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9-[Main Story_에코디자인] 일회용병의 변신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버리는 쓰레기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손쉽게 쓰고 버리는 일회용병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생수 및 각종 음료수 소비로 하루에만 상당한 양의 일회용병이 나옵니다. 하루에 한잔씩 무심코 사마시는 테이크아웃 커피만 생각해도 그 양이 어마어마 합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일회용병을 재활용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무심코 버려지는 양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이러한 일회용병을 창의적으로 재활용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간단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일회용병을 업사이클 하는 재미있는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손쉽고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까 살짝 기대해봅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위치한 디자인 회사 워킹 체어 디자인 스튜디오(walking chair design studio)는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생수 회사인 빌라와(V?SLAUER)와 함께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보였다고 합니다. 바로 페트병을 손쉽게 재활용 할 수 있도록 키트를 개발한 것인데요, 이 키트의 이름은 리 보틀 셋(re bottle set)이다. 이 키트는 생수병에 맞게 디자인 되어 생수병을 반으로 잘라 끼워서 쓸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생수병 재활용을 유도하기 위한 디자인 전략인 것이죠. 평소 페트병을 재활용 한다 해도 조금은 궁핍해 보이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리 보틀 셋(re bottle set)을 활용하면 어느 다용도 컵 못지않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키트의 구성은 총 4가지로 되어있는데, 제일 먼저 작은 구멍이 뚫린 키트는 꽃꽂이 용으로 쓸 수 있습니다. 긴 가로로 구멍이 뚫린 키트는 저금통으로 활용할 수 있고, 큰 원형 구멍이 뚫린 키트는 연필꽂이 통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무런 구멍이 없는 뚜껑은 작은 액세서리 보관용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개발된 키트는 최대한 생수병의 기능성을 살려줍니다. 작은 아이디어 이지만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아이디어입니다. 단순한 재활용이 아닌 색다른 디자인 아이디어로 일상의 업사이클을 유도하고, 또 사람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생활 속 재활용율을 높이는 차별화가 돋보입니다.
리 보틀 셋(re bottle set)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디자인이 있는데, 스위스 가구 디자이너인 니콜라스 르 무아뉴(Nicolas le moigne)가 개발한 물뿌리개(watering can) 키트입니다. 페트병을 화분에 물을 줄 수 있는 용도로 재활용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아이디어인데요, 이 역시 기발한 생각과 재치가 돋보입니다. 니콜라스가 개발한 물뿌리개 키트는 굳이 별도의 물뿌리개를 구입하지 않아도 될 만큼 매력적입니다. 키트의 색깔 역시 다양해 사용자의 취향을 고려하여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습니다. 뚜껑은 페트병의 뚜껑과 같은 규격으로 제작했고 손잡이는 타원형으로 되어 있어 어린아이들도 쉽게 들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런 것이야 말로 새로운 생각(Re think)이 만들어낸 새로운 재활용(RE cycle)방식이 아닐까요?
여러분은 맥주병으로 청바지를 만든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듣고도 믿지 못할 이런 놀라운 일을 미국 뉴욕의 위치한 의류 회사 보노보스(bonobos)가 실행하였습니다. 이들은 버려지는 맥주병을 모아 병 안에서 섬유를 뽑아낸 뒤 일반 섬유를 혼합해 일반적인 청바지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새로운 청바지, 보틀 로케트(bottle rockets)를 탄생시켰습니다. 누군가 청바지의 원료를 설명해 주지 않는 한 상상 조차 하기 힘들 것입니다. 보노보스는 평소 다양한 재활용 원료로 청바지를 만드는 실험을 해왔는데요, 그러던 중 지난 2012년 지구의 날을 맞이해 이를 기념할 수 있는 더욱 창의적인 도전을 계획하면서 맥주병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보노보스의 부사장인 브래드 앤드루스(Brad Andrews)는 사람들이 전혀 생각지 못했던 소재도 재활용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단순히 청바지를 만들기 위함이 아닌 업사이클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고 합니다.
청바지 안쪽에는 몇 개의 맥주병이 재활용 됐는지 표시가 되어있습니다. 청바지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재미와 동시에 재활용의 중요성을 전달해 주기 위함입니다. 사실 제조업 환경에서 일반적인 원료가 아닌 재활용 원료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지만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은 눈에 쉽게 띄는 재활용 소재가 아닌 숨겨져 있는 재활용 소재를 발견해 내는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는 친환경에 대한 열정과 일상 속 세심한 관찰이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소개된 내용들이 회사들에 의한 에코 디자인이라면 우리가 실생활에서 실천할만한 일회용병 재활용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일회용 페트병의 경우 작은 꽃을 심어두는 간이 화분으로 활용하거나 다용도 컵으로 이미 많이 사용하고 계실 것입니다. 또한 와인병등 다양하고 예쁜 색감의 음료수 병들은 인테리어 용도로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종이 재질로 된 음료수 팩의 경우 페트병이나 유리병에 비해 약하고 내구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재활용 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출신의 디자이너 엉크 웨이스(Anke Weiss)는 이런 단점들을 살려 버려진 음료수 팩을 모아 조명 인테리어로 활용했습니다.
이 음료수팩 재활용 조명은 지난 2007년 독일 디자인 위크에 출품 되면서 알려진 작품이라고 합니다. 주스팩, 우유팩, 과자 상자 등을 모아 팩 면의 그림을 따라 바늘로 구멍을 내고, 팩 안에 조명을 넣어 구멍 사이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오도록 합니다. 일일이 구멍을 뚫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작품을 완성하고 난 뒤 멋진 생활 속 오브제로 활용할 수 있어서 아이들의 경우 미술 학습을 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주부들의 생활 속 리폼 으로 시도해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환경에 가장 좋은 방법은 일회용품 생산을 억제하고 최대한 쓰지 않는 것이지만 간편하고 빠른 소비를 선호하는 현대 사회에서 일회용품을 완전히 없앤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일회용품을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도구로 만들어내는 아이디어가 가장 근접한 대안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일회용의 기준이란 기능의 기준이 아닌 인식의 기준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일회용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연속성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한번 쓴 일회용품이 많은 이들에겐 그저 버려진 쓰레기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겐 새로운 원료가 되기도 하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인해 비즈니스의 기회가 되기도 하며 또 멋진 예술 작품이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