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바로 그 때 – 바가노르 사업장 김현진 단원

 

바가노르 사업장 김현진 단원

5월,6월,7월,8월. ‘바쁘다’는 핑계, ‘힘들다’는 핑계, 만들면 언제나 존재하는 이유를 대면서 공부, 다이어트 등 계발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9월로 미루었다.

9월이 되자 조림 마무리 단계로 인해 더 정신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집주인이 집을 팔았다며 나가라고 했다. 집 없는 설움을 느끼며 이사 준비도 했다. 꿀 같아야 할 휴가도 9월에 있었는데, 꿀은 고사하고 유비 시내를 활보하리라 다짐했던 휴가 첫 날, 광장을 중심으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 내 휴가 첫 날은 고요하게 지나갔다. 허허허. 원래 인생이란 럭비공 같아서 꼭 계획한대로만은 되지 않는다는 교수님의 말을 떠올리며 나를 진정시켰다.

그런데 벌써 10월이다. 살~짝 민망해져 온다. 마음의 양식을 쌓기 위해 책을 폈지만 책을 보며 마시던 맥주만 세 캔 째, 몸에 양식만 쌓은 채로 책은 여전히, 항상 5분의1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중국어 공부를 하기 위해서 책을 폈다. 어차피 여기는 몽골인데 중국어는 한국 가서 배우기로 맘먹었고 토플은… 먹는 것인지 뭔지. 도대체 고등학교 땐 하루 10시간을 어떻게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단 말인가! 내 생에 공부는 이렇게 끝이란 말인가?!

공부만 끝이면 다행이었다. 보는 사람마다 ‘살쪘지.’, ‘누나 살쪘다!’ 라는 말을 날려 주시며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어 주었다. 내 체중도 뭐 거의 정점을 찍었다고 보면 되는 수준이다.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찍었던 셀프 카메라 역시도 내 망가진 외모를 커버 해 주지는 못하는 지금, 9월! 큰 결심이 필요 했다.

그러나 거창한 계획 따위는 필요 없다. 하루 두 시간 운동에 세 시간 공부면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시작이 화려하고 거창했던 과거의 내 경험을 돌이켜 보면 그 끝은 항상 ‘작.심.삼.일’이었다. 지금도 우스갯소리로 ‘3일만 지나면 포기하리라.’ 말하고 다니지만 운동을 하루에 네 시간씩 한 지 5일일 지났다.(^^) 외국어 공부 역시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5일을 했다. ‘왜 이것 밖에 못했을까.’ 라는 자기 비하 발언 보다는 ‘이거라도 했으니 잘했다.’ 라는 위안이 필요한 지금. 5일을 넘기고 다시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려 하는 지금! 나는 내일에 자신 있다.

내가 미뤄왔던 모든 것들을 그저 천천히 풀어 가기만 하면 되는 ‘지금이 바로 그 때’ 이다.