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몽골] 하늘마을에서의 외줄타기, 아찔아슬함_30% – 김한솔 단원
하늘마을을 나무 한그루 한그루가 각자의 푸르름으로 수놓기 시작했다.
날씨는 따뜻하고 맑다 못해 무더워졌으며 드디어 관수의 계절이 찾아왔다.
더워지면서 주민들의 신경은 날카로워져 웅성거림이 많아졌다.
생각보다 눈치가 빠른 나는 트러블이 생겼음을 빠르게 캐치했고
그때마다 두려움이 없는건지, 궁금증을 못 참는건지 당돌하게 다가가 해결하려 했다.
그래서인지 논쟁의 현장에는 항상 내가 존재했다.
여기에서 가장 큰 깨달음은 언어의 중요성이다. 언어를 아는 정도는 아우성 속에서 무서움을 느끼게 할 것이냐 재미를 느껴 즐기게 할 것이냐를 결정해주었다.
모든 말들을 그냥 웃어넘겼던 나의 답답한 그 순간을 누가 알아줄까.
첫 논쟁의 현장, 통역을 이리넘기고 저리넘기며 혼자 고군분투하던 나, 둘러싸여 오로지 나에게로만 향해 있는 시선 속에서 공포를 느끼고 있음을 티내지 않기 위해 더 밝게 웃거나 발악하듯 내 강단을 내세웠다.
잘 마무리되었다… 잘 마무리 된 것일까?
이 일 이후로 복잡한 생각들이 내 소중한 하루하루를 가로막아선 걸 보면 아니다.
주민들과의 거리가 점점 멀어져만 갔고 그럴 때마다 내 가슴 한켠을 스스로가 예리하게 건들고 지나갔다. 왜 그러고 있니, 왜 그러고 있어…
커텐을 치자 어두워진 내 방처럼, 내 생각 속에 나혼자 가둬두고 나오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난 여전히 눈치가 빨랐고 감각이 예민했다.
그렇게 난 두 번째 논쟁의 현장에 또다시 홀로 서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짜. 혼자는 아니었다.
몽골어를 들을 줄 알게 된 귀와 표현할 줄 알게 된 뇌와 입이 함께해 주었다.
언어폭발이 일어난 것인가!
이제야 모든 주민들의 말들이 들리기 시작했고 그에 맞게 나도 적절한 표현들로, 혹은 창의적인 표현으로 내 의사표현도 할 줄 알게 되었다.
평소에 파악해두던 주민들의 성격도 함께 눈에 보이면서 진지한 논쟁 와중에 혼자 몰래 킥킥거리며 웃을만큼 굉장히 재밌었다.
심지어 상황을 분석하며 그 다음을 예측하며 즐겼다.
그리고 결론 또한 모두가 만족스럽도록 나왔으며(최고의 만족은 내가 가졌다!) 주민들이 화합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늘마을에서 난 더이상, 아슬하고도 아찔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막 걸음마를 뗀 아기가 아장아장 걸어가는 것을 보면서 불안함과 아슬아슬함을 느끼는 것도 아닌
한걸음 더 앞으로 나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안고 나아가는 내 모습을 내려다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다.
몇 마디밖에 할 줄 아는 말이 없어 주민들에게 야박한 목소리가 될 수 있었을 나는,
그러다 두려움에 휩싸여 스스로를 홀로 고독 속에 가둬버렸던 나는,
다시 자신감을 얻고 하늘마을에서 주민들과의 기쁜 동행을 재시작했다.
이 곳, 하늘마을에 왔을 때의 흘러넘쳤던 열정, 풋풋함, 무엇보다 주민들에 대한 사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