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몽골] 하늘마을에 조심스레 발을 담가 본다, 찰랑_20% – 에르덴 김한솔 단원

_조심스레 에르덴 주민분들의 삶에 다가가, 여기에 발을 담근지 벌써 두 달. 두 달이란 시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쩍 지나가버렸지만 에르덴의 하루하루를 깊숙이 들여다보면 끝없는 업무와 에피소드들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었다. 많은 업무로 잔뜩 예민해져 있다가 일과를 마치면 15년 단원 언니, 오빠들에게 연락해 많이 찡찡대기도 하고 조언도 듣고 덕분에 한국에선 연락을 먼저 잘 안하기로 소문난 내가, 여기선 투덜이로 연락 1등을 찍고 있을 것이다. (나만의 추정)

_나의 투덜거림을 듣고 있자면, 에르덴 지역이 무슨 지옥, 감옥인가 생각할 수도 있다. 또 그렇게 말한다면 정말 섭하다. (내가 투덜거려놓고는 남이 욕하는건 싫다. 이중적이다.) 에르덴이 제일 좋다. 여기에 잠깐 발을 담그려다 실수로 마음까지 쏟아부어버린 기분이다. 자랑하자면, 주민분들은 모든 지역 통틀어서 스스로 일 잘하기로 소문난 최고의 사업장이다. 그 믿음에 따라 일도 많은가보다. 유정언니와 나, 또한 그 믿음에 따라 많이 배우며 뒤에서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_일이 많음에도 다 척척 해내시고 나의 하루하루를 즐겁게 해주는 대화와 장난들로 고마움이 많아 주고 싶은 것이 많다. (물질적인 선물뿐만 아니라 삶의 질 개선에 있어서.) 주고 싶은 것은 많으나 주면 안 될 것이 많아 갈등 속에서 살아나간다.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공동기금을 불릴 방법을 생각하지만 협력관계에 있어 마주치는 한계에서 주저앉고, 사막화방지라는 목적을 위해선 주민들의 욕구충족에 치중해선 안 된다는 것에서 나의 욕심 또한 내려놓고 받아들였다. 모두가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사막화 방지와 주민들의 자립이 함께 이룩할 수 있는 방법 모색은 내 1년 동안의 생활을 마무리 지어 줄 최종 과제가 아닐까싶다.  

 

_결론적으로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할 때는 이 모든 걱정, 근심은 잠시 접어두고 매 순간순간을 즐기며 진심으로 사랑하기로 했다. 내 한 발 한 발에 가득히 담긴 즐거움과 진심이 하늘마을에 찰랑거려 잔잔히 퍼져나가길.  

 

+ 부록, ‘에르덴 사용설명서’  

 

1. 모든 분들이 일이 지쳐할 때쯤, 혹은 더워질 때쯤 사진 선물을 해보세요.

_하늘마을에선 사진 한 번 찍으려면 유비까지 가야하므로 평소에 일할 때 찍은 사진을 인화해 적절한 시기(제 기준 5월 말)에 처음으로 사진 선물을 주면 매우 좋아하십니다. 더워서 일이 쳐지고 웃음을 잃으실 때 사진으로 다시 시원한 웃음을 가져올 수 있답니다. (단, 그 이후 자꾸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이 어마무시하게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인기스타가 되지요, 조심!)  

 

2. 업무마다 주민들을 팀으로 나눌 때 주의하세요, 싸움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_주민들이 생각하는 쉬운 일과 어려운 일이 있어요. (우리의 생각과 다를 수 있습니다.) 팀장님들이 알아서 팀을 나누어 주시면 잘 기록해 뒀다가 다음번에는 바꾸어 번갈아가며 일을 진행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단, 팀장님들의 역할을 세워주기 위하여 현장에서 단원이 바로바로 지시하지 않고 팀장회의를 통해 팀 나누는 것에 대해 팀장님들과 논의 후 결정하세요.)  

 

3. 하늘마을 아이들이 울타리로 장난치려고 할 때,

_사업장내에 작년에 피었다 이번해에 죽어서 남아있는 꽃들이 상당히 많은데 그 꽃들을 따다 주면 좋아합니다. 그러면서 울타리에서 주의를 돌릴 수 있고, 꽃을 쥐고 좋아하느라 울타리를 만지지 않지요. (그치만 뭐니뭐니해도 아이들 장난에는 어르거 경비원 아저씨가 최고라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