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다시 올 것 같다 – 바가노르 사업장 김현진 단원

D-12!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시간이 지나갔고 깨지지 않을 것 같은 30일도 깨졌다. 눈을 떠 보면 하루가 반나절이 되어 있는 요즘, 시간이 매우 아깝다고 느낀다. “학교”를 졸업하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소속집단이 없어진 나는 굉장히 심리적으로 불안하다. 웃지 않아도 될 일이 있을 때에도 재밌는 것을 만들어 웃곤 했던 내가 어느샌가 딱히 재미없는 상황이면 웃지도 않고 주변 상황에도 점점 관심이 없어지고 있다. 심적으로 불안한데 불안해 해봤자 달라질 것이 없기에 더 암담하다.

나는 경쟁형 인간일까. 아무생각 없이 6개월에서 1년 정도만 이곳에 있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럴수록 회피하여 퇴보할 것이라는 생각이 더 강해진다. 말 그대로 “아무생각 없이”가 전제 되어야 하기 때문에 나는 여기에 절대로 남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왠지 한 번 쯤은 오지 않을까?
여행이든 일이든 결국 내 선택에 의해 한번쯤은 오게 될 것 같다. 가까운 시일 내에, 아무런 부담 없이 한번쯤은 흘러 들어오게 될 것 같다. 어릴 때 나는 몽골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 했고 올 것이라고 생각했고 2013년 나는 이곳에 왔다. 내 짧은 25년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고 내 성격의 끝을 봤다. 경쟁사회에서 나는 조금 정체했으나 (또는 후퇴! 했으나) 다양한 시각으로 무언가를 판단하는 특징이 생겼고 “내가 무엇이 하고 싶은가.”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그렇게 좋은 기억만을 가지고 가게 된 이곳의 일상, 소소했던 기억들이 그립겠지만 한 번 쯤 다시 올 것이라는 것을 기약하며 좋은 경험이 되 준 이곳의 사람들과 가치를 함께 한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