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8-[송상훈의 식물이야기]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의 식재료

IPCC(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에 따르면 20세기 평균보다 지구온도가 1°C 상승할 때, 즉 지금보다 0.11°C만 높아져도 양서류가 멸종하며, 20세기 평균보다 2°C 상승한다면 지구상 생물종 20~30% 멸종할 것이라 경고한다. 이러한 경고가 생소하고 기후변화는 여전히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생각된다면 잠시만 주의를 기울이시라. 매년 이 맘 때면 논에서 때지어 울어대서 밤잠을 설치게 하던 머구리(개구리) 소리를 당신은 지금도 들을 수 있는지, 장대비가 떨어지면 엉금엉금 마당을 가로지르던 느림보 두꺼비를 최근에 본 적이 있는지, 물 있는 풀섶에서 분주히 활동하던 도롱뇽과 도마뱀을 그릴 수 있는지, 긴 뒷다리를 잡으면 몸을 절구질하듯 끄덕이던 방아개비는 기억나는지. 이러한 기억들이 아련하다면 당신은 기후변화의 깊은 수렁에 빠져 있음이 분명하다.

기후변화 피해가 비단 동물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왕립식물원 Kew Gardens이 올해 발표한 ‘세계 식물 현황 2016’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수생식물과 이끼류를 제외하고도 39만900여종의 식물이 존재하고 이 중 5000종 이상이 멸종 상태에 있다고 한다. 위험이 아닌 멸종 ….. 식물이 사라지는 게 대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이 인류의 식량과 연계 된다면 무게가 달라진다.

얼마 전 영국 가디언(The Guardian)지는 ‘기후변화로 사라질 수 있는 8가지 음식’을 소개했으며 또 다른 미디어인 미러지(Mirror)도 ‘기후변화로 인해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10가지 음식’을 선정하였다. 스탠퍼드대학 식량환경안전센터의 데이비드 로벨은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식량이라고 밝혔다. 적정량의 이산화탄소는 농업에 좋은 영향을 주지만, 기후변화로 빚어지는 농업용수의 감소, 고온과 저온을 넘나드는 기온변화, 작물이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이미 곡물의 수확량이 감소했으며 충분한 ‘저온 기간’이 필요한 과일도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회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사라질 수 있는 식재료 식물들에 대해 알아 보도록 한다.

먼저, 지방분해와 배출을 억제하는 오메가6 지방산이 풍부해서 비만을 초래하므로 사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한편 가솔린 대체 에너지인 바이오 에탄올의 원료이기도 한 옥수수가 사라질 것이라 한다. 지구 평균 기온이 1℃ 오르면 물이 부족하게 되어 옥수수 생산량은 7% 감소하는데, 이는 가축사료의 가격상승을 초래하여 육류 공급부족으로 이어져 엄청난 피해를 유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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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과 식물로 미국과 중국에서 대량 생산 되는 세계 곡물 생산량 1위 옥수수는 지력 소모가 커서 연작이 어려우므로 지력회복을 위해 질소를 땅에 공급하는 콩과 격년으로 윤작함이 보통이다. 기후와 별 상관없이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옥수수가 정작 기후변화로 사라질 가능성이 농후하니 기후변화의 심각함에 다시 한번 놀랄 따름이다.

둘째, 현대인의 필수 음료인 커피도 기후변화로 인한 곰팡이 증가와 가뭄으로 생산량이 대폭 줄어들고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 한다. 꼭두서니과 식물인 커피는 주로 남미와 아프리카, 베트남 등 열대지역에서 대량 생산되는데, 지금과 같은 지구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아프리카의 커피 재배지 65% 이상이 기후변화로 인해 사라지고 경제?사회문제가 크게 대두될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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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로, 지난 2014년, 브라질에서 높은 기온과 함께 강수량이 부족해 커피체리의 속이 채워지지 않는 현상이 발생해 커피콩 수확량이 줄었으며, 올 봄에도 가뭄으로 인해 커피 가격이 급등하였다. 2013년에는 중앙아메리카에서 발생한 커피녹병으로 인해 커피 관련 근로자 38만명이 직업을 잃기도 하였다.

셋째, 맛으로, 향으로, 이벤트로 대중의 사랑을 독차지한 초콜릿도 위태롭다 한다. 카카오 함량이 높을수록 고혈압 등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나쁜 콜레스트롤을 낮추며 염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크다 해서 새롭게 주목 받는 초콜릿의 주원료는 카카오콩이다. 열대농업 국제센터(CIAT)의 2011년 보고서에 의하면 카카오콩은 가나, 코트디부아르 등 아프리카에서 절반 이상이 생산되는데 이 지역 평균기온이 2030년에 1°C, 2050년에 2°C 상승하면서 물부족을 초래하고 종자의 생명력이 다하면서 생산량이 계속 줄어들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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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콩 공급부족은 가격폭등으로 이어져 대중에게서 멀어질 것인데, 이는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대중화된 초콜릿이 귀족과 성직자만 즐기던 바로크시대의 특권음식으로 회귀할 듯하여 내심 씁쓸하다.

넷째, 메이플 시럽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메이플 시럽은 고로쇠나무 수액과 맛이 비슷한 캐나다단풍나무(설탕단풍나무)의 수액을 졸여서 만든 감미료인데 값이 제법 비싸지만 독특한 풍미가 있어 와플이나 핫케이크에 잼처럼 발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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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네디언 지오그래픽’에 따르면, 세계 생산량 85%를 담당하는 캐나다는 2009년에는 3억5400만 달러(약 4000억 원)의 메이플 시럽을 생산했지만 2010년과 2008년에는 2억1200만 달러 수준에 그칠 만큼 생산이 급감했다고 한다. 수액 채취시기가 빨라지고 그 양은 줄어들었는데 기후변화로 인한 따뜻하고 습한 겨울과 건조한 여름이 설탕단풍나무 생장을 어렵게 해서이다. 생장이 더딘 설탕단풍나무는 떡갈나무 등에게 떠밀려 점차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다섯째, 다산과 다복을 상징하던 포도와 그 부산물들이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지나친 기온 상승은 포도에 ‘열 쇼크’를 가하게 되어 맛과 향과 색이 변질되며 이러한 포도로는 와인을 만들 수 없다. 2013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는 기온상승으로 2050년 쯤 지구 평균기온이 4.7℃ 또는 2.5℃ 상승한다는 두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전 세계의 주요 와인 산지 9곳을 살펴보았는데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최대 와인 산지인 프랑스의 보르도, 론, 투스카니 지방이었다. 국가 단위로 볼 때 프랑스 전체 포도농장의 85%가 불모지로 변할 것이고, 호주와 뉴질랜드 73%, 캘리포니아 70%, 남아프리카 55%, 칠레 40% 등 주요 와인 산지 국가의 포도농장도 같은 처지에 놓일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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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대응도 긴밀히 진행되고 있다. 300여 곳의 와인 재배지의 대표자들이 바로셀로나에 모 여 ‘기후 변화를 막는 길은 에너지 사용의 변화를 이끌고, 석유 소비를 줄이고, 재생가능 에너지 혹은 바이오매스 에너지의 점진적 도입을 주도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으며. 15,000명 이상의 재배업자들과 350개의 샴페인 상점이 2050년까지 탄소오염을 70%까지 줄이기로 협약한 조직의 샴페인 사무소를 운영하기도 하고, 와인 재배지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을 대폭 강화할 것을 결의하기도 한다. 이들의 처절한 움직임이 헛되지 않아 풍미 깊은 와인을 계속 음미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여섯째, 사라지는 것이 와인만은 아니다. ‘액체 빵’이라 불리는 맥주도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맥주 원료인 물과 보리, 그리고 첨가물인 홉 모두 부족하다. IPCC(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에 따르면 지구온도가 20세기 평균보다 1°C 상승하면, 즉 지금보다 0.11°C가 높아진다면 4~17억명이 물부족에 시달리고, 2°C 상승한다면 10~20억명이 물부족에 허덕일 것이라 한다. 세계은행(World Bank) 발표는 더 심각하다. 현재 16억명이 절대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2025년에는 28억명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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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물이 필요한 홉 생산에 물부족은 치명적이다. 홉은 습기 있는 흙에서 겨울과 여름을 견뎌야 하지만 이상고온 현상으로 인해 생산량을 현격히 떨어졌다. 무더위와 폭풍우 증가는 보리 낱알을 흩어지게 하고 그나마도 일찍 발아하게 하여 품질을 떨어뜨린다. 비싸지만 맥주를 만듦에 있어 대체 불가한 보리와 홉, 부족한 물로 인해 맥주 마실 날이 점점 줄어들 듯하다.

일곱째, 한반도와 만주남부가 원산지 콩도 사라질 운명이라 한다. 1960년만해도 콩 생산에서 중국과 우리나라는 세계 1, 2위였으나 지금은 미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순이며 우리나라와 중국 모두 대표적인 콩 수입국이 되었다. 미국은 1901년부터 1976년 사이에 우리나라에서 5496종의 재래종 콩을 수집해 갔고 이 중 3200여 종의 콩을 미국 일리노이대가 보존하고 있다. 또한 미국 농무부는 1947년까지 1만 개의 콩에 대한 유전자형을 우리나라에서 수집해갔다.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수집한 콩 종자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수집한 콩이 74%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주요 식량자원을 송두리째 잃고 그 콩을 수입하는 한심한 처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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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UN이 정한 ‘콩의 해’이다. ‘밭에서 나는 단백질’인 콩은 다양한 식품으로 개발되는 유용한 식물이다. ‘가뭄에 콩 나듯’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가뭄에도 강하고 토지에 질소를 공급하여 토양을 비옥하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만점짜리 곡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로 인해 콩의 생산량이 대폭 감소하고 있다. 콩은 서늘한 온도가 유지되는 밤에 생장이 빠른데 기온 상승이 혼란을 초래하면서 수확량은 최대 80%까지 감소할 것이라 하니 한숨만 나올 뿐이다.

여덟째, 더 충격적인 소식도 있다. 우리의 주식인 쌀도 사라질 위기에 봉착했다.? 벼농사는 물이 특히 많이 필요하다. 세계 담수량의 1/3이 벼농사에 사용되며 1kg의 쌀을 생산하는데 약 2,000 ℓ가 필요하니 불부족을 초래하는 기후변화가 벼농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는 빙벽을 녹이고 해수면 상승을 초래하여 육지의 담수에 염수가 섞이게 하므로 농토가 훼손된다. 지구 1/4이 사막이고 많은 토지가 급속히 사막화 되고 있어 이래저래 농경지가 계속 감소되는 것도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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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CC 5차 보고서를 토대로 기상청이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 우리나라 쌀 생산량은 2040년대 13.6%, 2060년대 22.2%, 2090년대에는 40.1%로 감소할 것이라 한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세계 인구의 30%가 살며 주로 벼농사에 의존하는 동남아지역의 농업생산력은 향후 30년간 10~50%? 감소할 것이라고 발표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아홉째, 그렇다면 감자는 안전한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하다. 가지과 식물인 감자는 따뜻한 곳에서 잘 자라는 고구마와 달리 서늘한 곳에서 잘 자란다. 감자가 열에 민감하다는 것이고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이 상승하면 광합성 능력을 상실하게 되어 덩이줄기가 생성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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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나타났는데, 감자의 주산지인 남미 안데스산맥에서는 30년 전 해발 2800~3500미터에서 재배하던 감자를 이제 4000~4200미터에서 재배하고 있다 한다. 감자가 기후변화에 매우 민감한 가운데 바나나가 감자를 대신하여 식량자원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감자보다 바나나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약간의 위로가 되겠다.

그 밖에도 사과, 체리(양벚나무 버찌), 아보카도(Avocado)까지 사라질 것이라 한다.
체리는 추운 날씨가 지속되어야 수분이 되어 꽃피우고 열매 맺는 매우 민감한 식물이다. 사과 또한 추운 날씨가 충분히 지속되어야 상품가치 있는 열매를 맺게 된다.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아보카도는 기온이 오르면 열매가 작아지고 병충해가 확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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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금만 생각하면 여기서 거론된 식물 말고도 대부분이 식물들이 위기에 처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꿀벌이 급감하였는데 꿀벌의 급감은 곡식과 과일이 수분할 수 없고 열매 맺지 못함을 의미하므로 인류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미 기후변화는 모든 동식물을 비롯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식물이 아니므로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으나 굴, 바닷가재, 산호초, 연체동물 등 해산물도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양이 늘어나면서 바다로 녹아 드는 양이 증가해서 점차 산성화 되고 뜨거운 대기를 접하면서 따뜻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류성 어종인 명태가 동해에서 더이상 잡히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상식이 되었다.
기후변화가 우리의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기후변화, 그것은 당장은 기온상승과 식량, 물의 문제이지만, 환경난민으로 이어지고 국가간 분쟁으로 번지는 엄청난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지구자원 보호를 위한 우리의 자발적, 적극적 행동이 미래의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음을 잊지 마시라 당부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