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몽골] 새로움이 주는 설렘이 마음속에 가득할 당신께 쓰는 편지 – 이호준 단원

 

 

푸른아시아에 합격하신 단원 분들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16년 한 해, 이 곳 몽골에 오셔서 아름다운 시간 만드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상상하신 몽골, 그리고 푸른아시아는 어떤 곳일까요. 궁금하지만 그것은 기회가 된다면 단원 분들의 에세이에서 보도록 하고, 이 지면을 빌어 제가 여러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눈으로 슥 훑어볼 준비가 되셨나요?

#1 길거리 간판만 봐도 설레실 겁니다.

인천을 출발해 중국 북경을 지나 울란바타르에 도착하면 키릴문자들이 눈을 어지럽힐 겁니다. 그리고 정신이 없겠지요. 숙소에 가서 한 숨 푹 자고 나면 이제 여러분들의 1년간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이곳저곳 구경하시면서 굉장히 신기해하실 거예요. 그러나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몇 번 보다보면 별거 없구나 하실 겁니다. 겨울이라 자욱한 석탄 타는 냄새가 코를 찌를 것입니다. 냄새에 예민하신 분들은 마스크를 꼭 사가지고 오세요. 저는 이 냄새를 좋아해서 상관은 없는데 최근에 울란바토르 외곽으로 빠지는 길에 오수처리장이 생겼는지 좋지 않은 냄새가 거리에 진동을 하더군요. 이쪽 지역 사람들은 어찌 사는지 걱정이 될 정도로요. 이 때 찍었던 단체 사진들은 12월에 파워포인트로 다시금 보게 되실 겁니다. 손발이 없어지는 건 여러분 몫이 되겠네요.
 

#2 단원들이 함께할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단원들이 지부에서 함께 생활할 시간은 한 달 남짓 됩니다. 그 시간에 조금 더 친해지시고 사이를 돈독하게 만드세요. 지역으로 파견되고 나면 여러분들이 모일 기회는 공식적으로는 많이 없습니다. 공식적인 스케줄은 두 달에 한번 씩 하는 워크샵이 전부 입니다. 이제 울란바토르가 익숙해진 것 같은데 하면 여러분들은 지역으로의 파견을 준비하고 계실 겁니다. 파견 전에 지역으로 출장을 가실 텐데, 가는 길부터 조림사업장 그리고 단원숙소까지 유심히 보세요. 특히, 여자 단원 분들은 내가 생활할 곳이 될 수도 있다 생각하시면서 꼼꼼히 살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인솔을 어떤 분이 할지는 모르겠지만, 공 대리님께서 가신다면 출장길에 듣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놓치지 마세요!
그리고 이 시기에 몽골어를 배울 텐데 몽골 간사님들을 괴롭히세요. 교과서는 교과서일 뿐입니다. 아마 몽골어 200문장을 가지고 계실 텐데, 공부하면서 발음을 어떻게 하는지 끊임없이 물어보세요. 그리고 많이 말해보고, 많이 들어보세요. 영어를 공부해봐서 아시겠지만, 그것만이 외국어를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빨리 떨쳐낼 수 있는 법인 것 같습니다.

또한 실무교육이 있을 겁니다. 실무교육 또한 잘 들어두시면 지역으로 갔을 때 생기는 막연한 두려움을 조금은 떨칠 수 있을 거예요.
파견 초에는, 아쉬움에 단원들끼리 연락을 많이 할 텐데, 언제나 그랬듯 단체 문자는 처음에는 미친 듯이 불나다가 여러분들이 현장 일에 녹아들 때 즈음이면 서서히 식을 겁니다. 그럼 잘 하고 계신 겁니다. 단체 문자를 붙들고 있는 것이 좋지만은 않아요.

#3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울란바타르

현장에 살다보면 무언가가 필요하게 됩니다. 그것이 음식이 될 수 있고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장소가 될 수도 있지요. 울란바타르에는 여러 가지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천에 널린 KFC가 있을 거예요. 제가 왜 이 패스트푸드점을 먼저 이야기 했냐하면 간단합니다. 제가 좋아해요. 그리고 최근에 버거킹이 생겼는데 아직 안 가봤습니다. 카페베네, 커피빈 등 한국에도 즐비한 커피숍들이 진을 치고 있고요. 가격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환율차이로 인해 좀 더 싸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런데 또 몽골화폐로 살다보면 비싸다고 느껴져서 잘 가지 않게 되더군요. 울란바타르에는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영화관이나 공원 등이 있습니다. 클럽도 있어요. 몽골사람들은 그렇게 부르지 않겠지만, 서울의 숲이라는 공원이 최근에 조성이 되어 있고요, 발레 공연과 같은 고급스런 것들도 볼 수 있는데 저는 잠 올 것 같아서 보진 않았습니다. 한국마트가 지부사무실 근처에 생겨서 아주 편합니다. 거긴 저렴한 가격에 김밥과 떡볶이를 팔아요. 그리고 한국에서는 흔한 거지만 2015년부터 버스카드가 생겼어요. 카드가격은 몽골화폐로 3600투그릭이구요. 버스이용요금이 아주 저렴하니 많이 이용하세요. 울란바타르에 대한 이야기들은 여기 쓰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것 같아서 공 대리님께 넘길게요. 몽골 4년차의 위엄을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꼭 여쭤보세요. 그리고 스스로 경험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울란바타르 생활권이 그리 크진 않거든요. 물론 욕심내면 다리를 건널 수도 있고, 위로도 올라가볼 수도 있는데요. 그것은 여러분들의 선택사항으로 남길게요. 

#4 두려워 마세요. 일단 내뱉고 봅시다.

현장에 가시게 되면, 내가 뭘 해야 되나 걱정이 태산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 지부 간사님들께서 도와주실 것이고, 또한 주민직원 분들이 다년간의 경험으로 1년의 커리큘럼을 다 아시기 때문에 따라가시면 됩니다. 단원의 가장 큰 역할은 지부와 현장의 소통이 잘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역에 잘 적응 하는 것도 포함이고요. 이제 본부와 지부에서 배웠던 자신의 몽골어를 활발히 쓸 때가 왔습니다! 문법? 그런 것은 신경쓰지 마시고, 마음껏 던지세요. 주민팀장님께서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실 겁니다. 눈빛만 봐도 단원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 것이니 너무 걱정 마세요. 아기가 옹알이를 해도 엄마는 아는 것처럼 단원 분들을 잘 도와주실 거예요. 그리고 엄마의 말하는 습관을 잘 보고 따라해 보세요. 그렇게 하다보면 몽골어 실력은 절로 늘게 될 것입니다.

#5 스펙 쌓으러 왔어요? 그렇다면 당신은 보살님

제가 KCOC 천안합숙교육 중에 들었던 굉장히 거슬렸던 말이 하나가 있었습니다. ‘너희들은 KOICA 떨어져서 여기 온 거지?’ 라는 말이었는데, 2년 전에 들은 것인데도, 그 말을 생각해보면 기분이 묘합니다. 여러분들은 여기에 오신 목적이 있을 겁니다. 그것을 저는 잘 모르겠지만, 단순히 스펙을 쌓으러 왔다하기에는 여기 일이 녹록치 만은 않습니다. 은근히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고 신경 쓸 것도 많습니다. 무기력해지고 한 숨만 나올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꼭 여기 오신 목적을 기억해 내십시오. 여기서의 1년은 느린 것처럼 느껴지나 12월쯤 되어 돌아보면 벌써 일 년이 지났구나 하실 거예요. 혹시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아쉬운 느낌이 드셨나요? 그럼 연장 계약서에 사인하시면 됩니다. 연장하시면 3주간의 휴가가 주어지고요. 한국으로 갈 시 비행기 티켓 값은 무료입니다.  

#6 몽골은 여름 없으면 시체지

7월이 되면 바야흐로 휴가시즌이 시작됩니다. 물론 푸른아시아의 일도 최고로 바쁜 시기구요. 최고로 바쁜 시기지만, 몽골하면 여름이기 때문에 시간을 잘 짜서 휴가를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하르간만 빽빽한 조림 사업장을 보다가 휴가를 가시게 되면 다양한 몽골의 얼굴에 놀라실 것입니다. 휴가지로는 어머니의 바다라 불리는 홉스골이 있고, 기차여행의 대명사 셀렝게 지역이 있으며, 아르항가이 지역의 온천이나 폭포도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시간과 돈이 된다면 카자흐스탄과 인접해있는 바양울기 지역을 가보실 수도 있고요. 또 몽골하면 고비사막을 빼놓을 수가 없지요. 이러한 정보들은 몽골을 사랑하는 인터넷 카페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참고 하시길 바랍니다. 아, 몽골 나담 축제 역시 7월 달에 있어요. 공식적인 날짜는 7월 11일부터 13일입니다. 그러나 각 지역마다 나담 축제 기간은 조금씩 다릅니다. 이 때 단원들도 쉴 수 있으니, 그간 쌓인 피로를 푸시는 기간으로 사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7 밑반찬 하는 법을 배워 오시면 좋아요.

쓰다 보니 예상보다 길어지네요. 노파심에서 하는 말 같기도 하고, 알아서 잘 하실 것 같긴 한데요. 한국에서 밑반찬 만드는 법을 배워 오시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저처럼 여기저기 주민직원 집에 들어가서 몽골음식 얻어먹고 다니거나 라면을 주식으로 살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한국 사람은 밥 심으로 일하기 때문에 간단한 반찬 하는 법을 배워서 두고두고 드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건강에도 좋고요. 그리고 주민 직원 분들께서 김치에 관심이 많으셔서 김치 만드는 법을 배워 오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재료는 울란바타르에서 공수하시면 됩니다.  
 

#8 혼자가 편해, 그래도 둘이 낫지

사람성향에 따라 혼자 사는 것이 나을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올해는 혼자 사는 중이고, 작년에는 같이 살았지만, 거의 서로 혼자 살듯이 살았습니다. 각기 장단점이 있습니다. 혼자 살면 생활면에서 불편한 것은 없으나,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당장 기댈 곳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구요. 둘이 살면, 생활면에서 조금 불편할 수 있으나 일적으로는 서로 반반 나눠 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줄어 들 수 있습니다. 혼자 사시게 된다면 갑작스레 찾아오는 우울함이나 외로움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 놓으시고, 둘이 살게 된다면, 서로간의 생긴 갈등을 어떻게 지혜롭게 해쳐 나갈지 고민하십시오. 화장실 배수구의 엉킨 머리카락 같은 사소한 것 때문에도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9 당신은 Rising star

현장에 갔는데, 한국 사람은 저 하나라고요?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한국의 아이돌에 견줄만한 마을 라이징 스타가 되셨습니다. 걷는 길목마다 안녕하세요? 라고 말하며 도망가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고요. 가는 길마다 설렁거스(한국)라는 말만 들리면 귀가 쫑긋 세워질 것입니다. 물론 조림사업장과 숙소만 오가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조금만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금방 스타가 되실 수 있습니다. 물론 나름 도시인 바가노르나 돈드고비는 그럴 확률이 적지만, 여기 제가 사는 어기노르에서는 단정할 수 있습니다. 스타가 되실 수 있다고 말이죠.

스타가 되는 법은 간단합니다. 학교에 가세요. 단원 분들을 보며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그 아이들이 집에 가서 부모님께 말을 하겠지요. 그럼 그 부모님들은 자신의 친구들과 그 이야기를 하겠지요. 금방입니다.
 

#10 그리워하고, 때론 아프고

살다보면 한국이 그리워 질 때가 있습니다. 한국에 두고 온 사람들이 보고 싶습니다. 괜스레 우울해 지기도 합니다. 조림 사업장에 나가도 귀찮기만 하고, 팀장님이 다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외롭습니다. 직원 분들이 아무리 잘해줘도 채워지지 않는 무엇인가가 느껴지는 날들이 있습니다. 조기귀국을 고민하는 날들도 있습니다. 내가 이곳에 와서 느꼈던 그 설렘은 다 어디로 가고 덩그러니 초라하게 앉아있는 나를 발견 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 있기로 한 1년이 시간낭비인 것은 아닌지 생각할 수도 있고, 바쁘게 돌아가는 한국 사회에 나는 뒤쳐지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됩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잘 하고 있는 것인가. 여러 가지 생각이 뒤엉킬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항상 사람이 파이팅만을 외칠 수는 없습니다. 전진만 할 수는 없습니다. 단원들이나 한국의 누군가 기댈 수 있는 분들과 대화를 하십시오. 스스로 평상시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셔야 합니다. 극복하는 것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감정이 진정이 되었다면 자기 자신을 칭찬해 주십시오.
 

#11 마치며

몽골에서의 2년은 좋기도 했고 싫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나름 제 목적을 달성한 것 같아 기분은 좋습니다. 당분간 몽골은 저에게 애증의 대상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일 년간 몽골에서 생활하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만드시길 바랍니다. 아프지 마시고, 건강 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2016년에 푸른아시아에 오셔서 몽골을 경험하실 여러분들 진심으로 환영하고 어려운 결정하신 만큼 즐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