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빈곤, 그 위기와 대책 (2)


기후변화와 빈곤, 그 위기와 대책에 대하여 상반기에 걸쳐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번 호 에서는 기후변화로 증가하는 환경난민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2. 기후변화로 증가하는 환경난민

1) 기록1 – 기후변화가 원인인 수단 다르푸르(Darfur)의 참상

1967년부터 1972년 동안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이 남쪽에 위치한 초원지대인 사헬지역으로 100km 남진하면서 사헬 일대가 사막화된다. 원인은 인도양의 기후가 바뀐 것과 관련이 있다. 기후변화가 인도양의 기후를 바꾸면서 사헬 지역으로 가야 할 열대몬순 패턴이 바뀌게 된다. 이 사건은 인류가 역사를 기록한 수천 년 만에 처음으로 발생이 사건이었다. 이로 인해 사하라사막 남쪽(Sub-Sahara) 사헬 지역에서 60만 명이 굶어 죽었다. 국제사회는 기존의 사막(desert)이라는 개념과 다른 용어인 사막화(desertification)를 만들어내게 된다. 그 이후 1979년에 다시 한 번 사하라 사막이 남진하게 된다. 1979년부터 발생한 사막화는 이후 예상치 못한 극단적인 사건으로 나타났다. 국제사회에서 ‘대규모 폭력사태’ 혹은 ‘인종청소’로 비난받는 수단의 ‘다르푸르’ 분쟁이 그것이다. 사막화는 1983년, 1984년에 수단 다르푸르에 대기근을 발생시켜 10만 명이 죽게 된다. 수단은 매년 7월부터 9월까지 우기(雨期)인데, 1980년대 이후 우기의 강우량은 그전과 비교해서 40퍼센트나 줄어들었다. (북(北)다르푸르에 있는 엘파셔 기상대 관측 자료)

그런데 정상적으로 비가 내리고 식량이 자급되던 과거에는 북쪽의 아랍 유목민들이 다르푸르의 목초지에 자유롭게 들어와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막화, 가뭄이 오래되자 다르푸르의 흑인 부족은 펜스를 치고 북쪽 유목민들의 진입을 막았다. 여기서 다르푸르 분쟁의 싹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다르푸르의 인구는 20세기 초에 100만 명도 안 되었다. 그러나 분쟁이 발생한 2003년 당시에는 600~700만 명으로 추정될 정도로 인구가 늘었다. 다르푸르는 빈곤율은 최고 61~72%로 수단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이다. 이곳에서 발생한 분쟁으로 22만 명의 사람이 죽고 22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수단 정부군과 그 지원을 받는 아랍계 잔자위드(Janjaweed) 민병대였고, 피해자는 다르푸르의 아프리카 흑인 토착민이었다. 결국 220만 명의 토착민들은 고향과 집을 등지고 600km를 걸어 이웃 나라로 갔고, 이들은 지금도 비참한 난민생활을 하고 있다.?

수단 다르푸르 분쟁은 기후변화와 사막화로 인한 물 부족, 생태 악화, 초지 소멸, 토지 퇴화에서 발생했다. 현재 다르푸르는 급속한 사막화로 인해 물 부족, 식량부족, 농?목축업의 낮은 생산성, 열악한 통치와 분쟁 해결 메커니즘의 붕괴, 생태와 경제 상황을 악화시키는 인구의 급증으로 극단적인 빈곤의 덫에 갇혀 있다.

정부와 잔자위드 민병대, 국민회복전선(NRF) 등 다르푸르 반군조직을 포함한 다르푸르 평화협정 당사자들이 장기적인 평화유지의 열쇠로 강조한 것은 ‘빈곤 해결을 위한 발전’이다. 저수시설, 수자원 시설 복구, 빗물을 모으는 간단한 방법의 대량 보급, 개량종 곡물 보급, 유목용 초지 확보, 조기가뭄 경보시스템 도입, 땔감과 식수 배급 등이 문제해결의 방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2) 기록 2 – 가축을 잃은 몽골 유목민들

(사진출처-제15회 Luis Valtuena 국제인도주의촬영대상작)

2010년 몽골자연환경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 기온이 0.74°C 상승했지만, 몽골은 최근 60년간 2.1°C 상승했다고 한다. 그 결과 한반도의 7.4배에 해당하는 국토의 78%에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887개의 강, 1,166개의 호수, 2,069개의 샘과 연못이 사라졌다. 식물종의 4분의 3이 멸종하는 등 기후변화의 피해를 심각하게 입고 있다.

기후변화는 특히 유목을 생업으로 하는 몽골의 대다수 인구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2002년 겨울 몽골을 덮친 영하 40도가 넘는 한파로 인해 1,100만여 마리의 가축이 죽고, 이로 인해 12,000여 가구가 삶의 터전을 잃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 2010년 2월부터 4월까지 석 달간 몽골에서 750만 마리의 가축이 굶어 죽었다. 2010년 2월부터 이상 기후로 인한 폭설이 계속되면서, 20~40센티미터의 눈이 몽골을 덮쳤다. 특히 눈보라를 포함해 영하 50도의 극단적인 한파가 몰려와 가축들이 풀을 찾지 못하고 굶어 죽었다. 이로 인해 몽골에는 9천 가구, 4만 3천명의 환경난민이 발생했다.

몽골 주민들은 많은 눈과 한파를 동반하면서 7년 혹은 8년마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기상 악화를 ‘주드’(Dzud, 재앙)라 부른다. ‘주드’가 발생해도 유목민들에게 조금 힘들지만 그저 잘 넘기면 되는 자연현상 정도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2002년 겨울과 2010년 겨울에 발생한 주드는 과거와 전혀 달랐다. 몽골에서 발생한 혹독한 기상악화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0.74℃)보다 3배(2.1℃)가 더 오른 기후변화가 원인이다.

환경난민들은 더 이상 유목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어 결국 도시로 떠났다. 가축을 잃은 유목민들에게 당장의 생존이 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시로 간 환경난민들에 대해 몽골 정부는 따로 거주할 곳을 마련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도시 주변에 불법 거주지를 구성해서 모여 산다. 불법 거주이다 보니 수도나 전기의 혜택도 받지 못한다. 이들은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겨울에 음식과 연료를 구하기 위해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살아간다.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 시 송깅하이르항 구에는 다수의 환경난민들이 모여 살고 있다. 이제 여섯 살 정도의 어린이들이 움직이는 청소차에 올라가 위험하게 고철과 파지를 줍는다. 어른들은 작은 야산처럼 생긴 쓰레기장에서 고철과 비닐과 파지를 줍는다. 이것이 환경난민들이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는 거의 유일한 생존수단이다. 이런 사람들이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 시에만 30만 명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3) 기록 3 – 세계 기후변화 두 번째 피해지역 미얀마

2008년 5월 2일 새벽, 미얀마 남부 인도양 해변으로 밀려들어온 태풍‘나르기스’로 인해 바닷물의 수위가 5미터 이상 올라갔다. 지난 100년간 미얀마에는 태풍이 오지 않았다. 주로 인도양에서 발생한 태풍 사이클론은 이웃나라인 방글라데시로 갔다. 그러나 태국, 미얀마, 라오스, 인도네시아 일대에서 발생한 기후변화는 태풍의 진로를 바꾸었다. 미얀마를 향해 태풍이 나아간 것이다. 이로 인해 인도양과 접한 에이어워디 삼각주와 인근 섬에 살던 13만 4천명의 주민들이 사망했다. 인도 기상 당국이 보낸 나르기스의 위험성에 대해 4월 30일 전달을 받은 미얀마 기상청 툰루윈(Tun Lwin) 박사. 그는 정부 당국에게 주민들을 긴급하게 대피시켜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묵살되었다. 희생자들의 다수는 힘이 없는 어린이들과 부녀자들이었다.

즉각 언론을 통해 국제사회로 전해진 이 참상에 유엔과 각국 정부와 구호 단체, 기업과 시민들은 대규모의 구호물자와 지원비를 보냈다.

그렇지만 그 지원은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내었다. 긴급구호가 진행되었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주민들이 빈곤으로부터 벗어나는 자립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한 당시에는 지구촌의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언론이 관심을 갖지 않게 되자 피해지역은 그대로 방치되었다. 또 다시 발생할 재해에 대한 대비책이 없는 것이다.

2013년 3월 미얀마 남부 ‘나르기스’ 피해지역을 방문한 기록은 다음과 같다. 나르기스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는 2008년 이후 태풍이 매년 발생하지만 태풍 대피소는 100만 명이 사는 지역에 고작 두 개밖에 없었다. 피해지역을 재건하는데 10년 이상 걸림에도 재건을 위한 국제 구호 기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유엔개발기구(UNDP) 미얀마 지부가 120만 달러의 예산을 갖고 여성들에게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고 있을 뿐이다. 현장에는 나르기스 당시 국제적인 지원을 받아 활동한 몇 개의 미얀마 국내 시민단체들이 쓸쓸히 남아 있었다.

툰루윈 박사에 따르면 기상이변에 해당하는 엘니노(El Nino)와 라니나(La Nina) 현상이 1980년대에는 5년 혹은 7년 주기로 발생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매년 혹은 2년 주기로 발생한다고 한다. 아울러 미얀마 중부 건조지역 중 대한민국 면적에 달하는 87,000㎢가 건조화와 사막화로 피해를 입고 있다. 인구 1,500만 명이 거주하고 있고, 2500mm의 비가 내렸던 이 지역은 현재 극심한 건조화와 사막화로 80% 이상의 농촌 인구들이 빈곤선 이하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4)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환경난민들

현재 유엔난민기구가 인정하는‘난민(難民)’이란 인종, 종교, 민족,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인 의견을 이유로 박해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환경난민’이란 환경 악화로 생활의 기반을 잃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환경난민은 인종, 종교, 민족,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박해받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제사회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환경난민의 문제를 악순환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198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환경난민 문제가 드러난 이후 30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환경난민이 국제사회에서 난민으로 공식화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기후변화를 일으킨 선진국들이 환경난민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경우 선진국으로 돌아올 책임이 핵심으로 보인다. 문제는 환경난민들이 기후변화를 직접적으로 일으킨 책임이 없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기후변화를 일으킨 선진국, 그리고 산업화된 국가들이 환경난민에 대한 책임이 있다.

전쟁난민들은 전쟁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갈 수가 있다. 그렇지만 환경난민은 환경의 악화로 삶의 기반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돌아갈 집이 없다.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지금 지구에는 이런 환경난민에 대한 정확한 집계가 되지 않고 있다. 다만 2011년 6월‘국내난민감시센터’와 ‘노르웨이 난민협의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들어 4천 700만 명 이상 발생했다고 한다. 현재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촌의 28억 인구가 환경난민이 될 수 있는 위험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되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앞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동안 인류 문명을 도약시킨 산업화, 대량 생산, 대량 소비가 이제는 거꾸로 인류 문명과 지구 생명의 붕괴를 촉진시키고 있다. 지구생명이 위기에 처하고, 환경난민이 빈곤의 덫에 갇힌 상태에서 나머지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 인류는 답을 해야 한다. 지구생명의 위기와 빈곤의 악순환 속에서 인류는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다. 기후변화의 시계를 멈추고 환경난민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단순하지만 여기에 위기의 답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