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55-[푸른아시아가 만난 사람들] 안치용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 집행위원장
지난 6월4일 한국사회에 조그마한 ‘변화의 씨앗’이 뿌려졌다. ‘사회책임’ 의제와 관련된 시민사회단체들의 연합체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 발족이 바로 그 ‘변화의 씨앗’이다.
(사)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2.1지속가능연구소, (사)소비자와 함께, 기업책임시민센터, CSR 서울이니셔티브, ISO 26000 전문가포럼, (사)푸른아시아, (사)녹색산업도시추진협회, 생생협동조합,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 지속가능 대학생기자단(YeSS), 토마토CSR리서치센터 등이 참여한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사회책임 공시, 사회책임투자 등 사회책임 의제에 대해 참가단체들의 의견을 취합해 한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이날 집행위원장을 맡은 안치용 (사)2.1지속가능연구소 소장을 만나 발족 취지와 실천의제 등 앞으로의 할 일에 대해 들어보았다.
– ‘사회책임’ ‘지속가능성’ 등과 같은 의제를 언제부터 접했으며 어떻게 ‘관계’를 맺게 되었나?
“2007년 경향신문 기자로 있을 때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ERISS)’를 설립하고 포괄적으로 사회책임이나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나 단체들을 만나면서부터였다.
ERISS에서는 한국 사회의 여러 부문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지표를 개발해서 평가하고 그 결과를 사회에 발표함으로써 사회의 전반적인 지속가능성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려고 했다. 그때 이후로 사회책임이나 지속가능과 관련된 의제에 몸을 담은 사람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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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이면 상당히 일찍부터 이 분야를 천착해 온 것 같다.
“그런 셈이지만 2013년 10월에 22년 재직한 경향신문을 사회책임 전문기자를 마지막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때가 이 분야와 맺은 인연을 계속할지 말지 기로였다. 사실 그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은 생각에서 회사를 그만 둔 게 컸는데, 언론사라는 플랫폼 밖에서 의미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었다. 아무튼 언론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 (사)2.1지속가능연구소, 토마토CSR리서치센터,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 등을 여러 파트너들과 협력하여 설립해서 의도한 일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
–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 발족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데, 특별히 어떤 필요성을 느껴서 발족에 앞장섰나?
“세계적으로 사회책임에 관한 국제 가이드라인(ISO2000)이 2013년 11월에 도입되고 국내에도 ISO26000 및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관심이 산업계 시민사회 공공부문 등에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관심 수준에 조응하는 실천적 움직임과 성과는 보이지 않았다는 게 이 분야에 몸 담은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오히려 기업들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마케팅화하거나 본래 취지를 조금씩 흔들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의제로 변용하는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허세’가 된 것이다. 또 사회책임이나 지속가능이란 의제로 사회변화를 이끌어내자고 했던 사람들이나 단체들이 ‘사회책임 분식’ 혹은 ‘그린 워싱’에 활용당하는 모습도 목격되었다.
이에 따라 사회책임 및 지속가능 의제를 지속가능사회 실현이란 본래 목적에 맞게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실천 가능한 정책으로 구체화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말하자면, 사회책임 관련 시민사회 단체 및 관련 전문가들은 모여 사회책임 의제의 표류와 변질에 맞서 사회책임 의제를 올바르게 설정하고 보편적인 실천을 촉구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의제의 중심에 두고 때로 함께, 때로는 각자 ‘사회책임’을 주장하고 전파하자는 게 발족 취지라고 할 수 있겠다.”
– 언제부터 모임의 틀을 만들기 시작했나?
“구체적인 계기는 지난해 말 내가 구성원으로 있는 ‘ISO26000 전문가 포럼’ 공동대표 모임이었다. 당시 이런저런 사회책임 현안을 논의하다가 제 단체 협의체 설립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2015년에 들어서자 적극 추진키로 하였다.
문은숙 박사(국제표준화기구(ISO) 소비자정책위원회 제품안전작업반 공동의장)와 둘이서 협의체 설립 작업에 주도적으로 나서기로 뜻을 모았고, 올해 2월 6일 광화문에서 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국장이 동참한 3인 모임을 갖고 구체화했다. 그 이후 사회책임 관련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는 제안서를 관련 단체에 돌려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 출범으로 이어진 것이다.”
– 앞으로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는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가?
“사회책임 및 지속가능 의제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더 많은 사회책임과 지속가능 의제가 실천되도록 힘을 모으고 목소리를 내고 정책화하도록 할 것이다. 사회책임 기본법 제정이 최우선 과제이겠고, ▲모든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 중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 그리고 공기업의 사회책임 공시 의무화 또는 강화 ▲공정운영 관행의 연구 및 실천 ▲기업 등의 지역사회 관계의 강화 및 사회공헌 확대 ▲연기금과 금융기관 전반의 사회책임투자 의무화 혹은 강화 등을 정책이나 법률로 구체화하는 게 목표이다. 김영호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 공동대표가 말씀하셨듯 “사회책임의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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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기업의 사회책임 평가에서 현재 문제점이나 한계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 즉 CSR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현하는 데 핵심영역이다. 기업과 시장이 현대 사회를 지배하기 때문에 CSR 수준을 높이지 않고서 지속가능사회는 요원하다. CSR 수준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각종 규제와 법규 등을 통한 공공 부문의 압력과 CSR평가 등과 같은 민간의 압력의 병행이다. 2007년부터 CSR평가를 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 평가를 통해 CSR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격언대로 “평가 없이 개선이 없다”는 생각이다.
평가 자체가 평가받는 것까지 포함해 공공재 성격의 모든 것들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기업 또한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공공재라고 봐야 한다. 이 같은 평가에서 문제점은 크게 평가 자체의 한계와 평가를 활용하는 방식의 한계로 나눌 수 있다.
평가 자체의 한계는 기업 등의 공시부족으로 접근가능하고 입수 가능한 자료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고, 평가활용 방식의 문재로는 상업적 목적에 매몰된 평가가 만연한다는 것이다. 평가의 공공성을 높이면서 공시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 우리나라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 평가에서 환경지수도 상당히 중요하고 비중있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는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가?
“CSR 평가에서는 흔히 경제/환경/사회의 세 가지 성과, 즉 TBL을 본다. 문제는 역시 공시로 재무정보에 비해 비재무정보인 환경/사회 성과를 입수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환경정보는 법규준수 수준 외에는 공시에 신경 쓰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서비스업에서 환경인식이 미비하다.
평가에서는 경제/환경/사회의 세 가지 성과의 반영비율을 결정하기 어려워서, 또 이게 학술적으로 제대로 논의된 적도 없고 해서, 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5 대 2.5 대 2.5로 결정해서 평가에 사용하고 있다.”?
– 사회책임 아카데미 운영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어떻게 운영하고자 하는가? 이에 대한 기대치는?
“내가 운영하는 대학생 단체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대학생기자단(YeSS)’을 토대로 대학생들을 교육하는데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청소년/학부모 단체 운영에 관여하게 되어 체계적으로 지속가능 또는 사회책임 아카데미를 운영해서 대학생 청소년에게 이 분야 의제를 확산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 발족을 계기로 7~8월 중에 소박한 형태의 사회책임아카데미를 시작하고자 한다. 대학생 청중을 대상으로 네트워크 참여 전문가들을 강사로 활용하며 재능기부 형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예산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해볼 생각이다. 이 기사를 읽고 관심 있는 분이 계시면 후원해 주셔도 좋겠다.”?
– 푸른아시아와 협업을 한다면 어떤 분야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당장 사회책임아카데미에 협업이 가능할 것이고, 도시농업이나 게릴라 가드닝 같은 도시녹화에 청소년봉사를 결합하는 사업을 구상 중이다. 푸른아시아가 사업을 벌이고 있는 몽골 등에 YeSS 대학생 기자단을 보내서 취재하고 경험을 쌓게 하는 기회를 주면 좋겠다.”
<이동형 푸른아시아 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