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7-[Main Story] 기후변화와 난민
세계가 자국이기주의에 빠질 때 난민은 수렁으로 빠진다
난민은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가장 벼랑 끝에 몰린 약자들이다. 인류애의 가늠자인 난민이 2016년 다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6월2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World Refugee Day)’이었다. 그러나 세계는 난민을 포용하기보다 배척하고 있다. 자국 이기주의가 밀려드는 난민을 몰아내는 형국이다. 영국의 EU 탈퇴도 그 근본 배경에는 난민과 이민 문제가 깔려있다. 영국민들은 이민자와 난민들이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정치인들의 정치적 이익을 노린 부추김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난민 문제는 외면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세계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지구촌 과제다. 그런 의미에서 난민문제를 다시 한번 짚어본다.
한 아프간 난민이 초만원인 고무보트를 타고 터키에서 에게 해를 건너 레스보스 섬에 도착한 후 연로한 가족 한 명을 바닷가에서 보조하고 있다. ⓒ UNHCR/Achilleas Zavallis
# 2015년말 세계 난민의 수는 6천5백만명
유엔난민기구(UNHCR,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는 지난 2015년 말 기준 세계의 난민은 6천530만명에 이르며 이같은 규모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2천130만명의 난민, 320만명의 망명신청자, 그리고 4천80만명의 자국내 난민(이재민)이 포함되어 있다.
국적별로는 시리아 490만명, 아프카니스탄 270만명, 소말리아 110만명 등이며 이 3개국의 난민이 세계 난민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2015년 난민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시리아 내전과 이슬람 수니파 과격 무장 세력인 ‘이슬람국가(IS, Islamic State)’의 등장 영향이다.
아프리카와 중동의 난민들이 유럽으로 몰리면서 유럽 각국들은 난민 문제가 경제활성화와 함께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로 떠안게 되었다.
유럽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EU 국가에 난민 지위를 신청한 난민은 125만5,600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14년(56만2,680명)에 비해 1년만에 2배 넘게 발생했다.
출신국별로는 시리아 난민이 36만2,8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아프가니스탄 17만8,200명, 이라크 12만1,500명 순이었다.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나라는 독일로 전체 신청자의 35%인 44만1,800명이었다.
난민들로 꽉 찬 고무보트가 터키에서 에게 해를 건너 레스보스 섬에 도착했다. ⓒ UNHCR/Achilleas Zavallis
# 세계 경제 불황 속 난민은 급증
유럽에서 난민 문제가 부각된 것은 시리아의 장기적인 내전과 중동의 정세불안 등으로 난민이 갑자기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몰려드니 부담이 된 것이다. 게다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2009년 남유럽발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전반적인 불황으로 청년 실업률이 치솟았던 것도 난민에 대한 포용력 저하로 나타났다.
문제는 그런 배타적 분위기에 희생되는 난민들이다. 2014년부터 올해 전반기까지 지중해를 건너다 사망한 난민이 1만명을 넘어섰다. 작은 배에 정원을 넘어선 많은 인원을 태운 탓에 조금만 기상이 나빠도 배가 침몰했기 때문이었다.
아프리카 난민들의 목숨을 건 탈출은 사하라 사막에서부터 시작된다. 40도가 넘는 고온과 모래폭풍을 통과해야만 지중해를 건널 수 있는 배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이주기구(IOM,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는 1996년부터 2014년까지 사하라 사막에서 사망한 난민은 최소 1,79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초에도 알제리로 향하던 난민 34명이 알제리와 니제르 국경도시인 아사마카 인근 사막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사망자들은 여성 9명, 남성 5명, 어린이 20명 등이었다.
시리아인을 포함한 난민들과 이주민들이 전복된 배에서 구출된 후 팔레르모 항에 내리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UNHCR /Fabio Bucciarelli
# 유엔에서도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환경난민’
그러나 여기에도 주목받지 못하는 난민이 있다. 바로 ‘환경난민’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는 기후변화 이재민의 존재를 인정한다. 그러나 그들은 국제조약인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1951)’에서 인정하는 난민으로 분류되지 못하기 때문에 기후변화 이재민들을 기후난민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동 협약이 인정하는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혹은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개인의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유엔 과학위원회이다. 그 중에서도 인간과 자연 시스템의 취약성과 노출상황을 연구하는 IPCC Working Group II는 2014년 발간한 제 5차 평가보고서(Fifth Assessment Report)에서 다음과 같이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분쟁 및 실향민의 발생을 처음으로 명쾌하게 인정하였다.
시리아 북부의 코바니에 있던 쿠르드족 난민들이 터키로 넘어가고 있다. 시리아에서 2011년 발발한 내전은 오늘날 난민 발생의 최대 단일 요인이 되고 있다. ⓒUNHCR / I. Prickett
“21세기의 기후변화는 실향민(displacement of people)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되며” 또한 “가난과 경제적 충격과 같은 동인(動因)으로 인하여 증가되는 내전 및 내부집단 간 폭력의 형태로 폭력적 분쟁의 위험성을 비간접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충격을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이미 수차례 보고 겪었다. 더욱 강력하게, 그리고 더욱 자주 발생하게 된 자연재해로 수천, 수만명의 사람들은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삶의 터전을 잃는다. 지난 2005년 8월 29일 미국에서 발생한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하여 재즈의 발원지 뉴올리언스는 완전히 초토화되었고, 이재민 110만명, 확인된 실종자 및 사망자 수만 2,500명을 넘어서는 결과를 낳았다.
위험에서 구조된 1,171명의 사람을 태운 산 조르지오(San Giorgio)호는 포화상태로 많은 사람들이 구조선의 바닥에서 잠을 청해야만 했다. ⓒ UNHCR/A. D’Amato
#사회적 취약계층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
사회적으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집단이 사회적 취약계층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대다수가 기후변화의 충격을 피하기 위하여 이주할 만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 게다가 이들이 터전을 잃고 향하게 되는 것은 주로 도시가 되는데, 특히나 개발도상국의 도시들은 거의 다 기후변화 대응이나 적응 체계가 미흡하기 때문에 그들은 또다시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에 그대로 노출되게 된다.
낮은 1인당 국민소득, 경제 수축, 일관성 없는 국가기관과 같이 국내적으로 폭력적 분쟁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은 또한 기후변화에 민감하다는 문제가 있다. 개발도상국은 지리적 여건상 기후변화로 크게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다, 여전히 국내적으로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기후변화는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더욱 증대시키는 위험을 가지고 있으며, 분쟁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몽골 에르덴 하늘마을은 환경난민이 주축이 되어 만든 에코빌리지다. 이들은 여기에서 조림과 영농을 하며 자립의 꿈을 키우고 있다.
금세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러한 ‘환경난민’의 수는 2,500만명에서 10억 명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문제는 ‘기후난민’이나 ‘환경난민’과 같은 용어는 아직도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실향민이 어떠한 연유로 인하여, 예를 들어 환경재해, 일자리 부족, 아니면 가뭄이나 해수면 상승과 같은 장기적 기후변화의 영향 중 어느 문제로 고향을 떠나온 것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까닭으로, 강의 침식으로 인해 방글라데시에서는 매년 20만명의 실향민이 발생하지만, 그들은 다른 국가로의 이주를 쉽게 호소할 수 없다. 또한 지난 10년 이내에 해수면 상승과 같은 기후변화 문제로 인하여 10명 당 1명이 이주한 작은 섬나라인 키리바시, 나우루, 투발루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환경적 조건이 더 악화되어 그 곳에 갇히는 상태가 되더라도 난민으로 분류될 수 없다.
환경난민 출신인 에르덴 하늘마을 주민들이 몽골의 전통 주택인 게르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새로운 땅에 정착해 자립을 한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아울러 앞서 기후변화와 분쟁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서술하였듯이, 기후변화와 연관된 이동성의 역학관계가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는 단순히 한 면만 가지고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2012년과 2013년 대량의 소말리아 인구가 케냐로 이동하였는데, 이때의 현상은 소말리아에 영향을 미치던 가뭄과 기근만큼이나 알샤바브(Al Shabab)와 무장세력에 의한 죽음과 혼란이 그 원인을 제공하였다.
환경난민이 전쟁난민보다 심각한 점은 전쟁난민은 내전이 끝나면 돌아갈 집이 있지만 환경난민들은 고향에 돌아가도 살 터전이 없다는 데 있다.
환경난민도 전쟁난민과 같이 ‘벼랑 끝에 선 약자’로 보고 세계가 함께 풀어야 할 인류적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지구촌 각국들이 경제난과 실업난을 이유로 난민을 외면하는 순간, 난민들이 테러조직의 유혹에 넘어가거나 ‘외로운 늑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글 : 박고은 지속가능발전정책실 팀장
자료 출처:
1) 유엔난민기구(UNHCR): http://www.unhcr.org/540854f49.pdf, https://www.unhcr.or.kr/unhcr/html/001/001001003003.html
2) SBS뉴스: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2677061
3) 알자지라(ALJAZEERA): http://www.aljazeera.com/indepth/features/2015/11/climate-refugees-151125093146088.html
4) 연합뉴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6/25/0200000000AKR20160625061600009.HTML?input=1195m
5) 서울신문: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60617018010
6) 민중의 소리: http://www.vop.co.kr/A0000103977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