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몽골] 감사한가봄 – 돈드고비 박세영 단원
돈드고비에서 30일 정도 일을 하고 나니,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다가 오고 있다. 2달 동안 감사한 일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감사에세이를 함께 적어보려고 한다.
집주인 아주머니께선, 몽골어동화책도 주시고,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신다. 하루는 마을 곳곳을 함께 다니며, 갈만한 곳을 알려주시고, 닭볶음탕을 사주셨다. 유치원아이들과 함께 조림지에 방문하셔서, 우리 조림지에 활기를 주신 것 또한,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뒤늦게 연락드린 선교사님께선 댁에 초대를 해주셔서, 오랜만에 한국음식다운 한식을 먹었다. 그날 아침 호박부침이 먹고 싶었는데, 상에 호박부침과 김치찌개가 있어서, 매우 감동했었다. 식사 후, 살이 빠진 줄 알았던 나의 배는 내 착각을 비웃듯 통통히 나와 있었다. 살은 빠지지 않았지만, 아프지 않고, 건강히 지내고 있기에 매우 감사하다.
그리고 우리 주민들, 우리에게 항상 힘드냐고 물어봐주시고, 일을 도와 드리면, 쉬라고 말씀해 주신다. 특히 추운 몽골에서 나에겐 소중한 패딩의 지퍼가 뜯어졌는데, 어용치맥 아주머니께서, 재봉틀로 튼튼하게 고쳐주셨다. 그리고 개에게 쫓긴 우리를 위해 매일 출근길과 퇴근길을 함께 해주시는 뎀베르수므야 아저씨, 점심시간에 차를 내어주시는 촐멍 아주머니 등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주민들께 감사한 마음이 크다.
그 외에도, 너무 감사해서 수식이 필요 없는, 어뜨너 간사님. 항상 우릴 보살펴 주시는 지부 활동가님들, 각자 다른 지역에서 힘이 되어주는 단원들도 감사하다. 특히 나와 함께 지내고 있는, 보람이는 언제나, 든든하고, 1등으로 감사하다. 지금 바로 옆에 앉아 있어서, 부끄러우니 감사편지를 따로 써줘야겠다.
마지막으로 조림지의 풍경에 감사하다. 조림지에서 보이는 풍경은 영화 ‘트루먼 쇼’의 한 장면처럼, 누군가 만들어 놓은듯한 느낌의 하늘이 보이고, 저 멀리 보이는 언덕 넘어 풍경이 궁금해진다. 이렇게 멋진 풍경들을 보고 있다 보니, 봄이 지나 간다. 어릴 때부터 하늘과 구름을 좋아 해서 인지, 조림지에 하늘을 주로 보았는데, 봄이 오고, 나무 관수작업을 하다 보니, 나무가 보이고, 힘차게 자라나는 싹이 보였다. 단단한 돈드고비 땅에서, 보란 듯이 자라나고 있는 나무들이 기특하고, 고맙다. 그렇게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길을 걷다보니, 나무들의 모습에 내 모습이 담겨있고, 함께 하는 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이 감사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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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잎.
같은 날, 나란히 함께 시작했다.
같은 햇살, 사이좋게 받았다.
같은 수분, 시원스레 먹었지만,
하나는 빠르게 봄을 맞이했다.
하나가 늦었다고 해서 봄이 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저마다, 다르게 함께 봄에게 인사를 했다.
다르지만, 그렇게 봄날을 지내고
함께 푸르러질 여름을 만난다.
[2015.05.22]
조림지에 나란히 자라고 있는 두 나무를 보고, 누구에게나 봄날이 있음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