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몽골] 허르헉 레시피 공유합니다 – 이보람 단원

드디어! 허르헉을 먹었다.
몽골 오기 전부터 가장 궁금했던 음식인데, 준비 과정부터 완성되는 과정까지 제대로 경험했다.

 허르헉 레시피

1. 건강하고 싱싱한(?) 염소를 준비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대부분 양으로 한다는데, 돈드고비는 염소로 허르헉을 많이 해먹는다고 함.  염소는 가축을 키우는 직원 분에게서 샀다. 나이는 6살이다. 직원분들께서 만져보시더니 좋은 염소라고 하셨다. 염소도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지, 묶여있는 내내 덜덜 떨면서 오줌을 계속 쌌다. 미안 염소야ㅠㅠ

2. 염소를 잡는다. 그리고 먹기 좋게 손질한다.
끽 소리도 없이 순식간에 염소가 죽었다. 사람으로 치면 배꼽 정도 위치에 칼로 어떻게 하니 바로 염소가 죽었다. 염소가 완전히 숨을 거두고 나서, 본격적인 해체 작업(?)이 시작됐다. 염소를 잡는 과정에서도 몽골의 유목 문화를 볼 수 있었다. 초원에서 가축을 잡을 때, 피를 흘리면 냄새를 맡고 늑대나 개가 몰려 올 수도 있으니 최대한 피가 흐르지 않게 잡는다고 한다. 아래 쪽 배를 살짝 찢어서
모든 내장을 빼내고 그릇으로 피를 퍼냈다.
허르헉 만들기 장인께서 내장을 빼내시면, 한 쪽에서는 내장을 깨끗이 씻어서 손질한다. 거의 버리는 것 없이 다 먹는다. 선지도 먹고, 피순대처럼 해서도 먹는다.
돌아다니다 보면 종종 염소의 머리랑 발만 보여서 도대체 왜 이런 것들이 굴러다니지 궁금했는데, 그 궁금증이 해결됐다. 염소를 잡을 때 거의 안 버리고 다 먹는데, 머리랑 발만 버린다.(근데 양은 머리 고기도 있음. 양머리가 통째로 요리되는 건데, 그건 먹는 과정이 더 신기하다) 그러니 머리랑 발이 이리저리 굴러다닐 수 밖에 없다. 가죽은 벗겨내서 kg 당 몇 투그릭으로 판다.

(비위가 약하신 분들을 배려해 해체 과정의 사진은 생략)


3.
불을 피우고 돌을 데운다. 돌이 익으면(?) 고기와 함께 통에 넣어준다. 그리고 고기를 푹 익힌다.
허르헉을 만드는 통에는 돌도 함께 넣는다. 데워진 돌을 넣고 고기를 넣고, 또 데워진 돌을 넣고 고기를 넣는다. 감자, 당근, 양파도 같이 넣는다. 그리고 1~2시간 정도 익기를 기다린다.

4. 고기가 다 익으면, 넣었던 돌을 꺼내서 사람들에게 하나씩 돌린다. 그리고 내장을 포함한 모든 부위를 인원 수에 맞게 공평하게 분배한다. 고기를 분배하는 동안 고기국물을 먼저 마신다.
고기와 함께 넣었던 돌에는 기름이 잔뜩 묻어있다. 이 돌에 묻은 기름이 피부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고 생각해서 모두가 하나씩 나눠 가져 식을 때까지 손으로 만진다.
허르헉 하면서 가장 경험해보고 싶었던 것이 돌 만지기였다. 근데 특별한 돌을 넣는 줄 알았더니, 그냥 초원에 널려있는 돌들을 주워서 하는 것이었다ㅎㅎ
고기를 먹기 전에 고기 국물을 먼저 먹었는데 맛있었다. 소금을 너무 많이 넣어서 조금 짜긴 했다. 조금만 넣으면 더 맛있을 것 같다.
내장, 고기, 채소는 인원 수에 맞게 공평하게 분배한다. 모든 사람이 고기를 받고 나면, 맛있게 먹는다!!!

뜨겁게 달궈진 돌을 모두가 나눠 가진다. 식을 때까지 돌을 만지는데, 손에 기름이 잔뜩 묻는다.


왼쪽 사진 : 고기 국물, 오른쪽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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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난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입도 짧아서 낯선 음식은 절대 안 먹는다. 하지만 단합회이고, 열심히 준비하셨는데 안 먹겠다 할 수가 없었다. , 먹어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양고기는 그 특유의 냄새 때문에 못 먹겠는데 염소 고기는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기름도 별로 없었다.
조금 질기긴 하다. 한국에서도 내장은 안 먹어서, 시도 안 했는데 언니가 먹었는데 괜찮았다고 했다.
개인 컵이랑 접시(혹은 그릇)를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우리만 빼고 다른 직원 분들은 모두 컵이랑 그릇을 가지고 오셨다. 고기 받을 만한 게 없어서 급히 가지고 다니던 지퍼 팩에 고기를 받았다. 

감자가 진짜 맛있다


허르헉을 먹은 날은 직원 단합회를 했던 날이다. 단합회 준비 과정에 있어서 조금 속상한 일도 있었고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었는데 이 날, 몽골에 와서 가장 행복했던 하루를 보냈다.
즐겁게 작은 운동회도 하고, 몽골의 초원 한 가운데서 수건 돌리기도 했다. 매달 생일 파티를 할 때 축하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면 다들 안 부르셔서 노래를 안 좋아하시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 날 노래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역시 여기도 술이 조금 들어가야 노래가 나오는 것인가ㅎㅎ)
직원 분들의 웃음 소리와 노래 소리가 초원에 울려 퍼지고, 그 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흥겨운 모습들을 보고 있으니 몽골로 오게 돼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돈드고비, 늘 이 날처럼 모두가 함께! 즐겁게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뽀뽀도 엄청 받았다. 난 행복한 사람! ….근데 나 이렇게나 못생겼나?

 

부록 : 수테차
레시피 (몽골 전통 차, 몽골식 밀크티)

1. 염소 우유에 찻잎을 넣고 끓이면 끝.
봄까지만 해도 인스턴트 수테차를 많이 먹더니 요즘은 정말 염소 우유로 수테차를 만들어 먹는다. 염소가 여름에 새로 자라는 싱싱한 풀들을 많이 먹어서 우유 맛이 좋다고 한다.
나는 우유를 안 좋아해서 안 먹어봤는데 먹어본 언니의 말로는 우리가 먹는 소 우유랑 맛이 비슷하다고 한다. 염소 우유로 만든 타락(요거트 같음)도 많이 먹는다.
수테차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우유에 찻잎을 넣고 함께 끓이면 끝! 여기 사람들은 설탕을 엄청 넣어서 먹기도 한다. 수테차는 집집마다 맛이 다르다고 하는데, 정말 먹을 때마다 맛이 달랐다.(별로 안 좋아해서 몇 번 안 먹어 봤지만ㅎㅎ) 밍밍한 우유 같을 때도 있었고, 설렁탕 같은
맛이 날 때도 있었다.

초 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