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54-[푸른아시아가 만난 사람들] 권병웅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문화의 품격을 갖춘 환경, 환경은 문화의 또다른 이름이다”

환경적 의미 부여하면 훨씬 좋은 이미지 구축

“한화그룹과 한국메세나협회가 ‘함께하는 예술더하기’는 2012년부터 환경과 접목시킨 예술교육을 진행했는데요. 한 해 동안 운영한 결과, 참여 아동들의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창의성이 증대하는 등 정서지능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답니다.”

 

권병웅 교수(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는 환경과 예술이 무슨 연관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사전답변을 하듯 환경 분야와 결합된 문화예술의 효용성과 기능성에 대해 실례를 들었다.

 

“예전 기차는 탄소를 내뿜는 공해덩어리였죠. 최근엔 자동차보다 훨씬 친환경적인 운송수단이라고 강조합니다. 자동차보다 기차를 이용하면 나무 몇그루 심은 효과가 있다는 식이죠. 요즘은 콘텐츠에 어떤 스토리를 입히느냐에 따라 상품의 이미지과 구매력이 달라집니다. 여기서 콘텐츠가 놓이는 공간에 대한 사려깊은 성찰이 환경의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권교수는 환경과 문화콘텐츠의 연관관계에 대해 예를 들어주었다. 이질적인 이 두 개념도 요즘엔 곧잘 결합한다는 것이다. 그는 예술경영과 문화콘텐츠를 전공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콘텐츠개발기획, 공간콘텐츠(Space Contents) 개발에 관심이 깊다.

공간의 의미와 맥락을 살피고 삶의 스토리를 입히는 공간콘텐츠 개발작업은 삶의 쾌적성과 환경의 미적연출에 중요하다고 지적하였다. 즉 개발영역에서 삶의 질을 성찰하지 못하는 공간창출과 콘텐츠 개발은 자본에 복종하는 개발이익에 부합할 뿐이며 반환경적이라는 것이다.

그에게 좀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문화콘텐츠의 과소비도 반환경적


– 푸른아시아는 어떻게 알게 되었고,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까?

“솔직히 예전엔 환경단체를 찾을 만큼 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제가 최근 ‘하이퍼컬처와 문화콘텐츠’라는 책을 펴내고 지인을 따라 푸른아시아 카페콘서트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되었죠. 그때 그린토크 ‘2도의 비극’을 보면서 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고 푸른아시아가 어떤 일을 하는지도 알게 되었지요.”

 

이번에 출간한 ‘하이퍼컬처와 문화콘텐츠’, 책의 제목에서 언급한 하이퍼컬처는 어떤 개념인가요? 알 듯 하면서도 좀 어렵네요.

“초연결시대에 맹신적인 속도에 빠져 다양한 영역에서 깊이를 상실한 채 신드롬처럼 달려가는 과잉의 문화를 하이퍼컬처(Hyper Culture)라고 합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문화의 과소비’라고 할까요? 예를 들면 하루 중 한시도 손을 떼지 못하는 휴대폰 이용, 중독적인 SNS의 이용,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댓글(물론 그렇지 않은 것도 많지만), 넘쳐나는 TV 프로그램의 자막(예전보다 훨씬 많이 늘어난 것을 느끼지요?) 이런 것들이 하이퍼컬처의 민낯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경적으로 보자면 과잉, 과소비 이런 것들이 바로 반환경적이듯, 문화에서도 반문화적 과잉이 넘처나는 시대입니다.”

 

– 그렇네요. 문화콘텐츠의 과소비도 반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과잉의 문화를 정제하고 정화할 중심추는 무엇일까요?

“전문가들마다 주장이 다양합니다. 예술의 정화작용을 말하기도 하고, 무시하고 거리를 두라고 하기도 합니다. 창조적인 시장파괴자의 등장을 기다리기도 하고, 기술의 발달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도 합니다. 그 중에서 저는 지금시대의 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디지털네이티브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합니다.”

 

– 디지털네이티브라 함은 어떤 계층, 어떤 부류를 지칭하는 건가요?

“말 그대로 디지털세대입니다. 저희같은 기성세대는 인쇄매체의 세대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의 청년, 특히 청소년들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환경에서 자랍니다. 활자매체보다 모니터에 익숙하고, 대화보다 문자를 주고 받는 것에 익숙한 세대입니다. IT를 기반으로 한 초연결사회에서 디지털네이티브는 하이퍼컬처의 생산자이자 소비자입니다. 디지털네이티브의 세대·계층적 특성과 욕구욕망은 콘텐츠산업과 문화콘텐츠의 진화양상을 가름짓는 지렛대이기도 합니다. 저는 디지털네이티브들이 지닌 문화복제유전자 밈(Meme)과 혁신적 사고인 부자데(Vuja De)를 통해 문화의 균형을 잡아가리라고 예상합니다. 지금도 그렇듯 미래도 그들에 의해서 그들의 스토리가 그들의 스타일로 문화를 이룰 것이기 때문입니다.”

 

환경오염으로 버려진 공간도 문화의 품격으로 재탄생


– 생각보다 긍정적인 전망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다시 환경과 문화콘텐츠를 연관지어 여쭙겠습니다. 교수님이 하시는 작업에도 환경적인 요소를 감안해야 할 부분이 있으신가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문화콘텐츠 중에서도 공간콘텐츠 개발에 관심이 깊습니다. 공간은 삶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환경입니다. 공간콘텐츠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간에 대한 철학적 성찰과 인문학적 접근이 되겠지만 환경적 맥락을 소홀히 한 공간콘텐츠는 앞으로 공간의 생명력을 헤칠 것입니다. 요즘은 감성트렌드가 콘텐츠의 기능적 효용성보다 콘텐츠의 이미지를 사고파는 시대라서 더욱 공간콘텐츠의 미적 연출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 실제로 삶의 가치를 환경개발의 소재로 활용한 주목할 만한 콘텐츠 개발사례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워싱톤 DC에 있는 블랙투어리즘과 휴머니즘의 명소 ‘메모리얼’들도 좋은 예입니다. 삶의 흔적과 인류애적 노력을 휴머니즘의 빛나는 성소(聖所)로 개발한 사례이지요. 또한 공간의 문화적 품격과 문화적 특권의 스팟으로 조성한 ‘내셔널갤러리’도 좋은 사례입니다. 두가지 모두 공간이 거주민과 방문자들에게 제공하는 특별한 문화적 선물인 셈이죠. 공간의 가치와 삶의 가치를 잘 결합하여 빛나는 문화환경으로 개발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뉴욕의 하이라인파크(High Line Park)도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이라인파크는 맨해튼의 로어 웨스트 사이드(Lower West Side)에서 운행됐던 2.33㎞ 길이의 고가 화물노선(도심철도)이었는데 도시의 흉물로 남아있다가 여기에 꽃과 나무를 심고 벤치를 설치, 하늘공원으로 재탄생한 후 방문객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죠. 또 일본 시코쿠 가가와현의 나오시마섬은 산업폐기물이 가득하고 생활환경이 열악하여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 섬이었지만 기업의 자본과 건축예술, 그리고 주민의 협력이 더해져 세계적인 예술섬으로 변신한 너무나 유명한 사례입니다. 모두 인간 삶의 진지한 성찰에서 출발한 빛나는 성과들입니다.”

권병웅 교수와의 인터뷰는 환경을 환경의 테두리에서만 보는 것이 얼마나 근시안적인지를 일깨워 주었다. 환경과 문화예술의 접목이 얼마나 창조적인지, 얼마나 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지 새삼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공간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 얼마나 우리 삶의 문화적 품격을 높이는 친환경적 노력인지 되돌아 볼 수 있는 대담이었다. <이동형 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