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몽골] 맑은 눈망울 그리고 나 – 박소현 단원

울란바토르에서의 생활은 편했다. 과제도, 압박도 없는 이곳에서 나는 안주했다. 매일 고민은 오늘 뭐 먹지?’였다. 우연히 찾아간 어느 급식소는 내 마음을 흔들었다.

칭기즈칸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급식소 안에는 벌써 삼삼오오 아이들이 모여있었다. 아이들을 각자 공놀이와 배드민턴 등을 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시선이 집중됐다. 십여 개의 눈망울이 나를 바라보았던 그 순간, 숨을 쉴 수 없었다. 눈동자들은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이야기는 이야기를 만났다. 우리는 공놀이를 하기도 했고, 종이 접기도 했다. 어떤 아이는 나에게 그림을 그려 줬다. 우리는 언어가 통하지 않았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눈빛으로, 몸짓으로.

아이들과 보낸 시간은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았다. 사실 그곳에서 정기적 봉사를 하는 사람에게
나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온 봉사를 한다고 찾아온 귀찮은 손님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이 내 이름을 부르며 손을 잡아 이끌 때 하나의 의미가 되었다. 문득, 오래 전 꽃동네로 단기 봉사를 갔을 때 다시 올 수 없음에도 기약 없는 약속을 했던 그날의 부끄러움이 떠올랐다.
잊을 수 없는 몽골의 파란 하늘보다 더 청명한 아이들의 웃음 소리와, 내 이름을 부르던 그 목소리. 내 손을 잡아 끌던 작은 손, 그리고 쓸쓸한 목소리로 안녕을 고하던 아이의 슬픈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