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몽골] 코끝에 겨울 – 박세영 단원

지난 10월 24일, 이번년도 돈드고비 조림사업장 업무가 끝이 났다. 몇 달 동안 고생해서 일한 우리 주민직원들과 가게를 빌려, 맥주를 마시고, 노래방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서로에게 감사를 전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 이후, 주민사업 준비기간으로 휴가를 가졌고, kcoc현지역량강화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그리고 몽골을 떠나기 전 한번이라도 보면 좋겠다고 바라던 나사팀장님과의 만남은 두 번이나 있었고, 앞으로도 볼 기회가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이렇게, 짧고 강렬한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이하려 한다.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타르에는 첫눈이 9월에 왔고, 내가 사는 돈드고비에는 10월에 첫 눈이 왔다. 그리고 11월인 지금은 눈이 자주 내리고, 쌓인 눈이 녹지도 않는다. 몽골의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이 된 것이다.

몇 일전, 오랜만에 눈이 내리던 날, 대충 옷을 껴입고 집 앞 슈퍼를 가기위해 집을 나섰다. 추운겨울을 나기위해 마을 곳곳에선 계속 석탄을 태우고 있었다. 그로인해 매연냄새가 나는데, 거리에는 눈이 쌓여있어 겨울 냄새도 함께 났다. 뽀드득 거리며 눈을 밟고, 걷는데 이런 냄새와 추운겨울의 느낌이 가장 잘 느껴진 곳은 코 끝 이였다. 코 속이 얼고, 시렸지만, 이제 진짜 겨울이 왔구나 하고 느끼게 된 순간 이였다. 그때의 기분을 표현하기엔 나의 표현력의 한계가 있어 매우 아쉽다. 그냥 기분이 좋았고, 지금까지 느낀 겨울의 느낌과는 다르다는 것.

푸른아시아 단원들의 겨울은 아주 길다. 겨울엔 조림사업이 종료되어, 여름에 비해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지기 때문이다. 나만의 시간을 잘 보내야 하는 중요한 시기 이기도하다. 이 기간에는 조림지관리, 주민사업이 진행이 된다. 각 조림지마다 다르지만, 돈드고비는 주1~2회 정도의 조림지 방문, 주2회 주민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1회는 영화상영이고, 1회는 보람이와 각자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나는 몽골에서 나름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던 요리로 한국요리교실을 하려고 했으나, (몽골에서 한국음식이 꽤 인기이고, 돈드고비에서도 한식을 파는 가게가 몇 있다.) 교육센터까지 자재, 조리기구등을 챙겨 다녀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다른 대안으로 색종이 접기를 하는 미술교실을 하기로 하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나의 꿈은 색종이 접기 선생님 이였다. 그때 동네 문화센터에서 색종이교실을 다녔는데, 매우 즐거웠나보다. 이후로 나는 성장하면서 다양한 직업을 원했고, 지금은 내가 하고 싶고, 궁금한 일을 위해 몽골에 와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이곳에서 아주 어린 시절 품었던, 꿈을 하나 이루게 되었다.

앞으로 성장하며 하나하나 이루어 내는 것이 많길 바라는 그런 날이다. 어쨌든 마무리는 파이팅이다. 부디 이곳을 더 사랑하고, 지금 삶에 감사하고, 웃으며 지내는 건강한 겨울을 보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