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몽골] 그래도 봄은 봄인가 보다 – 이보람 단원
몽골 날씨는 하루에 사계절을 다 겪을 때도 있을 만큼 알 수 없다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따뜻한가 싶다가도 춥고, 오늘은 바람이 안부네~하는데 갑자기 엄청난 바람이 분다. 하늘이 엄청 맑다가도 오후에 뿌옇게 모래바람이 분다. 그리고 아직까지 꽤 춥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내복을 입고, 목수건을 두르고, 장갑을 끼고 패딩 점퍼를 입는다. 그래도 콧물이 훌쩍훌쩍 나온다. 직원 분들께서는 지금이 봄이라고는 하시는데, 한국의 봄 날씨와는 다르다. 나는 아직 겨울 같지만, 봄이 맞긴 맞나 보다. 조림지 내에 나무들이 조금씩 색깔을 띠고 있고, 초록색 새싹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추운데 갑자기 자라난 풀들이 신기해서 한참을 보고 있는데, 직원 분들께서 신 너거(새로 자라난 풀)라고 알려 주셨다.
이름은 탄이다. 냄새를 맡아보니 부추 냄새가 났다. 부추라고 쓰니까 어색하다. 경상도 사람이라 그런가 정구지가 더 익숙하다. 어쨌든 탄이란 풀은 정구지 냄새가 나서 그런가 정구지 찌짐(부추전)을 생각나게 만든다. 작년에 돈드고비에 있었던 단원님은 이 풀을 뜯어서 호쇼르를 만들어 먹었다던데, 나는 부침개를 만들어 볼까 싶다. (에세이를 다 쓰고 난 후에 알게 된 건데, 경비원 아저씨가 호쇼르 만들어 먹었던 건 탄이 아니라 다른 풀이라고 하셨다. 아쉽다.)
조림지에 자라나고 있는 새싹, 탄
어쨌든 몽골은 이렇게 나무와 풀들이 자라면서 봄을 알리고 있는 것 같다. 봄부터 시작해서 몽골의 사계절을 다 볼 수 있게 돼서 정말 기쁘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 아래 우리 조림지는 사계절 내내 어떤 풍경들을 보여줄 지 정말 기대가 된다.
쓰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너무 졸려서 어떻게 마무리 해야 될 지 모르겠다. 하하하 새싹들이 자라듯 나도 쑥쑥 자라야 하니 빨리 자야겠다.
나무에 함께 나도 쑥쑥 자라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