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몽골] 어느새 몽골에 온지도 네 달 ? 손지수 단원

어느새 몽골에 온지도 네 달이 다 되어간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모험으로 느껴졌던 한달 반 정도가 지나니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간다. 일주일이 시작되기가 무섭게 주말이 되곤 하니 말이다. 아주 멀리 있을 것 같던 여름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언제 잎이 나나’라는 조바심을 갖다가, 아주 조그맣게 난 잎을 보고 행복해 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어느새 돈드고비 ‘고양의 숲’에는 푸르름이 가득하다.

나는 한국에서는 항상 누군가를 만나고, 무언가 특별한 일을 찾아다니길 반복하였다. 그러나 여기 돈드고비에서는 아는 사람도, 새로운 일도 없이 살고 있다. 매일매일 푸른 나무, 광활한 고비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하늘을 보며 딱히 별 일이라 할 것 없이 살고 있다. 다만 나의 생활에 조금 변화된 게 있다면, 글을 쓰고 기타를 치고 책을 읽는 시간이 아주 많아졌다. 한국에선 항상 바쁘게 산다는 핑계로 하지 못했던 여가생활을 나의 삶의 일부로 만든 것이다. 사실 할 게 없어서 시작된 취미생활이기 때문에 돈드고비를 벗어나면 지금만큼 시간을 쏟을 수는 없겠지만 항상 아주 조금이라도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지난 달, 5월부터 6월까지 돈드고비에서 특별한 일은 별로 없었다. 만달고비 시내 구경은 4월에 이미 끝난 바람에 휴일이면 눈만 뜬 상태로 좀비처럼 집안을 돌아다니는 것 말고는 딱히 하는 일이 없다ㅎㅎ. 오늘도 어김없이 황금같은 일요일이지만, 내가 일어나서 한 일은 남은 반찬으로 브리또를 만들어 먹고 또 조금있다가 불닭볶음면에 맥주 한 잔 한거 말고는 없다ㅇㅅㅇ. 방에 계속 있느라 하루 종일 파트너 조은 단원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봤다ㅇㅅaㅇ. keep going 밖으로 한 발자국도 안나가야지ㅇㅅㅇb.

돈드고비에서의 5, 6월을 23장의 사진으로 정리해보았다. 으 시간이 빠르다.

 

< 5 월 >

나무 심기

5월에 진행한 식재이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 때문에 나무가 잘 살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6월 말로 넘어가는 현재 아주 잘 자라고 있다. 이 어린 나무들이 돈드고비 한 켠에서 깊이 뿌리내려, 사막화로 가고있는 땅을 잘 붙잡아 주었으면 좋겠다.

 

201606_몽골에서온편지_돈드고비 손지수_사진 (1)

사진 1. 포플러(올랴스)를 심고 있는 나!

 

201606_몽골에서온편지_돈드고비 손지수_사진 (2)

사진 2. 나무 심느라 고생 많이 한 우리 돈드고비 ‘고양의 숲’ 직원들!

식재 끝난 기념으로 단체사진 한 컷

 

 

일상

딱히 별 일 없는 나의 일상이다.

201606_몽골에서온편지_돈드고비 손지수_사진 (3)

사진 3. 듬직한 바트 경비원님의 오토바이 뒤에서.

넓디 넓은 조림장에선 절대 걸어만 다닐 수 없다. 이렇게 경비원님 뒤에 타고 하루에 몇 번 씩 이동한다.

 

201606_몽골에서온편지_돈드고비 손지수_사진 (4)

사진 4. 퇴근길

이제는 익숙한 지평선

이 곳은 사방이 이런 풍경이다.

 

201606_몽골에서온편지_돈드고비 손지수_사진 (5)

사진 5. 500투그릭(우리나라 돈으로 300원 정도) 짜리 케이크

칼로리를 위해 만들어진 듯한 크림 케익이다. 몽골 사람들이 아주 즐겨 먹는 빵이다. 주민 직원들이 점심 식사로 싸오곤 한다.

진짜 느끼해서 나는 하나 다 못먹는다.

 

201606_몽골에서온편지_돈드고비 손지수_사진 (6)

사진 6. 창고 게르 안에서 바라본 조림지

아직 추울 시기여서 푸르름은 보이지 않네

 

201606_몽골에서온편지_돈드고비 손지수_사진 (7)

사진 7. 조림지 안에 들어왔다가, 저수조에 빠지는 봉변을 당했던 염소 두 마리

염소 한마리가 조림지 안에서 울고 있길래 쫒아내려고 다가갔는데, 안도망가는거다. 순간 얘가 나한테 덤비면 어떻게 하지(라고 동물을 무서워하는 내가)생각했다. 알고보니 한 마리가 저수조 안에 빠져 있어서 다른 한 마리가 어디 가지 못하고 안절 부절 하고 있던 것이였다.

다행히 물을 채우기 전인 저수조라 빠진 염소는 매애 매애 하면서 울고만 있었다. 경비원(하롤)을 불러서 구출해 주니 꽁지빠지게 달려 나간다.ㅎㅎㅎ

염소는 풀을 뿌리까지 먹어 해치워서 식물의 싹을 없에 버리는 환경에 좋지 않은 동물이다.

그래서 보통 양 사이에 염소를 몇마리만 넣어 키우는데,(양의 몰려다니는 습성은 양의 털 상품성을 떨어트리는데, 무리에 염소가 있으면 몰려다니는 습성이 사라진다고 하여 적당한 비율로 양과 염소를 함께 방목하여 키운다.) 요즘 염소 겨드랑이 털로 만드는 ‘캐시미어’가 몽골의 대표상품이 되면서, 자연히 방목되는 염소 비율도 자연히 늘어났다. 환경을 생각하면 나쁜 놈들인 염소이지만..

저수조 안에 빠진 친구 때문에 도망도 못가고 울고만 있던 이 염소를 생각하면 귀엽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단발

충동적으로 가서 잘랐다. 중학교 입학 이후로 단발은 한 기억이 없다. 10년 만에 싹뚝ㅎ

오랫동안 자르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긴 머리에서 단발로 간다는 결심이 그리 쉽지않았다. 한 2년 동안 고민만 하다가… 갑자기 어느 날 거울을 보는데 ‘긴 머리라고 썩 이쁘진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훅 가서 훅 잘랐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다ㅎㅎ

201606_몽골에서온편지_돈드고비 손지수_사진 (8)

사진 8.?단발의 귀여운 점이다.

바람이 불면 모든 머리가 위로 솓구친다ㅎㅎㅎ

 

 

<?6 월 >

동물

빌게 경비원네 개 ‘자가나’가 새끼를 7마리 낳았다!!!

개를 포함한 모든 동물을 무서워하고 싫어하던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친해진 자가나! 착한 개는 진짜 착하다는 소리를 백 만 번 들었었지만 믿지 못하다가 이제서야 알았다. 반면에 절대 친해질 수 없는 겁나 사나운 검은 개가 한 마리 있는데, 그 개가 새끼들의 아빠 인 듯 하다. 자가나의 흰색, 황토색 털과 검은 개를 닮아서 새끼 7마리는 모두 각기 다른 색과 무늬를 지니고 태어났다.

몽골의 시골은 우리나라처럼 개에게 밥을 꼬박꼬박 챙겨주거나, 개 집을 지어주는 곳이 아니다. 새끼를 낳았다고 해서 딱히 달라지진 않는다. 먹고 남은 고기를 조금 더 주는 것 말고는?개들은 여전히 사냥을 통해 살아간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개에게 학대를 하거나, 모르는 척 하는 것이 아니다. 개 주인들은 진심으로 개를 사랑스럽게 대한다. 다만 방법이 우리나라와 다를 뿐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할 땐, 근친교배로서 나온 순종을 너무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덕에, 몽골의 개들에 비해 우리나라 개들은 작고 비실비실한데다가 건강도 좋지 않아보인다. 그러나 이 곳 개들은 순종, 잡종 따위의 개념 자체가 없는 곳에서 개 본연의 모습으로 아주 건강하게 살아간다. 힘이 아주 세고, 빠르고, 이빨도 아주 깨끗하다. 최근에 동물농장을 통해 큰 이슈가 된 강아지 공장을 본 적 있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어떤 계기라도 우리나라에 개의 진정한 행복을 바라는 애견가들이 많아 졌으면 좋겠다.

자가나의 새끼들은 한창 추울 때 태어나서인지, 이 주만에 4마리가 죽었다. 결국 지금까지 살아남은 강아지는 3마리 뿐 ;-;?한달 가까이 건강하게 살아 남았으니 지금처럼 쭉 건강하거라 ♥

201606_몽골에서온편지_돈드고비 손지수_사진 (9)

사진 9. 덩치가 산만한 귀염둥이. 자가나 <3

 

201606_몽골에서온편지_돈드고비 손지수_사진 (10)

사진 10. 한 놈, 두 놈, 세 놈….일곱 놈!!!

 

201606_몽골에서온편지_돈드고비 손지수_사진 (11)

사진 11. 발바닥

조은단원이 그러는데 개는 태어나서 얼마 안있으면 발바닥이 까매진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보송보송한 발바닥~

전에 친구가 강아지 발바닥에서 꼬수운 냄새가 난다고 했는데, 궁금하긴 했지만 차마 맡아보진 못했다.

사람들이 키우는 개 말고도 이 곳엔 야생 토끼, 야생 고슴도치, 야생 햄스터, 야생 도마뱀이 살고있다.

매일 토끼가 뛰어 도망가는 뒷 모습만 보다가, 우연히 조림장에 들어온 새끼 토끼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지이이인짜 귀엽다. 한 주먹 크기인데 지이인짜 귀엽다.

야생 고슴도치는 우연히 한 번 봤다. 겁이 많고, 가시가 그리 아프지 않아서 귀엽게만 봤다. 그런데 나중에 들은 것인데, 머리쪽 가시에는 독이 뭍어있다고 한다. 역시 동물은 위험해..

도마뱀은 진짜 많다. 10발자국에 한마리씩 보인다. 도마뱀은 자가나의 참 좋은 사냥거리이다. 어릴 때 책에서, 도마뱀의 꼬리는 잘린 후에도 계속 움직인다고 하는걸 읽었었는데, 진짜이다. 자가나는 꼭 한입에 도마뱀을 못넣고 꼬리를 입에서 떨어트리곤 하는데, 엄청 징그럽다.. 꼬리가 끊임없이 팔딱팔딱 움직지만, 자가나는 그 불쌍한 꼬리 마저 놓치지 않고 다 먹어버리다.

 

201606_몽골에서온편지_돈드고비 손지수_사진 (12)

사진 12. 몽골어로 “토쎄” 토끼

저 눈망울…

 

201606_몽골에서온편지_돈드고비 손지수_사진 (13)

사진 13. 저 똥그란 궁딩이 ♥

 

 

식물

6월이 되자 확실히 모든 조림장이 푸르르다. 포플러는 5월부터 푸르렀고, 나머지는 아주 천천히 조금씩 잎이 나오더니 6월 말을 향해 달려가는 이 시점, 겁나 초록이다.

생각지도 못한게 있다면, 들꽃들이다. 새끼 손톱만한 꽃들이 하얗게, 노랗게 만연하다. 꼭 쌀을 바닥에 뿌려놓은 것 처럼 흩어져 피어있는데, 참 이쁘다. 사막화 지표식물이래서 괜히 미웠던 데르스도 노란색 꽃을 피웠다. 미워할 수 없게?참 이쁘다.

201606_몽골에서온편지_돈드고비 손지수_사진 (14)

사진 14. 포플러

 

201606_몽골에서온편지_돈드고비 손지수_사진 (15)

사진 15. 2조림지 파노라마 전경

201606_몽골에서온편지_돈드고비 손지수_사진 (16)

사진 16. 쌀알을 뿌려놓은 것 같은 비주얼의 흰 들꽃들

 

 

음식

이제 몽골음식을 몽골음식이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그냥 음식이라고 받아들이는 경지에 도달했다. 몽골 사람들은 거의 밀가루 또는 고기로 식사가 이루어진다.

주민 직원 분들은 빵도 참 잘만드신다. 단원들끼리 기름빵이라고 불르는 빵이 있는데, 그 기름빵은 이 곳 주민들의 주식이다. 사먹기도 하고 만들어 먹기도 한다. 처음엔 특유의 누린내가 고역하다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참 맛있게 먹고있다. 가볍고 가벼운 나의 입맛~★

201606_몽골에서온편지_돈드고비 손지수_사진 (17)

사진 17. 체덴발 하롤이 만든 기름빵.?겉은 바삭, 안은 부드러운, 기름에 튀긴 빵이다.

보통 사먹는 기름빵은 엄지와 검지로 만든 동그라미 모양&크기이고 만든 것보다 훨씬 딱딱하다.

기름에 튀겼다고 해서 고로케를 상상하면 안된다. 차원이 다르게 딱딱한 편이다.

 

201606_몽골에서온편지_돈드고비 손지수_사진 (18)

사진 18. 체덴발 하롤은 요리중~★

염소 간, 살코기, 양파를 기름에 볶다가 후추와 소금으로 간을 하신다.

단순한 요리법임에도 꽤 괜찮은 맛이 난다. 몽골 특유의 염소&양 피냄새는 아주 중요한 향신료 역할을 하는 듯 하다.

월급날 후에는 이렇게 생고기를 요리해 드시지만 보통 때는 말린 고기를 드신다.

여기서도 또 고기를 말렸다고 육회를 상상하면 안된다. 잔뼈를 포함한 채로 빠짝 말려서 엄청 딱딱하기 때문에,

매끈한 돌이나 망치로 두들겨서 작게 만든 후 팔팔 끓여 먹는다.

 

201606_몽골에서온편지_돈드고비 손지수_사진 (19)

사진 19. 소고기 장조림

고기의 부위를 내장과 살코기로 나누는 이 곳에선 내가 산 소고기가 어느 부위인지 가늠도 안된다.

특히나 도축방법이 우리나라와 아주 다르다. 이 곳은 피를 절대 빼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선 고기의 피를 빼는 것이 요리에 쉽게 하기 위해서 인줄 알았는데,?고기를 부드럽게 하고 잡내를 없에는 역할을 하는 듯 하다.

몽골에서 소고기를 사면 3시간정도 물에 담가 피를 빼고, 살짝 얼리거나 살짝 데쳐서 칼로 잘릴 정도로 부드럽게 만든 후 얼려서 보관하거나 요리한다.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사자마자 자르려 한다면 손목 아님 칼, 둘 중 하나가 부러지겠지만 고기가 잘리진 않을 것이다.

위의 요리는 한번 데치고, 빡시게 기름을 제거한 뒤 영화 한편을 보는 동안 끓인 장조림이다.

 

 

다시 일상

5월처럼 6월 일상도 별 거 없다.

201606_몽골에서온편지_돈드고비 손지수_사진 (20)

사진 20. 새벽 5시 30분 출근길.

일출이 끝내준다.

육안으로 볼 때는 분홍빛인데 사진으로 보면 주황색이 된다.

 

201606_몽골에서온편지_돈드고비 손지수_사진 (21)

사진 21. 해

해의 주변에 산이나 건물같은 큰 구조물이 하나도 없어서 그런지, 한국에서보다 작아보인다.

 

201606_몽골에서온편지_돈드고비 손지수_사진 (22)

사진 22. 체덴발 하롤네 손자.

으 겁나 귀엽다. 하루의 절반을 문에 매달려서 밖을 동경하며 보낸다.

 

201606_몽골에서온편지_돈드고비 손지수_사진 (23)

사진 23. 날이 풀리긴 했다. 도대체 어디에서 동면해있던 파리들이 이렇게 몰려드는건지…

가끔 무서울 정도이다. 위이이이잉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