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몽골] 처음으로 돌아가는 중 – 에르덴 이종미 단원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에코투어도 끝이 나고, 이렇게 나의 2014년 몽골에서의 여름이 지나갔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겨울. 처음 몽골에 왔던 그 때 그 모습으로 변하는 하루하루를 보며, 펼쳤던 시간을 다시 접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나무들은 잎을 떨어트리고, 무성했던 풀들은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변해가는 조림장 풍경을 보며 한국에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새삼 느낀다. 특히 9월에 접어들면서 몽골에서 지낸 시간이 앞으로 지낼 시간보다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런 생각을 하니 지난 여름 내내 피곤하단 이유로 동네 아이들하고 많이 놀아주지 못한 점이 후회되기도 했다.

지금 오고 있는 몽골의 겨울이 얼마나 매서울 지는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보자면 꽤 추울 것 같다. 지난 주에는 에르덴 근처 날라흐 구에서 하는 전기 공사로 숙소 전기가 나가 바가노르로 피신(?)을 다녀왔다. 아직 9월인데 벌써 피신을 다녀오다니.. 한국에 있었을 때는 여름보다 겨울이 좋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던 나였는데, 여기 오니 여름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아, 그건 아마 몽골의 여름이 한국처럼 습하지 않고 무더위가 내내 지속되지 않아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여하간, 그래도 아직까지는 겨울이 좋고, 다가올 겨울 몽골의 눈을 기다리는 중이다. 다만, 전기가 계속 말썽이라면, 올 겨울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지게 될 지 걱정이다.

이제 슬슬 조림 사업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겨울 사업 준비를 시작할 시간이다. 맨 처음 몽골에 와서 지부에서 교육받는 기간 동안 시간이 뒤로 갈 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질 거라는 말을 들었었다. 지금까지 그 말에 100% 공감한다. 이번 여름이 좀 길긴 했지만, 두 달에 한 번하는 지부 워크샵 날짜가 이전보다 점점 빨리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간이 빨리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9월인데도 끝이 보이는 것만 같은 기분인데, 돌아갈 날짜가 오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면 몽골에서의 1년이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돌아가는 그 날까지는 지금 생활을 마음속에 잘 간직하면서, 남은 시간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겠다.

사진 : 아침에 나가면 호스가 얼어있는 요즘의 에르덴 조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