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2-[이재흥의 자연속으로] 털발말똥가리
들녘이나 습지를 지나치다보면 황조롱이나 말똥가리 같은 맹금류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 있다. 이들 맹금류들이 찾아와 서식하는 곳은 생태 환경이 건강한 곳이라 할 수 있다. 물새들이 서식하는 습지, 하천변과 작은 포유류가 서식하는 들녘도 먹이사슬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사진 1. 털발말똥가리가 사냥감을 포착하고 날개깃과 꼬리깃을 아름답게 펼치고 정지비행을 하며 대지를 굽어보고 있다.
사진 1은 털발말똥가리가 들판을 굽어보며 사냥감을 노려보는 순간이다. 털발말똥가리는 주로 들쥐나 족제비 같은 작은 포유류를 사냥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기러기 같은 큰 물새도 사냥을 한다.
사진 2. 오랜 시간 사냥감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던 털발말똥가리가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말똥가리 종류의 맹금류들은 사냥감을 발견하면 시선을 놓지 않으며 절대로 서두르지 않는다.
이들은 공중에서 정지비행을 하며 완벽한 사냥을 위해 치밀한 계산을 한다. 그리고 바람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날개를 절반을 접고 발톱을 앞세우며 빠른 속도로 내려가 사냥감을 덮친다. 하지만 살아남으려는 본능 앞에서는 아무리 우수한 킬러일지라도 실수가 있게 마련이다. 이처럼 상위 포식자들도 한 끼의 배를 채우기 위해선 많은 실수가 동반되며 몸의 에너지를 소비하기 마련이다.
사진 3. 털발말똥가리가 몸을 웅크리고 경계를 하는 것으로 보아 날카로운 발톱에 무엇인가를 움켜쥐고 있는 듯하다.
대부분의 맹금류들은 날아다니며 사냥감을 찾기도 하지만, 한 장소에서 사냥감을 기다리다 사냥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어찌 보면 맹금류들의 사냥술이란 기다림과 인내심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주변을 살필 수 있는 높은 곳에 앉아서 장시간 사냥감을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간간히 주변을 너울거리며 날아다니다 다시 앉아있던 장소로 돌아와 기다리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간간히 날아다니는 것은 오랜 시간 앉아 있던 몸을 풀어주기 위한 날개짓일 수 있다. 그들도 수시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맹금류로서의 순발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흥 생태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