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몽골] 피곤하면 잠깐 쉬어가_33% – 김한솔 단원

놀러가고파, 들들이 푸르러지는 계절엔. 

깜찍발랄한 염소, 양들이 ‘어디, 풀이 얼마나 맛나게 자랐나 좀 볼까?’하며 사업장의 푸르름을 맛보고자,
혹은 누가누가 더 높이뛰나 대회하는 듯 자꾸만 훌쩍훌쩍 울타리를 넘는다.
방학이 되어 하루종일 집에 있는 하늘마을 주민의 자녀들은 일하시는 부모님 대신 염소, 양을 관리하고 있다.

아니, 그냥 하루조옹일 잠만 자고파. 

에코투어가 들이닥치면서 푸르름을 향한 갈망을 자신도 모르게 내려놓은 자의 머릿속 그 자체
가마안히 집에서 쉬고 싶다!
집에서이든 (언제나 나의 도피처)유비에서이든 (30분거리지만 아직 못가본)테를지이든
이 어마무시한 행사에서 잠깐 도망칠 곳이 필요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나는 출장이 좋더라! 

적절한 시기(?)에 나를 반겨준 어기노르 출장.
일정을 처음 공유받았을땐, ‘하…. 지옥의 스케줄이다….’ 싶었다.(에코투어가 앞뒤로 위치.)
하지만 근무지를 벗어나자마자 스케줄이 어땠는지는 머릿속에서 사라진지 오래고,
나의 입은 싱글벙글 웃느라 얼굴 근육이 씰룩쌜룩.
아마도 항상 근무지내에 있어서(집도 사업장 내에 있다.),
일에서 벗어나는 기분이 실감나게 다가와 그런 것 같다.
한부장님은 말씀하셨다.
“출장이 좋아요? 출장이 좋으면 철이 덜 든거야…. 나도 그랬거든….”
철이 덜 든 나는, 잠깐의 달콤했던 어기노르 호수에서 배터리 만땅 충전하고 하늘마을로 돌아왔다.
자연의 힘이 위대해.

그래, 결심했어! 휴가를 가자! 

휴식은 일에 앞서 활력을 채우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원이구나.
(잘 읽어보면 굉장히 슬픈 말이다, 하하. 일의, 일에 의한, 일을 위한도 아니고.)
그러던 중, 또다시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다.
나담! 나담!!! 나담이다!!!!!
나담은 몽골의 명절의 하나로 몽골의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쉴 수 있으며 기간동안 축제가 열린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 우리도 예외되지 않았다!

나담은 누구를 위한 나담인가!? 

유비에서의 나담은 경기장을 제외하곤 적막했다.
심지어 가게들도 대부분이 문닫아(가게 직원들도 나담을 즐기러간다.) 밥 먹을 곳을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우리의 나담은 테를지에서 더욱 빛이 났다.
하늘마을에서 30분 거리임에도 바쁜 일정(탓)으로 가보지 못했던 테를지를
드디어 눈으로 보게 되면서 “이게 진짜 몽골이지!”를 꾸준히 외쳤다.

아, 적절한 휴식은 나를 얼마나 살아나게 하는가. 

다시 만난 하늘마을엔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주룩주룩.
나담 전후로 날씨가 훅 바뀌어 달라져있었고 몽골이 이렇게 비가 오는 나라였나, 싶을 정도였다.
비는 반가우면서도 슬픈 손님. 하늘마을 주민분들은 휴일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아
비가 오는 날에 쉬는 걸 대신하여 좋지만,
일하는 도중에 쏟아지는 비는 주민들을 괴롭혀 행여나 감기에 걸리실까 걱정하게 만든다.
나무들이 대신 많이 기뻐해 주겠지.
개인적으로 비 맞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신나게 비를 맞으며 또 한 차례의 파도같은 에코투어 일정들을 소화해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웠다.
일하는 내내 주민들이랑 하하호호 웃었다.
휴식의 중요성을 깨닫는 순간들. 

피곤하면 잠깐 쉬어가. 

적절한 휴식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깨닫고
얼마 안되어 진짜 나의 휴가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일과 쉼의 회전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었지만
그 사이에도 무수한 일들이 있었기에 쉼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 글도 사실 내 글에 주제에 맞게 짧게 쓰고 떠나버려야지! 했지만
쓰다보니 또 주절주절….

 

짐은 이미 다 정리되었고,
이제 몸과 마음만 쉼터로 날아가면 된다!
하늘마을아, 잠깐 바야르테! 곧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