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몽골] 에르덴은 소란소란하다 – 김서현 단원
에르덴 탁 트인 초원에서는 다양한 매일 매일이 흘러넘친다.
처음 에르덴에 방문한 날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었다)의 에르덴엔 눈이 쌓인 언덕만 보였다. 눈에 빠진 차를 제치고 눈을 밟을 때 이곳은 지구에서 가장 완전한 정적에 가까운 땅이 아닌가 싶었다. 카뮈는 신들이 봄엔 티파사에서 내려와 산다고 했다면 분명 겨울엔 에르덴에서 눈들을 덮고 자고 있을 것만 같다고 생각한 곳이었다. 그래서 해도, 구름도, 조용히 있구나 하면서.
허나 웬걸, 이제는 여기처럼 소란으로 가득한 곳이 있나 싶다. 분명 어제와 똑같이 나무 구덩이만 팠는데 하루는 토끼가 뛰고 하루는 개구멍을 발견한다. 분명 어제와 똑같이 고슬한 흰쌀밥에 김치를 먹는데 하루는 초를 켰고 하루는 전등을 쓸 수 있었다. 한 번 눈 깜빡 하면 비가 왔는데 해가 뜨고, 또 한 번 눈 깜빡하면 해가 떴는데 눈이 오는 이 곳엔 어여쁜 소음으로 가득한 날들이 에르덴의 바람길을 따라 흐른다.
조림지와 하늘마을 게르 몇 개가 전부인 이 곳에서 친구들이 심심하지 않냐고 물었다. 나와 언니의 매일로도 벌써 존머드(나무들이 있는 지역)가 꽉 찼는데. 팀장님과, 주민직원 20여명의 하루가 매 시간마다 쌓이는데, 심심할 틈이 없다. 오히려 지나가는 차 몇 대가 전부인 이 곳은 더 많은 시간들이 꽉 차있는 곳이다.
오늘도 에르덴은 발 디딜 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