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몽골] 여름, 24살. 계절도 나도 지금은 청춘! – 이보람 단원

출근 길, 하늘을 보는데 문득 지구가 정말 둥글긴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이나, 높은 건물에 막히지 않아서 한 바퀴를 뺑 돌면, 어느 방향에서건 정면으로 하늘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몽골에 있으면 가끔은 지구가 반구 같이 느껴질 때도 있다. 어느 날은 하늘로 뒤 덮인 돔 경기장 같을 때도 있다.

새삼 지구가 둥글긴 하구나라고 생각했던 그 날의 하늘은, 평소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보고만 있어도 속이 뻥 뚫리는 맑고 넓은 하늘이 그 날 따라 둥근 원 안에 나를 가두고 있는 벽처럼 느껴졌다. 저 벽을 뚫고 훨훨 날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쓸데 없는 고민까지 들었다.

 초원, 하늘, 그리고 옅은 무지개

어쨌거나 지구는 둥글며, 짧지만 강렬한 몽골의 여름이 드디어! 마침내! 시작됐다.(그래도 우리의 배낭 옆엔 여전히 패딩이 매달려 있다) 낮이 너무 뜨거워서 작업 시간도 7시로 앞 당겼다. 7시 출근을 위해 우리는 4 50분에 일어나서 5 40분에 집을 나선다. 한국에서 아침을 깨우는 소리가 닭 소리라면(옛날 이야기이지만), 여기는 개 소리다. 개가 무진장 짖어댄다. 특히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는 더 심하다. 그래서 이제는 늘 손에 쥐고 다니는 막대기를 더 꼭 쥐게 됐고, 주머니에 넣어 다니던 후추 스프레이의 위치를 손으로 옮겼다.

한국에서부터 이어진 나의 개 타령에 주변 사람들은 질렸겠지만, 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개 때문에 마음 편히 출퇴근 길을 걸어 다니기가 힘들다.(여기 개들은 다들 덩치가 허스키고, 셰퍼드다.) 한 날, 출근 길에는 큰 개가 우리를 쫓아와 식겁했었다. 그 후 다행히 집 방향이 같은 직원 분께서 같이 출퇴근을 해주신다. 몽골 생활을 시작하면서 개 극복을 나의 개인적인 과제 중 하나로 삼았었는데 아무래도 실패할 것 같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비겁한 나, 우리 조림지 겁쟁이 개들한테는 쎈 척함.

개 때문에 늘 불안한 출퇴근 길이지만 붉은 태양 빛이 비치는, 점점 푸르게 물들어가는 길을 걸어가고 있으면 아 정말 아름답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가끔씩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고비지역이라 그런지 현장으로 파견되고 나서 두 달이 지날 때까지 비가 한 번도 내리지 않았다. 6월 초 워크샵 때문에 두 달 만에 처음으로 만달고비를 벗어났다가, 깜짝 놀라고 돌아왔다. 우리 조림지 말고는 아직은 황량한 사막 같은 만달고비와는 달리 바깥 세상은(?) 벌써 푸르러져 있었다. 푸르러진 바깥 세상을 보고, 현장으로 돌아왔을 때 과연 여기가 푸르러지긴 할까?하는 의심이 들었었다.

며칠 후, 웬일인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내가 했던 의심을 비웃듯이 세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밤새 누군가가 마법을 부리는 것처럼 하루가 다르게 온 세상이 짙어지고 있다.
계절의 변화, 생명의 기운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감사하다.

몽골에 온 지 이제 4달 정도 됐다. 날이 쌀쌀해지기 전까지는 계속 될 길고 긴 관수 작업, 가만히 있어도 지치게 만드는 뜨거운 햇빛 때문에 가끔씩 여기서 나의 존재 의미를 찾지 못해 정체성을 잃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그건 가끔일 뿐 지금 내 일이 좋고 내가 있는 곳이 정말 좋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내가 좋아하는 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겠다. 마음 흔들리지 않고 이곳에서 남은 시간도 잘!살아야징

난 처엉추운, 언제나 힘차게 씩씩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