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순리 – 바가노르 사업장 공정희 단원
바가노르 사업장 공정희 단원
나무는 봄에 새싹이 나고, 여름에는 잎이 무성해지고, 가을이 오면 그 무성했던 잎들이 차츰 떨어져 겨울엔 앙상한 가지만 남는다. 바가노르 조림사업장의 수많은 나무들이 하나같이 이렇게 자연의 순리에 따라 변화를 받아들이고 주변 환경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며 순응한다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잎이 무성했던 한여름의 푸름이 아쉬워 추운 겨울이 찾아와도 잎을 떨어트리지 않는다면 그 나무는 곧 얼어 죽게 될 것이다. 주어진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욕심을 내려놓음으로써 느낄 수 있는 평화와 여유. 긴긴 겨울을 앞두고 빠르게 흘러가버린 찬란했던 계절들을 보냄에 있어 한 치의 미련도 없는 자연의 의연함을 지켜볼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곳 몽골에서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으리라.
한국에 있었을 때의 난 그저 흘러가는 대로 순응하는 법이 없었다. 상황이 좋지 않거나 잘 되지 않는 일도, 나의 역량으로는 해내기 힘들었던 일도 어떻게 해서든 이뤄내 보려 아등바등. 그렇게 숨 막히게 바빴던 일상과 무한경쟁 속에서의 회의감으로부터 가치 있는 삶을 찾겠다며 선택했던 몽골인데, 난 이곳의 삶에 완전히 적응하기보단 여전히 한국에 남겨놓은 삶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습관적으로 포털사이트를 기웃거리고, 소통을 핑계로 하루 종일 SNS에 집착하고. 돌아보면 몽골어를 공부하거나 책을 읽으며 보내는 시간보다 한국 소식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 더 많았고, 내가 없어도 잘 살아가는 친구들, 나 없이도 잘만 돌아가는 모임들을 질투하는데 에너지를 쏟았던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스타일의 양념치킨이 먹고 싶다며 징징대던 내 모습이 새삼스레 부끄러워진다.
파견기간을 1년으로 가정했을 때, 이제 반이 흘렀다. 이곳에서의 삶이 더 길어질지 아니면 예정대로 내년엔 한국으로 돌아갈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며 순응하는 삶에 대해 난 아직 더 많이 배워야한다는 것이다. 몽골에서, 몽골 스타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