 주민팀장 앙카(앙흐벌트 데드릭)씨네 가족에게 경사가 있었습니다. 넷째 아들 바트호약(몽골어로 ‘튼튼한 갑옷’이란 뜻)이 태어난 것입니다. 기쁨도 잠시 아기의 온 몸이 푸른 것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바트호약은 선천성 심장병을 안고 태어난 것입니다. 병원에서는 생후 3개월내 수술해야 하며 6개월이 넘으면 수술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더 난감한 문제는 몽골에서는 치료가 어려워 한국이나 일본에 가야 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바트호약 수술을 위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앙카씨 가족.
앙카네 가족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대로 핏덩이를 하늘나라로 보내야 하나’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8월말 앙카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푸른아시아 몽골지부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몽골지부에서는 여기저기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우선 한국으로 나갈 수 있도록 주몽골한국대사관(대사 오송)에 비자 발급을 빨리 해주기를 요청했습니다.
수술 준비를 위해 입원한 바트호약.
바트호약의 사연은 서울에까지 알려지고 서울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한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움직임은 몽골과 한국에서 분주하게 오갔습니다.
몽골에서는 최소 3주일이나 걸리는 비자발급을 5일만에 해주었습니다. 가급적 빨리 한국으로 들어오고자 하는데 항공권 구하기도 만만찮았습니다. 대한항공 몽골지사에서 자리를 구해줘 간신히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겨우 안정적으로 잠을 자는 바트호약.
이게 불과 일주일새 긴박하게 진행되었죠.
한국에서도 푸른아시아 서울본부에서 여기저기 도움을 구했습니다. 먼저 따뜻한 손길을 내민 곳은 인명진 목사님(몽골호수살리기시민연대 이사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소아과 전문의 출신인 박인숙 국회의원님이 서울아산병원을 소개해주었습니다.
9월26일 앙카씨 가족은 한국에 와 곧바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병원에 입원 후 약간의 처치에도 웃음을 되찾은 바트호약.
기적같이 일이 진척되고 있었지만 남은 문제, 치료비가 문제였습니다. 무려 10시간이나 걸리는 심장수술이, 말만 들어도 고난도 수술이었는데 치료비도 5천만원이나 든다고 하였습니다. 임명진 목사님과 박인숙 의원님이 뛰어다녀 한국심장재단에서 1천만원 후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서울아산병원에서도 아산사회복지재단에 도움을 요청해 나머지 치료비를 후원받게 되었지요.
앙카가족과 병문안 지인들.
# 희망이 기적을 일으키다
수술을 위한 검사 결과 바트호약의 몸이 많이 좋지 않았습니다. 생후 5개월밖에 안된 아기가 폐동맥고혈압까지 있어 수술이 어려울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술을 더 늦출 수도 없어 9월30일 무려 10시간이 걸리는 수술을 했습니다.
박정준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외과 교수는 생후 4개월까지 치료받지 않고 방치된 이런 사례는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으며 바트호약의 경우도 수술 후 과정이 힘들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바트호약 병실을 방문한 인명진 목사님(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맨 오른쪽)
그러나 ‘튼튼한 갑옷’을 입은 바트호약은 기적같이 놀라울 정도로 빠른 회복력을 보여 일주일도 안돼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푸른아시아 서울본부에서도 SNS 등을 통해 사연을 올리고 모금을 했습니다. 그러자 실로 많은 분들이 성금을 모아 주셨습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 이어졌습니다.
앙카 주민팀장이 바트호약을 안고 즐거워 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파이낸셜뉴스와 CBS에서 ‘희망을 되찾은 몽골심장병어린이’를 자세히 보도해주셨습니다.
10월14일 퇴원한 앙카씨 가족은 주말에 몽골로 돌아갔습니다.
앙카씨는 돌아가자마자 수술을 받고 생명을 건진 바트호약을 안고 즐거워하는 사진을 보내주었습니다.
서울 아산병원 담당 의사선생님과 함께.
되돌아보면 보름새 기적같은 일이 이어졌습니다. 이는 국적도, 핏줄도, 어떤 인연도 아닌 오로지 한 어린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마음이 모아져 가능했던 일입니다. 이 감사한 일을 푸른아시아는 푸른아시아가 존재하는 한 두고두고 기억하겠습니다.
ps : 바트호약이 커서 이 글을 읽을 수 있다면 그는 한국에 대해서 얼마나 고마워 할까요? 그리고 그가 아버지의 희망대로, 아버지처럼 푸른 숲을 가꾸는 사람이 되어 있겠지요.
몽골에 도착 후 친지의 환영을 받고 있다.
http://www.fnnews.com/news/201610131255404543
http://www.newsprime.co.kr/news/article.html?no=351003
http://www.nocutnews.co.kr/news/4669193
https://www.youtube.com/watch?v=d8QNnky1aaw.
글 이동형 푸른아시아 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