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4-[이재흥의 자연속으로] 흑두루미와 캐나다흑두루미

여행의 즐거움이란 사람 뿐만 아니라 철새들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래서 철새들의 대이동은 많은 무리가 단체 여행을 오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간혹 혼자이거나 몇몇 무리지어 보이는 경우는 여행으로 치면 ‘나홀로여행’이거나 ‘가족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해마다 이만 때면 많은 무리의 흑두루미들이 일본이나 우리나라 순천만에서 겨울을 나고 고향인 북쪽 시베리아 등지로 돌아가는 여정에 들어간다. 이들은 북상 중 곳곳의 중간 기착지를 거치며 날갯짓으로 지친 몸을 회복하기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많은 먹이활동으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날갯짓을 하게 된다.

머리에 빨간 모자를 쓴 듯한 캐나다흑두루미가족이 가까이 모여 주위를 경계하고 있다.

현재 흑두루미들은 순천만을 떠나 충남 선산 천수만 들녘으로 3천여 마리가 넘게 집결해 있다. 흑두루미들의 다음 기착지로 가기 위한 먹이활동으로 천수만은 생명의 소리가 넘쳐난다. 

 

최근 천수만 들녘에서 빨간 베레모를 쓴 듯하고, 깃털 무늬가 흑두루미와 다른 두루미를 보았다. 캐나다두루미 한 가족이다. 캐나다두루미는 흑두루미와 달리 가족들끼리의 거리를 멀리 하지 않고 늘 함께 활동을 한다. 몸집이 흑두루미들 보다 작지만 흑두루미들과의 다툼에서는 한수 위일 정도로 다부져 흑두루미 무리에서도 기죽지 않고 활동을 한다. 

이맘 때 천수만은 흑두루미떼가 모여 들어 생명의 활기로 넘쳐난다.

캐나다두루미는 캐나다 북부 알레스카, 미국 북부 산림습지에서 번식하며, 멕시코 북부에서 활동을 한다. 이들 소수 개체는 겨울이면 우리나라 철원 들녘과 천수만 같은 곳에 찾아와 재두루미나 흑두루미들 무리에 합류해 지낸다.

 

천수만에 머물고 있는 흑두루미와 캐나다두루미들은 조만간 천수만을 떠나 일부 무리가 한강과 임진가 하구 주변 강화와 김포, 파주, 들녘에 잠시 머물다 러시아의 아무르 유역과 중국 북동부 번식지 등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재흥 생태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