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몽골] 2016 돈드고비 고양의 숲으로 파견 완료 ? 손지수 단원
울란바타르에서의 신나는 삶을 즐겼던 저번 달, 나의 첫 에세이가 너무 짧고 성의가 없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교육도 열심히 들었고, 몽골어 공부도 나름 열심히 했었다.
사진 1. 울란바타르에서의 마지막 주, 우리집 냉장고에 붙어있다.
지금 나는 돈드고비에 있다. 6개의 조림장 중 사막 형 모델인 돈드고비는 사막화가 다른 조림장보다 심하게 많이 진행된 곳이기도 하며, 고비라는 지역적 특수성이 있는 곳이다. 그런데 분명 교육 때는 도시라고 했었다. 몽골의 도시를 울란바타르 밖에 못 봐서 그런가 정말 큰 동네라고 생각하고 파견이 됐지만 실제론 작은 음.. 마치 내 고향 대도시 청주의 근교 같은 느낌의 도시이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당구장(몽골은 포켓볼만 친다.)도 많이 있고 가라오케도 있어서 여가를 즐길 수 도 있다. 이정도 인프라면 아무것도 없는 하늘마을 에르덴 단원들에게 미안한 수준이긴 하다.
사진 2. 집 가는 길.
4월부터 우린 지역으로 파견되어 바로 일을 시작하였다. 첫 날 지역담당자와 함께 조림지에서 기초적인 준비 작업을 하였고 이틀째부터 바로 구덩이 작업에 들어갔다.
돈드고비의 땅은 정말 딱딱하다. 20cm 정도 파면 석회암이 나오기 시작한다. 30여명의 주민들과 생활하며 가장 많이 듣는 두 말이 “세흥 아므라스노(아침인사)”와 “가짜르 하토 베노?(땅이 딱딱해요?)”이다. 어기노르는 하루에 천개 이상의 구덩이를 판다고 하는데 우리는 최대로 많이 판게 386개이다.
나와 내 파트너 백조은 단원과 짝을 이뤄 한 시간 동안 정말 열심히 파도 최대 4개뿐이다. 삽질이 아직 서툰 우리에 비해 주민직원들은 정말 땅파기 선수들이다. 오랜 경력을 갖고 있는 몇몇 주민분들은 우리 모두에게 큰 힘이 되어주신다. 아직 언어가 서툰 우리에게 말이 아닌 몸짓으로 농담을 건내시기도 하시고, 삽머리를 바꿔달라는 내 요청에 일분도 안되어서 뚝딱 바꿔 주시기도 하신다.
사진 3. 6 조림지 전경. 이곳은 막 찍어도 작품이 나오는, 그런 곳이다.
우리 숙소에서 6조림지(신규 조림지이다. 구덩이 작업을 하고 있는 요즘은 6조림지로 모여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까진 걸어서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린다. 다행히 집에 오는 길엔 팀장님께서 차로 1 조림지까진 데려다 주셔서 40분 정도면 집에 올 수 있다. 걷는걸 좋아하기도 하고, 조은 단원과 노래를 틀고 신명나게 춤을 추며 오가기 때문에 아직 힘들다 느껴지진 않는다. 가끔 6조림지에 있다가 1 조림지에서 업무를 보고 다시 출석체크를 하기 위해 6조림지로 돌아가야 할 땐 한 숨이 나오긴 한다.ㅎㅎ 하지만 우리가 힘든 건 축에도 끼지 못한다. 왕복 4시간을 걸어 다니시는 엑체(아주머니)들에 비하면 별로 걷지도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돈드고비 사업장에 필요한 것이 교육용 8각 게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셔틀 미크로(봉고)가 더 필요한 것 같다. 1 조림지부터 7 조림지까지의 거리가 가로로 4km 남짓이니 이 구간만 운영을 해도 직원들의 수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듯 하다.
사진 4. 아침 체조 시간. 서투른 내 체조도 꺄르르 웃으시며 잘 따라 해주신다.
또한 이 곳은(내 생각이지만) 시골이 아닌 도시여서 그런지 빈부격차가 존재하며 주민 직원들은 생활이 힘든 편에 속한다. 고비지역이라 유목도 힘들고 고질적으로 몽골 내에 일자리가 많이 부족하다. 그러나 주민 직원들은 이렇게 힘든 조림 사업임에도 큰 자부심을 느끼고 정말 열심히 일 하신다. 그래서 내가 올해 할 일 중 하나는 이분들이 조금 더 편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주민 직원 중 한 엑체는 영어가 능통하시다. 내가 가끔 몽골어를 잘 못 알아들어서 답답해 할 때 짠 하고 나타나셔서 영어로 설명을 해주시곤 한다. 이 엑체는 전에 고비에서 가이드 일을 하셨다고 한다. 혼자 1년 동안 영어를 독학하고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가이드 일을 하시다가 어느 순간 기후가 너무 나빠지고 조드가 오기 시작하면서 그분이 일하시던 지역에서 투어가 힘들어 졌다고 하셨다. 다른 곳으로 옮겨서 가이드 일을 할 수 있겠지만 이젠 나이도 많아져서 더 이상 힘들다고 하신다. 속상한 일이다. 영어를 어디서 배웠냐고 물은 질문 하나에 ‘차강 조드(하얀 재앙-겨울에 온도가 극심하게 낮아지는 이상 기후. 가축들이 수 백만 마리가 죽기도 한다.)’를 답으로 들었다.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다시 상기 시킬 수 있었다.
사진 5. 조은 단원의 뒷모습. 땅에 간간히 보이는 식물은 사막화 지표 식물, 하르간이다.
요즘 걷는 시간이 많아져서 생각할 시간이 많이 늘었다. (잊고 있던)국제개발의 의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도 하고, 몽골의 시민운동가가 되기 위해 내가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도 한다.(물론 이상한 생각도 많이 하긴 하지만..ㅎ). 임영화 단원이 한 말인데, 미래에 ‘살기 좋은 세상이 왔을 때 내가 거기 있었노라 말할 수 있길 바란다’는 말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내가 이 척박한 땅 돈드고비에 온 것을 잘한 일이었다 라고 생각되도록 한 해 동안 내 모든 생각과 역량을 발휘해 보고 싶다. 그 일이 비록 아주 작은, 점에 지나지 않는 일이라고 할 지라도 말이다.
ps. 꽤 길게 잘 쓴 것 같지?ㅎㅎ 엄마 아빠 나 건강하게 잘 살고 있어. 밥도 심하게 잘 해먹고 있고 크게 실수를 하거나 못 견디게 힘든 일도 없었어. 보고싶어. 사랑해 (하트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