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4-[송상훈의 식물이야기] 기후변화와 꽃가루, 그리고 알레르기

봄이 왔다. 도시근교 마을에는 산수유가 노란 꽃망울틀 터트리고, 산에는 김유정의 동백꽃인 생강나무꽃이 핀다. 곧 진달래가 온 산을 붉게 물들이고 개나리, 목련, 벚꽃이 거리를 수놓을 것이다. 그러나 황사와 초미세먼지가 간간히 기습하고 낮밤의 기온차가 큰 가운데 꽃가루까지 날리는 봄은 면역력이 약한 상당수의 알레르기 환자에게는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시간이다. 최근에는 실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향이 높아져 환경은 더욱 악화되었다. 이들 모두 알레르기 비염?결막염?피부염?천식을 유발하는 원인들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우리나라의 알레르기 환자는 1980년대 초에는 5%에 불과했으나, 90년대 후반에는 15%, 2000년대는 20%, 2010년대에는 25%까지 치솟았고 이 가운데 30% 정도는 꽃가루 알레르기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번 회에서는 꽃가루를 통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식물들과 영향에 대해 알아 보도록 한다.

보통은 풍매화와 수목류 꽃가루에 의한 기전을 화분증이라하며, 모든 꽃가루가 알러지원으로 작용하는 경우를 알레르기라 하지만 여기서는 혼용하기로 한다. 강한 향기로 곤충을 유도하는 충매화는 꽃가루가 크고 무거우며 양도 적다. 그러나 바람을 타고 퍼지면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풍매화의 꽃가루는 20~50(1㎛는100만분의 1m. 미세먼지는 10㎛ 이하, 초미세먼지인 스모그는2.5㎛ 이하) 크기로써 눈에 보이지 않으며 100~1,000km까지 이동 가능하다. 풍매화 꽃가루는 3~5, 8~9월에 특히 많이 날리며 봄철 나무 꽃가루보다 가을 잡초의 꽃가루가 재채기·결막염·가려움증 등 알레르기 증상을 더 심하게 일으킨다. 대표적인 식물을 살펴 보면, 봄에는 주로 오리나무, 자작나무, 참나무(상수리나무, 갈참나무) 등 수목류와 가을에는 돼지풀, 환삼덩굴 등 잡초와 심지어 쑥까지 포함된다.

이 밖에도 은행나무, 향나무, 측백나무, 삼나무, 리기다소나무, 메타세쿼이아, 독일가문비, 느릅나무, 가래나무, 물오리나무, 중국굴피나무, 가래나무, 물박달나무, 물푸레나무, 버즘나무, 양버즘나무, 네군도단풍, 팽나무, 산뽕나무, 잔디, 우산잔디, 질경이, 오리새, 큰조아재비, 대마, 개비름, 명아주, 가시박 등 많은 100여종 이상의 식물들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에  국립생물자원관은한반도 알레르기 유발 꽃가루 가이드북을 발간하여 알레르기 유발 식물 정보를 제공하였는 바 아래 주소로 자료를 다운받아 확인할 수 있다.

 http://www.konetic.or.kr/dataroom/dataroom_view.asp?tblcode=EUN_ENV_MORGUE&unique_num=8263
 

환삼덩굴은 약으로도, 차로도 이용되므로 유익한 측면도 있으나 돼지풀은 사람은 물론 우리 토양생태계까지 교란시키므로 보는 즉시 제거해야 한다. 돼지풀을 제거하지 않고 두면 마치 해바라기처럼 2~3m 높이로 크게 자라며 대도 매우 단단하고 두껍게 자라 곧 사방을 잠식한다. 돼지풀은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쑥과 비슷해 보이지만 전체에 짧고 거친 털이 많으며 쑥향이 없다. 잎으로만 보면 가늘고 잎이 패인 정도가 깊으며갈라진 잎의 길이와 폭이 일정해서 가지런한 느낌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집마당에서 정성스레 기르기도 하는데 안될 일이다. 또한 돼지풀은 한 종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단풍잎돼지풀과 둥근잎돼지풀이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어 건강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기후변화가 알레르기 발현식물에 미치는 영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단풍잎돼지풀과환삼덩굴 모두 최근 기후변화와 더불어 도심권에서 분포지를 확장하고 있으며 알레르기 증상과 상관성이 있다고 한다.


한양대 조사에 따르면 시골보다 도시의 꽃가루가 무려 57배나 독하며 그 이유는 도시가 시골보다 CO2 농도가 2배 이상이기 때문이라 한다. 과도한 CO2 농도가 꽃가루에 영양을 더 많이 공급해줘 강해지는 것이라 한다. 최근 온난화의 영향으로 성장이 왕성해진 일부 수종은 이전보다 더 많은 꽃가루를 날리며 기간도 길어져 알레르기 환자는 계속 증가세에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0~2014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 진료현황을 보면 10, 30, 40대에서 상대적으로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가 많았다. 면역력이 가장 왕성한 20대를 제외하면 어느 연령층도 안전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봄이면 거리를 하얗게 뒤덮고 집안까지 굴러다니는 버드나무 흰솜털(꽃가루가 아님)이 알레르기 주범으로 알려져 눈총을 받았으나 이는 잘 못 알려진 것이라 한다. 눈에 보이는 송홧가루(소나무 꽃가루)나 아까시의 꽃씨도 꽃가루 알레르기와 큰 상관이 없다고 한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는 다음과 같은데, 봄에는 수목류, 가을에는 잡초류의 꽃가루가 문제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꽃가루 알레르기가 심한 사람은 봄철 산행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참고로, 꽃가루는 기상에도 관계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와 텍사스 A&M 대학교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5~150㎛ 크기였던 꽃가루가 수분을 흡수하면서 원래 크기의 수천분의 1밖에 안 되는 나노미터(nm) 크기로 쪼개져 응결핵 (condensationnucleus. 대기 중에서 수증기가 응결하여 구름 알갱이가 생길 때 그 중심이 되는 알갱이)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즉 꽃가루가 구름을 만드는 기본 재료가 되며, 지표는 물론 대류권 상층까지 퍼져 나가 집중호우의 원인으로도 작용한다는 것이다. 꽃가루가 비를 만들고 비가 숲을 이루며 숲이 다시 꽃가루를 만드는 현상은 자연의 심오함을 보여준다. 더불어 기후변화로 인해 꽃가루가 많이 만들어지는 요즘 그만큼 집중호우의 가능성도 높아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꽃가루가 건강차원을 넘어 기후변화와 맞닿아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323일은세계 기상의 날이었다. 앞서 살펴 보았듯이 기후변화는 꽃가루 증감 뿐 아니라 곤충의 부화나 성장 속도에 영향을 줘 지카 바이러스와 같은 질병 매개체를 증식하기도 하며 엘니뇨현상을 통해 매개체 활동반경을 급속 확대하기도 한다. 지난 24일에는 기상청 주도 하에 환경부와 질병관리본부 및 전문가가 대거 참석한 2016 보건기상 학술회의가 열렸으며 주제는 기후변화와 꽃가루 알레르기였다. 주제에서 알 수 있듯이 상춘(賞春)이 어려워지는 삼엄한 시기에 우리가 살고 있다. 이 봄을 맞아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CO2를 비롯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우리의 생활방식이 어떠해야 하는지 깊이 반추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송상훈 푸른아시아 지속가능발전정책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