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몽골] 변화 – 최유정 단원
즐거운 나담이 지나고 며칠 동안 비가 내렸었다.
올해는 유독 작년과 비교하여 비가 많이 안 오고 햇볕이 강렬하여 나무들이 많이 고생하고 있다. 그래서 작년에는 푸르러서 이미 무릎위로 올라와야 하는 들판은 아직도 노란빛을 많이 띄우며 풀들이 자라나지 못하고 있었다. 주민들 또한 물을 줘도 나무들이 죽어간다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단원인 나 또한 혹시 내가 무엇을 잘못하여 나무들이 죽는 것이 아닌가 노심초사하며 걱정을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비가 많이 쏟아져 내려도 우리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저절로 띠었다. 아쉽게도 많은 나무들이 잎이 누렇게 타버려 사업장 전체가 푸릇푸릇한 모습을 보기 힘들지만, 그래도 일단 나무가 살아있다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문득 내가 한국에 계속 있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생각과 반응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 정도로 이곳에 와서 짧다면 짧고 길 다면 긴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것들이 바뀌어 가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식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여기서는 한정된 식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해 먹기 때문에, 요리 방식이 간편한 것을 위주로 해먹는 것으로 바뀌었다. 또 스마트폰을 쉽게 사용할 수 있었던 한국이었지만, 이곳에서는 데이터나 와이파이 사용에 어려움이 있어, 어느덧 내 손에서는 인터넷이라는 것이 점차적으로 사라져 간다. 그 외에도 옷차림이나 생활패턴 등 많은 것들이 바뀌어 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변화는 스스로의 내적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일을 시작하면서 8시간동안의 힘든 육체적 노동, 그리고 그 후의 서류 업무, 한국과는 다른 기후, 그 외에도 많은 것들 때문에 힘들었었다. 그리고 속으로 ‘내가 왜 장기 자원 봉사 활동을 선택하여 지금 이 고생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불쑥 튀어 올라오면, 처음 가지고 온 사명감으로 꾹꾹 눌러주며 버텼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생각이 자주 든다. ‘아… 내가 단기 자원 봉사 활동이 아니라 장기 자원봉사 활동이라서 다행이다.’ 이런 생각은 장기 자원봉사 활동이지만, 업무적 특성 때문에 단기 자원봉사 활동을 자주 접함으로써 생기는 것 같다. 만약 나도 그들처럼 단기적으로 활동을 하였다면,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나무들을 심고 관리하다보면 죽어가는 나무도 있고, 되살아나는 나무도 있고, 처음부터 쌩쌩하게 잘 사는 나무도 있다. 그리고 이를 현지 주민분들과 지켜보면서 희노애락을 같이한다. 그 과정은 결코 단기적인 활동을 하면서는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주민들과 함께 생활을 하며 이들의 고충을 점점 이해하고, 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 같다. 만약 내가 단기 활동이나 아예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가볍게 생각하고 계속 엉뚱한 방안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래도 대충 형태만이라도 어렴풋하게 진정한 도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같다. 이는 내가 푸른아시아의 매력이라고 느끼는 점 중 하나인데, 이번 활동을 통하여 제대로 얻어가는 것 같다.
그 외에도 빨리 흘러가는 한국 사회 속에서 벗어나 느긋한 몽골 사회 속에서 나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그리고 많이 할 수 있는 시간도 생겼다. 내가 알지 못했던 나를 객관적으로 판단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았고, 또한 나의 잘못된 점들을 반성하게 되는 일들도 많았다.
일하면서 힘들다고 투덜거릴 때가 많지만 그래도 그만큼 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 많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런 나에게 끝까지 힘내라는 응원을 하고 싶다.
PS. 요즘 한창 마음고생이 심할 다른 지역에 있는 단원들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