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5-[Main Story] 바양노르 숲 만들기 7년 그 현장을 돌아보다

김경희 팀장, 푸른아시아 기획관리국

사막에 나무를 심은 지 7여년이 지난 몽골 볼간 아이막(道) 바양노르 솜(郡)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울란바타르에서 서쪽으로 190km 떨어진 바양노르 솜을 향해 출발하면서 사막 한가운데 숲을 나름 상상하면서도 쉽게 현실화하지 못한 채 도착한 그 곳은 예상을 뒤엎고 온전한 초록빛으로 우리를 반겨줬다. 2007년 처음 시작한 1조림지의 나무들은 남자 어른의 키를 훌쩍 뛰어 넘어 제법 나무 그늘을 만들고, 나무와 나무 사이 우거진 풀들은 땅의 생명력이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되는 비닐하우스와 밭에서는 배추와 토마토, 수박, 파프리카들이 싱싱하게 자라며 초록의 틈바구니에서 다양한 색의 자연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2007년부터 푸른아시아가 사막화방지 사업으로 조림사업을 펼치고 있는 바양노르 솜은 지명을 번역하면 ‘바양’은 ‘많은’, 노르는 ‘호수’를 의미해 호수가 많은 땅을 의미하지만 15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호수는 현재 9여개의 호수만 남아있는 상태로 점차 말라가다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 몽골인에게 물은 사람의 생명뿐 아니라 유목민의 전부라 할 수 있는 가축을 기를 수 있는 생명수이기도 하다. 호수가 많아 물 걱정 없이 유목을 할 수 있었던 바양노르 솜 주민들은 어떤 이유로 호수가 마르는지 원인은 알지 못한 채 그저 자연에 순응하면 불평보다 살기 어려워진 유목생활을 접고 도시로 떠나거나 얼마 남지 않은 가축을 데리고 삶을 계속하고 있다. 
      

 [흙이 보이는 부분까지 호수였는데 지금은 점점 말라가고 있어 물의 양이 현저히 줄고 있다.]

이렇게 삶에 대한 희망도 점점 사라지고,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화도 심해져 물은 점점 말라 가는 이 지역에 2007년 나무를 심어 사막화를 방지하고 호수를 살리겠다고 한국에서 온 이방인들이 들어왔다. 처음에 몽골인들 눈에는 이들이 하는 일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나무가 자랄 것 같지 않은 모래투성이 땅에 묘목을 심어 숲을 만들겠다니, 그리고 그 나무가 모래바람도 막아주고 호수를 되살린다는 얘기를 믿는 유목민과 마을 주민들은 없었다. ‘우리들의 땅을 왜 외국인한테 주는지 이해못하겠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그들이 울타리를 치고 나무를 심어 유목생활을 하는 우리 가축의 출입을 막아 불편하기만 하고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왜 솜에서 땅을 자꾸 주는지 저에게 행정적으로 불평을 하는 주민들이 많았어요’ 라고 주민들이 초기 시선에 대해 바양노르 솜장(군수) 알탄 사가이씨는 증언해주었다. 그러나 봄 황사가 심해서 울타리마다 쌓이던 모래의 양이 줄어들고, 조림지에서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는 주민들의 닫혔던 마음의 문도 열게 만들었다. 솜장으로서 마을을 살기 좋게 만드는 책임감이 있는 솜장 알탄 사가이씨는 7년이 지난 지금의 변화에 대해 ‘지금은 주민들의 부정적인 반응들이 눈에 보이는 변화로 긍정적으로 바뀌고, 우리 마을의 변화된 모습에 이웃 솜에서도 관심을 갖고 방문해서 기술 및 경험에 대한 질문을 하기도 해요. 그리고 초기에 주민 고용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일을 시켜서 부려먹는다는 오해가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 그들의 진심을 알고 나니 우리가 솜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푸른아시아가 해주고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 주민들 사이에 생긴 것 같아요’ 라며 앞으로 주민과 함께 인식의 전환 및 실천할 수 있는 정책을 세워나갈 것을 약속했다.

솜장과의 면담을 마친 후 우리는 조림장을 둘러보기 위해 나선 걸음에 어떤 날보다 맑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 햇살들이 우리의 방문을 환영해주는 듯 했다. 지어진 비닐하우스마다 익어가고 있는 토마토, 수박, 파프리카, 배추 등을 볼 수 있어 마치 우리의 농촌에 와 있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바양노르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박찬영 영농팀장은 ‘채소를 길러 본 적이 없어서 낯설어 하는데 주민들에게 영양적인 면이나 식량으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과정인데 꽤 긍정적이에요. 주민교육을 통해서 기르는 법을 조금씩 가르치고 있는데 습득력이 뛰어나 좋은 결실을 맺을 거라 생각해요’ 하며 환한 웃음을 짓는다. 2년여 동안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조림장 및 영농기술을 전하고 있는 그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주민의 눈높이에 맞춘 계획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정확한 목표를 수립해 실천하는 것이 중요해요’ 라며 몽골 현지에서 펼쳐지고 있는 조림사업에서 직접 체득한 성공 요인을 설명해주었다.

마침 우리가 방문했을 때 차차르간(몽골의 대표적인 고소득 유실수, 비타민이 풍부해 비타민 나무라고도 불리며 주로 주스로 섭취)의 수확시기라 방학 중인 아이들까지 모두 차차르간 수확에 여념이 없었다. 주민의 자립을 위한 시도 중인 작물 중에 가장 성공적인 것이 차차르간이다. 몽골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라 수확하면 판매에 대한 걱정은 없어 고수익을 올리기에 최선의 유실수라 할 수 있다. 맛이 어떨지 궁금해 주민들 옆에서 몇 개 따먹고 있는데 자신들이 열심히 딴 양동이에 가득한 차차르간을 내밀면 맘껏 먹으란다. 미안한 마음에 사양했지만 그들의 마음씀씀이에 행복해지는 순간이었다. 신 맛이 강해 먹는 순간 눈이 감기지만 자꾸 손이 가는 것이 중독성이 있는 맛으로 비타민이 풍부하다니 왠지 그동안 쌓인 피로가 한 번에 다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그들의 소중한 소득원을 염치없이 먹은 값을 할 모양으로 도와주려는데 열매 하나 따는데 가시 찔림 한 번, 나의 비명에 옆에서 지켜보던 아저씨가 웃느라 정신이 없다. 어딜 가나 시골의 인심은 후한 법인가 보다. 짐작컨대 올해 1차로 수확한 차차르간 300kg을 이틀 만에 팔아 넉넉한 인심이 더 후해 졌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 본다. 

 

           
바양노르 푸른아시아 조림장에서 일하는 주민직원들의 대부분이 2002년 몽골을 덮친 차강조드(눈폭풍으로 최악의 폭설과 기온하강 기록)로 기르던 가축들 대부분을 잃고 생계가 막막해진 사람들이였다. 사막화방지보다 생계 해결이 우선이었던 그들은 조림장에서 일하면서 무엇보다 고정 수입이 생겨 행복하단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기 시작하는데 수입원이 없어 어려움을 겪던 보양델게르씨(여, 40), 남편이 건강상의 문제로 일을 하지 못해 남아있는 소들을 팔아 생활하다 2마리만 남아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푸른아시아를 만났던 어용토야씨(여, 46) 등 사연을 듣다보면 절절하지 않은 사연이 없다. 특히 차강조드 때 1,700여 마리의 가축을 잃고 도시로 나가 다양한 일을 하다 귀향한 볼강히식(남, 31)씨는 올해부터 조림장에서 일하게 된 신입직원이다. ‘도시로 나가서 자동차 정비부터 건축 공사현장 등에서 일하다 보니 월급이 생겨 생활은 되는데 고향이 그리워져 돌아오게 됐어요. 남아있는 가축들도 숫자가 늘어 일손이 필요하기도 했는데 돌아와보니 조림장이 생기고 야채를 재배하는 시설이 생겨서 호기심에 일을 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나무 심는 일과 특히 채소 기르는 게 너무 좋아요’ 라며 무덤덤히 얘기하던 그도 차강조드 때의 심정을 물으니 ‘눈과 추위 때문에 모든 것이 어려워져 너무 힘들었어요’ 라는 간단한 대답과 함께 난처한 눈빛으로 머리만 긁적이며 다시 말하기 싫은 표정이 역력했다.              

[영농팀장 보양델게르, 3조림지팀장 어용토야, 볼강히식]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천재지변은 여전히 그들에게 악몽으로 남아 날씨가 서늘해지기 시작하면 올 겨울을 무사할지 무섭다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는 겨울뿐 아니라 몽골 곳곳에서 벌여져 사막화가 진행되고 삶의 터전을 잃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아닌 다른 이들로 인해 발생한 기후변화의 악몽을 끝낼 사람들은 바로 그 누구도 아닌 우리(탄소배출 세계 7위, 탄소배출 증가량 세계 3위)를 포함한 현대 사회라는 사실을 다시 되새기며 현지에서 펼치고 있는 사막화방지 사업뿐 아니라 개인으로서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는 여정의 시작으로 취재일정은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